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월 18일, 정경심 교수의 6차 공판이 있었다. 이번 공판에서는 KIST 인턴증명서 건이 주요 쟁점이었는데, 검찰 측 증인으로 KIST의 정병화 박사가 출석해서 조민 씨의 인턴 활동에 대해 비난하는 취지의 주장들을 내놓았다.
반면, 변호인 측에서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놀라운 반론과 반대 증거들을 내놓아 검찰과 정병화 박사의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오히려 변호인 측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1. '엎드려 잠만 잤다' 주장에 대한 반박
정병화 박사는 9년전 생체분자기능연구센터 센터장으로서 조민 씨의 인턴 담당 지도교수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의 증언은 “조민 씨가 인턴을 2, 3일밖에 나오지 않았다, 실험실 고참 말로는 엎드려 잠만 잤다고 들었다며, 중간에 나오지 않아 인턴활동을 종료시키고 급여(20만원) 지급도 전액 취소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 교수 변호인의 반대 심문이 시작되자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변호인이 정 박사가 진술조서에서 '그렇게 불성실하게 근무한 인턴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했는데 무엇을 보고 불성실하다고 판단했느냐고 묻자, “직접 본 적은 없고, 실험실에 안 나오고 연구원이 '엎드려 잤다'라고 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변호인은 정 박사가 검찰 조서에서 '논문도 열심히 읽고 성실히 임했다'라고 평가했던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자신이 봤을 때는 성실했다고 대답했다. 즉, 검찰 조사 당시에는 성실했다고 답하고는, 법정에 나와서는 자신이 보지도 못한 일을 연구원의 전언만 가지고 불성실했다며 검찰에서와는 상반된 대답을 한 것이다.
(앞서 몇몇 언론에서 조 민씨가 엎드려 잠만 잤다고 제목을 뽑은 기사들이 있었는데, 보다시피 변호인 반대 심문에서 바로 뒤집힌 내용이다. 기자들이 정교수 공판의 앞부분만 방청하고 일어나는 일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검찰 주장 부분만 듣고 떠나고는 기사를 쓰는 행태 때문으로 보인다)
2. 케냐 봉사활동 사전 양해 증거
조민 씨가 KIST 인턴 기간 중간에 케냐에 의료봉사 활동을 다녀온 사실은 인사청문회 당일부터 공격꺼리였다. 케냐 봉사활동은 8월 3일부터 11일까지였다.
이에 대해 조민 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전에 정병화 박사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날 정 박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케냐에 가야 했다면 아예 나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날 변호인이 제시한 증거로 조민 씨가 정 박사에게 케냐 봉사활동 기간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음이 드러났다. 그것도, 인턴 기간보다 한참 전인 6월 30일에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병화 박사는 이메일을 본 기억이 없다고 하고, 검찰 측에선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에선 입수경위를 물었는데, 변호인 측에서 당시 학교의 이메일 기록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 메일의 내용은 "빼먹은 사실이 있어 다시 연락을 드립니다. 제가 케냐에 통역사로 봉사활동을 지원했는데 합격되어 가게 됐습니다. 8.3부터 8.10까지입니다. 인턴십 기간이긴 하지만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같은 6월에 조민 씨가 '이광렬 박사의 소개로 인턴십에 원하는 조민입니다' 라며 인사하는 내용의 메일도 있었고, 정 박사가 답장으로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묻는 등 답장도 있었다. 이런 메일들이 오간 직후쯤에 케냐 봉사활동 기간에 대한 양해 메일을 보낸 것이다.
물론 정 박사가 해당 조민 씨의 메일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같은 달(아마도 불과 며칠 사이)에 메일을 서로 주고받은 것이 드러났으므로, 조민 씨로서는 정 박사가 해당 양해 메일을 받았을 거라고 이해했을 것은 당연하다. 또한 조민 씨가 양해도 없이 멋대로 이탈해 케냐에 간 것도 아니었다.
3. 인턴 출근을 중단하게 된 사유
검찰의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조민 씨가 불성실해서 정 박사가 나오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 시기가 7월 22일이었다. 사실이 그대로라면 조민 씨는 인턴증명서를 받을 자격이 당연히 없게 된다.
