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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영어강사입니다. 속상합니다.
게시물ID : gomin_1153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차라리악마
추천 : 17
조회수 : 1098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1/01/31 01:33:05
안녕하세요? 주로 중고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수업 중간중간 아이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시작했던 오유 생활이 벌써 1년이 되어가네요. 오유는 항상 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이트였는데... 너무 속상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배설글을 씁니다. 저는 굉장히 열성적인 강사입니다. 영어를 거뜰떠도 보지 않는 애들을 어떻게든 다시 영어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물론,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됩니다. 그래도 그렇게 맺어진 스승과 제자의 연은 당연히 깊어집니다. 예전의 제자들은 이제 군대를 간다며 찾아오고, 대학에 입학했다고 연락이 옵니다. 그렇게 저는 진정으로 대하면 아무리 심한 문제아도 통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의 착각이었나봅니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이 본업인 저는 작은 학원에 파트 영어강사를 하게되었습니다. 작은 학원이라 학생 수가 정말 적었는데 문제는 아이들의 성적이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아마도 학원이 우선시하는 것이 아이들이 오고싶어하는 학원을 만드는 것이라 재밌고, 유쾌한 강의를 추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실장샘과 원장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이번 방학을 놓치면 아이들이 정말 영어의 끈을 놓쳐버린다고. 조금 타이트한 수업을 하더라도 기다려 달라고. 그러던 중 정말 심각한 문제아가 들어왔습니다. 성적은 전교꼴지에, 수업 중간중간 5분의 쉬는 시간동안 대놓고 학원 화장실에서 담배를 핍니다. 학원엔 여선생들 뿐이라 선생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기본이며 보충수업을 빠지는 것을 물론, 기본수업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들은 왜 나를 무시하냐고 뒤에서 큰소리로 막소리를 해댔습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을 다 알면서도 실장샘과 원장님은 쉬쉬하며 넘어가는 거였습니다. 조금 고참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학원이 적자라 한명이 아쉬워서 그렇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들이 볼멘소리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왜 저 아이만 특혜를 주는 거냐고. 또 자기들끼리는 선생님한테 함부로 대하는 그 아이를 '용자'라고 표현하더군요. 도저히 그냥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곯아버릴데로 곯은 종기같은 존재였습니다. 문제의 그날 그 아이는 전날의 보충수업 빼먹고 과제도 하나도 해오지 않고 버젓히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저의 쓴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라도 성적을 올리려고 들어온 녀석이 왜 수업을 듣지않냐. 다른 아이들은 바보라서 그 지루한 보충수업을 다 채우고 가느냐. 죄송하다는 말도 하지않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서냐. 그러자 그 아이는 X발 X같네. 를 외치더니 공부하겠다고 들어왔는데 왜 지랄이냐고... 아- 정말 얼마나 놀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정말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일어나더니 저를 한대 칠 것 같은 기세로 다가와서는 쌍욕과 함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니가 이러는데. 라며 따져묻더군요. 그아이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랐나봅니다. 욕이 들리자 실장샘이 들어왔습니다. 어머니뻘인 실장샘이 말리는데도 '놓으라고!'하면서 힘껏 뿌리치더군요. 아,,, 정말 끔찍하고 역겨운 상황이었습니다. 휘청거리는 실장샘이 보이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사람이 아닌 놈을 앉혀놓고 공부를 가르친다고 그 애를 썼구나.' 라는 생각들면서 한숨만 쉬었습니다. 한바탕 난리를 친 그 녀석은 끝까지 무섭게 욕을 외치며 학원을 빠져나갔습니다. 소동이 끝나고 교실을 둘러봤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제가 설 자리가 남아있었겟습니까? 제가 웬만한 일에도 대범하고 시크하게 대처하는 편인데, 아이들이 눈을 보니 정말... 도망치고 싶더군요. 그런데 더 엄청난 일은 실장샘과 원장님의 반응이었습니다. 저를 부르더니, 학원 어려워서 애를 내보낼 수 없답니다. 내가 너무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답니다. 상처받은 건 알지만, 다시 그 아이를 가르치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부드럽게 대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그 아이는 보충수업도 남기지 말고 과제도 내주지 말라고 하더군요. 정말 이 말을 들을때는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그만 둘 수 있습니다. 제 본업은 연구소의 연구원이니까요.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과의 약속이 2월 까지입니다. 방학 동안에 반드시 그 아이들이 기초문법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 반을 이루었습니다. 학교 선생을 구타했다는 학생들의 기사를 볼때마다 그 학생만 욕했지 선생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힘들었을지는 생각안했는데... 이번 일로 뼈저리게 느끼네요. 아이들과의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지킬 것입니다. 하지만 밤마다 저를 괴롭히는 그 잔상이 나의 6년째 접어드는 강사생활에 회의를 들게해서 너무 힘드네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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