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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치킨전쟁
게시물ID : readers_115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침없는사랑
추천 : 1
조회수 : 43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24 17:59:30
치킨전쟁




prologue

아이유가 스캔들이 터지던 날
 
어쩐지 시무룩 해 보이는 신랑을보며

이젠 치킨을 멕시카나에서 갈아탈 수 있을거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드랬다.

성격차이보다 종교차이보다 더 어려운
 
치킨취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미묘한 대립각을 세우던 우리였기에
아이유의 스캔들 소식은 나에게 때 아닌 낭보였던 것이다.

몇일 후 드디어 그날이왔다.
그가 펼쳐들고 있는 찌라시의 상호를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하였다....

그곳엔 깜찍한 원피스를입고 치킨을 손에든
멀리서봐도 낯익은 아이유의 모습이 선명하게 인쇄되어있었다.

틀렸다. 멕시카나다.

연애 때도 데이트마다 치킨만 먹어대던 그에게
가끔은 마누라가 좋아하는 둘둘이나 보드람을 시켜주길바라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이었을까.

가슴 속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댔다.





치킨전쟁 1.
전쟁의 서막

'빨리...빨리 주문을 끝내야 해'

둘둘치킨 전화번호를 검색하는 나의 손가락이 긴장감에 경직되어

자꾸 엉뚱한 곳을 터치하고 있었다.

발코니에서 실내로 자리를 옮긴세탁기가 잘 돌아가는가에
온통 그의 정신이팔려있는사이 치킨을 시키자고 어영부영 그의 동의를 받아내고

'그럼 내가 시킨다~'고 까지 통보한 참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어디에 시킬건데'라고 반문하거나 본인이시키겠다했겠지만

몇일 전 부터 세탁기를 가동시켜보고파서 목이빠졌던 신랑은
이에 집중하느라 치킨따위에 간섭할 여력이없었던 것이다.

지체하면 둘둘치킨을 시키는것에 신랑의 태클이 들어올것이 분명했다.

검색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는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던 찰나.

'지금거신 전화는 없는번호입니다.다시 확인하시고..'
전화기건너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의기분따윈 상관없이 차분하기만했다.
D사의 검색포탈에 나와있는 부개점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터치하여 전화를 건 참이었다.
내가 번호를 잘못 눌렀을 확률은 제로.

그렇다면 남은방법은...

그래! 대표번호.!
1588따위로 시작하는 대표번호가 있지않았던가.
일.오.x.x .구.이.구.이.
손가락은 빠르게 다이얼을 터치하고있었다.
상냥한 목소리의 상담원에게 주소를 불러주니 지점으로 연결해 주겠단다.
잠시 멜로디가 나오는가싶더니

'지금거신 번호는 없는..'

아...아까 그 언니다.
아..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다.
다시..다시 문의하자...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대표번호에 전화를 하여 상냥한 상담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사이
통화내용을 옅들은 신랑의 짜증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데시키면되지 전화도 안되는 곳에 뭐 시킨다고 그래!'

아..둘둘치킨은 이렇게 실패하는가..





3.치킨독립만세

신랑의 짜증섞인 잔소리를 뒤로하고 난 제 빨리

머리를 굴리기시작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오늘마저 멕시카나를 먹고싶지 않

다는 오기가 내 머릿 속에 가득했다. 그 순간 둘둘

치킨을 검색했던 포탈사이트의 연관검색어 '보드람

치킨' 다섯글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래 꿩 대신

닭. 아니 닭 대신 닭이다. 보드람을 주문하자.
 
너 치킨을 좀 아는구나 네이버. 둘둘의 연관검색어는

보드람이되야 마땅하지. 암 그렇고말고..더 이상의

주문실패는 Naver...

보드람치킨 부개점의 전화번호를 꾹꾹 힘주어 터

치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말했다. "

후라이드 한마리요! "

이게 왜 과감하냐고? 신랑은 양념통닭을 좋아하거든..
 
반반을 시키는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그 날

난 이상한 신열에 들떠 그 불문율을 깨고 말았다.