그런데 이번 공판에서 변호인 측이 이와 상반되는 조민 씨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실험실 연구원이 내부 사정으로 집에서 좀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날 역시 7월 22일이었고, 실험실에 출근해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12시가 넘어서였다. (즉 당초 검찰 주장과 달리, 7월 22일에 조민 씨는 인턴 출근을 해서 오전까지 근무를 했다)
조민 씨의 조서 내용에 따르면, 당시 '한 여자 연구원이 센터에 무슨 일이 있어서 챙겨줄 수 없으니, 집에가서 대기해라' 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KIST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조민 씨는 뭘 잘못해서 잘렸는지 답답해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병화 박사는 “당시 연구실이 다른 연구실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에서 분쟁이 있었다”라고 관계 사실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정 박사는 연구원이 자신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연구원 말만 듣고 나오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으나, 일단 조민 씨가 인턴을 나가지 않게 된 사유가 설명된 점이 중요하다. 조민 씨로서는 해당 연구실에 며칠 밖에 안 나간 입장에서 연구원의 말이 정 박사와 논의된 것인지 아닌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금요일이었던 7월 22일 이후로 한 주 동안 집에서 계속 불안해하며 대기하다가, 그 다음 주 월요일인 8월 3일부터는 이전에 양해 메일을 보냈던 대로 케냐 의료봉사를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단 집에서 대기하라던 연구원의 지시와 달리, 연구실에서는 전혀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이다.
출처 : http://www.thebriefi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5
[박지훈 칼럼] 언제나 그랬듯 검찰 측 증인이 뒤집은 검찰 측 주장②
4. 방문증 아닌 '임시출입증' 발급 사실
검찰은 지금껏 줄곧 조민 씨는 방문증으로만 출입했고 다른 출입증 등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 방문증 기록을 근거로 실제 인턴을 한 기간이 7월 20일, 21일 이틀간이라고 주장했다(12일은 인턴기간 전). 또한 정병화 박사도 조민 씨에게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았고, 출입증 발급 전에 인턴을 취소시켰다고 검찰에 진술했었다.
이와 관련 논란이 한참 벌어지던 당시, 익명의 'KIST 관계자'는 "출입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문증으로 출입했을 것"이라고 멋대로 떠들기까지 했다. 이런 익명의 발언들이 쌓여 '방문증 뿐', '실제 출석은 겨우 이틀' 이런 억측이 객관적인 사실인양 돌고 돌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과 크게 달랐다. 이날 변호인 측은 조민 씨가 7월 19일에 임시출입증 발급신청서를 제출한 KIST 전산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임시출입증은 7월 21일에 실제 발급되었고, 8월 12일에 반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것은 인턴기간에 대해 검찰과 언론들이 정교수와 조민 씨를 공격하던 두 가지 '가설'을 허물어뜨렸다. 먼저, 조민 씨는 서류를 제출하고 신청해서 임시출입증을 받았다. (익명의 KIST 관계자 즐!)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았다는 정 박사의 주장도 엉터리였다.
5. 인턴 수행 기간은 2일인가 5일인가
다음으로, 실제 인턴 수행 기간이 이틀뿐이라는 검찰 주장도 함께 무너졌다. 검찰은 당초 KIST 전산 기록상 조민 씨의 KIST 인턴 출석일이 7월 20일, 21일까지 이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언론에도 그렇게 뿌렸다. 그런데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슬그머니 22일을 조민 씨의 방문증 출입 기간에 집어넣어 주장했다.
그 이유가 바로, 조민 씨가 7월 22일에 KIST에 있었던 관련 진술이 나와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7월 22일, 조민 씨는 방문증이 아닌 전날에 정식으로 발급받은 출입증(임시 출입증)으로 KIST에 출입한 것이다. 그래서 22일에는 방문증 기록이 없었던 것이고.
그뿐만이 아니다. 당시 공식 인턴 기간은 7월 20일부터가 아닌 18일부터였다. 실제 학교의 전산 기록도 그렇게 되어 있다. 정 박사 역시 조민 씨가 월요일부터 나온 걸로 기억한다고 발언했다. 해당 2011년 7월 18일이 바로 월요일이었다.
게다가, 조민 씨가 임시출입증 발급신청서를 제출한 날짜가 7월 19일이었다. 즉 조민 씨는 7월 19일에 어떤 방법으로든 KIST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보안시설은 보안 통제된 출입문 밖에서 출입증 발급신청을 하는 경우는 없다. 일단 어떻게든 입장한 후에야 출입증 신청서와 보안서약서 등을 제출하는 것이다.
즉, 검찰이 뭐라고 주장하든 무관하게, 방문증이든 다른 방법이든, 어떻게든 조민 씨는 7월 19일에 KIST에 입장해 있었다는 증거다. 더욱이 정 박사 본인도 월요일(18일)에 처음 본 것 같다고 했다. 이것은 방문증 기록이 없으니 조민 씨의 방문증 기록이 20일, 21일 이틀뿐이니 이틀만 인턴을 한 것이라는 그간의 검찰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오히려 7월 18일부터 인턴을 수행했다고 볼 근거가 된다.
