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도덕가가 청중을 향해서 말문을 열었다.
"자, 우리 펭귄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그러나 펭귄은 도덕가를 무시했다.
그가 추운 북극해에서 벌벌 떨면서 떠드는 걸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여긴 펭귄은 그저 아침마다 하는 수영을 시작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우리는 펭귄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도덕가가 펭귄에게 손을 흔들면서 말을 계속했다.
펭귄은 그 모습이 오만하다고 느꼈다.
" 나태한 본능에 굴복한 결과를 말입니다."
펭귄은 도덕가를 응시했다. ' 난, 한번도 나태한 적이 없었어.'
펭귄은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덕가는 말을 계속했다.
"자, 펭귄을 보세요."
도덕가의 손짓이 다시 펭귄을 가리켰다.
펭귄은 도덕가를 더 이상 주목하지 않고 바닷가로 걸어갔다.
"펭귄을 보세요. 펭귄은 날지 못합니다. 수세기에 걸친 게으름 때문에 날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펭귄이 떠났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도덕가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맺었다.
그러는 동안에 진화된 수영복을 입은 펭귄은 적응력이 뛰어난 날개로 파도 위를 날았고, 길이 없는 대양을 자유롭게 걸어 다녔다. ]
관찰되는 펭귄은 말을 할 수 없었으므로
나태하고 날 수 없다는 도덕가의 일방적인 판단을 받았습니다.
강자가 승자가 되어 기록한 역사에서 패배자는 실패자로 표현되고,
그 패배자는 내재적으로 부족하고 게을러서 졌다고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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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인가 철학게인가 갈팡질팡 하다가 철학게로 왔습니다.
상대방을 게으르다고 평가할 때 '나는 그렇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전제가 된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게으르다고 평가합니다.
자본가에겐 노동자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들이 게으르게 보이겠지요.
철학이라기엔 오늘 그냥 좀 놀아 볼까하다가 읽은 책에서 꽂힌 부분입니다..큽...
늘 눈팅 잘하고 있습니다... 철학게 사..사랑합니다ㄷㄷ
출처 |
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 저자 - 이옥순/ p139/ 수니티 남조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