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1983년에 첫 시즌을 치릅니다. 그런데 해태 타이거즈는 2000년이 되어서야 5.18에 광주에서 경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5.18 근처만 되면 광주는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쿠데타정부는 사소한 모임도 경계를 했는데 1만명이 모일 수 있는 무등경기장에서 경기를 허락할리가 없었습니다. 프로야구는 알다시피 전두환의 3S정책의 일환으로 탄생했습니다. 국민들을 정치에서 눈돌리게 하기 위함이죠. 하지만 광주에서는 달랐습니다. 해태 타이거즈는 단순한 프로야구팀이 아닌 전두환 쿠데타정부시절에 합법적인 민주화의 상징이 되버렸죠. 야구장에서 김대중을 외쳤고 해태 타이거즈는 빨갱이 동네라는 조롱을 비웃듯이 시뻘건 유니폼을 입고 유수의 대기업 팀들을 박살내며 9번이나 우승을 했습니다. 그 초강팀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고 진정한 민주정부가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뚝 끊어져버렸죠. 대신 IMF라는 국가부도사태로 팀해체 위기를 겪고 대기업 KIA에 인수되어 2009년에야 간신히 10번째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KIA 타이거즈의 대표 응원곡은 '남행열차'지만 해태 타이거즈의 대표 응원곡은 흥겨운 야구장에 어울리지 않는 슬픈 곡조의 '목포의 눈물'입니다. 즐거운 공놀이를 보면서 슬픈 노래를 부른 광주시민들..그 모순은 1980년 5월을 겪은자만 이해할 수 있겠죠. 이제는 5.18에 광주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되었지만 응원가를 부르지 않고 그 날을 기억하고 있죠.
오늘은 5.18입니다. 그리고 9년의 암흑을 걷어내고 새로운 민주정부가 맞은 첫 5.18입니다. 이런 뜻깊은 날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1위를 질주하는 KIA 타이거즈가 광주에서 홈경기를 하니 괜히 감회에 젖어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쓰고 있네요.
ps. 5.18의 광주에서 올시즌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등장하여 광주시민들의 사랑을 듬뿍받는 대구토박이 임기영이 KIA 타이거즈의 선발로 던지고 있네요. 단순한 우연이지만 괜히 의미부여를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