실제 KIST의 자체 설명으로도, 조민 씨의 인턴 수행 기간은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검찰 주장과 달리 이틀이 아닌 5일간 인턴을 한 것으로, 월~금요일이므로 일주일간이다. 적어도 인턴기간의 1/3은 채운 것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 기간에 못나가게 된 것은 내부 분란 때문에 집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한 연구원의 잘못일 뿐이다.
(방문증이라도 발급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주장들도 있는데, 지난 2017년에 출입이 취소된 외국인 전직 연구원이 아내의 출입증으로 KIST를 몇 달이나 멋대로 드나들며 성추행까지 한 사건까지 있었다. 동행하거나 인솔하는 내부 관계자가 조민 씨를 들여줬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6. 정박사의 7월 22일 인턴 취소 관련 의문
정병화 박사의 주장은 7월 22일에 조민 씨가 출근하지 않아 인턴을 중단시키고, 급여도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연구원이 집에서 대기하라 지시' 사실은 무시하더라도) 조민 씨의 출입증 기록상 22일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가 된 12시 이후에 퇴근한 기록이 남아있다.
정 박사의 주장이 사실과 맞지 않는 것이다. 정 박사는 조민 씨에게 출입증도 발급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발급을 받았던 사실도 확인되었다.
더욱이, 인턴기간 3주 중 1/3에 해당하는 1주를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급여지급은 전액을 취소 처리했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는데, 정 박사는 “당시 내가 화가 많이 나 있었다”라고 대답했다.
이 문제는, 앞서 살펴본 '연구실 내 분란' 문제와도 연결되어 생각해볼 문제다. 스스로 화가 많이 나서, 그러니까 스스로 설명했던 다른 연구실과의 분쟁 문제로 '홧김에' 인턴 취소를 했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서 오전에 출근을 했었는데도 (오후에 돌아간 사유는 몰랐다 하더라도) 오후에 안 보인다고 해서 인턴을 아예 취소시켰을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조민 씨를 성실하다고 평가하고는 다시 다른 연구원의 '엎드려 자고 있더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났었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봐도 이 검찰 측 증인은 도무지 신빙성이 있는 증인이 아닌 것이다.
7. 그래서, 조민 씨는 과연 인턴증명서 자격이 없었나
어떻게 된 일이든, 결과적으로 조민 씨가 당초 예정했던 3주보다 훨씬 적은 날짜만 출근한 것은 사실이다. 그 사유는, 이전부터 책임자인 정 박사에게 양해를 구했던 케냐 봉사활동 건과, 집에서 대기하라던 연구원의 지시 두 가지가 겹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애초 기간보다 훨씬 적은 날수만 출근했기 때문에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을 자격이 없었는가. 이 문제에 대해, 변호인은 다시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검찰이 임의제출받은 증거들 중에, KIST의 전산시스템 학생 정보가 있다. 거기에 조민 씨의 인턴기간이 나온다. 그러면 해당 기간 동안의 증명서 출력이 가능한 것 아닌가. 이에 대해 정병화 박사는 "그럴 수도 있다"라고 대답했다.
즉 인턴을 취소시켰다고 주장한 정 박사가 스스로, 인턴증명서 발급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민 씨와 정경심 교수의 입장에서도 인턴증명서 발급을 당연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변호인의 이런 변론은, 비록 담당 교수인 정병화 박사가 아닌 무관한 이광렬 박사가 발급하기는 했지만, 인턴증명서의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 문제로 이광렬 박사가 징계를 받은 상태이지만, 그건 이 박사의 책임 문제일 뿐 조민 씨나 정경심 교수의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보다시피, 이번 공판에서도 변호인 측은 검찰이 그동안 언론을 동원해 퍼뜨린 악의적 왜곡을 조목조목 반박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변호인단이 그동안 법정에서만 반박하기로 방향을 정해 철저히 언론에 해명을 하지 않았을 뿐, 변호인단에겐 다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KIST 인턴 건은 정교수에게 유일하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 변호인단의 변론이 어떻게 진행될지 큰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었던 문제다. 내 상상의 폭을 훌쩍 뛰어넘은 대반격 변론에 감격할 지경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큰 고비를 넘었으니, 이제 비교적 순탄한 길만 남은 셈이다.
출처 : http://www.thebriefi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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