아마도 그동안 억눌려있던 치킨을 향한 열망이 폭

발한 것이리라.

나도 내.가.원.하.는.브.랜.드.의.치.킨.을.먹.고.싶.다.







4. 상처뿐인 영....계

'딩동'

초인종이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적막을 깼다. 평

소같았으면 기쁘다 치느님 오셨네 두팔벌려 치킨

을 맞이했었겠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치킨을 받

아들고 나는 묵묵히 식탁에 치킨을 셋팅을 했다.

셋팅이 끝났지만 그는 오지않고있었다.

"안 먹어?"
내가 물었다.

"생각없어."

알아주는 치킨덕후 남편이 치킨을 거부한다는것

은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멕시카나

에서 벗어나 둘둘이나 보드람을 원했지만 이런식

으로는 아니었다. 상처뿐인 영광,아니 상처뿐인

영계가 따로없었다. 나는 식탁에 우두커니 앉아

멍한 눈으로 치킨을 바라봤다.
 
그 때 였다.
 
닭다리 한쪽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왜 그리 우울해하느냐 인간이여'

난 주위를 둘러봤지만 주방엔 분명 나 혼자뿐, 아니

나와 치킨 뿐이었다.

'혹시 당신이 나에게 말을 한겁니까? 닭다리여'

나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있었지만 나의 눈은 매

섭게 구릿빛의 매끈한 닭다리를 응시하고있었다.

'.....................'

얼마간 주방에 고요함만 가득했다.

그래. 그럴리가없지. 선택받은 소수만이 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있다하였고 빵상대제이후 듣는자가

나오지않은지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나같은 범인이 치느님의 음성이라니. 언감생심도

그런 언감생신이 없지..생각하며 뒤돌아선 순간이

었다.

'우울해하지말라. 인간이여.'

소리가 나는 곳은 구리빛의 매끈한 닭다리가 확실

했다. 닭다리의 음성이 흘러나올 때마다 튀김 옷은

미세하게 들썩였고 이에따라 기름기도 미묘하게 반

짝이고있었다.






5. 치렐루야

"치...치느님!"
 
 
외마디 내 외침은 떨리다 못 해 갈라져 나왔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나타나신 이유가 뭔지,

남편과의 치킨취향 차이는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

가야 좋을지, 치느님께서 임하신 눈앞의 닭다리는

먹어도좋을지..묻고싶은게 봇물터지듯 떠올랐지만

목구멍이 콱 막힌 듯 한 마디도 뱉을 수 가없었다.

"알고있느니라"

닭다리는 말하지않아도 이 모든걸 알고있다는 듯

따스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괜찮으니 나를 맛보거라. 나는 너희의 살이요,

피가 될지니 이는 내가 이 땅에 온 이유니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닭다리에서 뿜어져나오던 빛

은 서서히 사라졌다. 튀김 옷의 들썩임도 이에따라

미묘하게 반짝이던 기름기도 이내 사그라들어 옆

에놓인 여느 치킨조각들과 별반다르지 않은 모습이

되었다.

"치느님......치느님!"


나는 닭다리를 두손위에 들고 애타게 소리쳤지만

아까의 빛과 생기도 거룩한 그음성도 다시 돌아오

지않았다.
 
 


"왜그래?"

남편의 목소리에 고개를드니 나는 식탁에 엎드린 체
 
한 손엔 닭다리를 들고 눈물범 벅이 되어 '치느님'을 외치고있었다.
 
멋쩍어진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서 눈물을 훔쳤다.
 

"식탁에서 잠든것도 모자라 잠꼬대까지 하네..ㅉㅉ..."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차며 남편은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식탁에 우두커니 앉아 오른손에들린 닭다리를 바라

봤다. 먹음직스런 평범한 닭다리였다. 가만히 한입

베어물었다. 아직 따뜻함이 남아있는 닭다리는 촉

촉하고 쫄깃한 육질의 국산 하림 냉장닭만을 사용

하여 보드람만의 한방양념을 더해 220도의 신선한

기름에 튀겨내 더욱 쫄깃하고 맛있습니다.

- 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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