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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안 먹는 너
게시물ID : wedlock_115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까끼
추천 : 36
조회수 : 20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2/23 0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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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가씨가 대게를 주문했다고, 같이 먹자고 그걸 다 싸들고 어머님 아버님이랑 우리집에 왔다. 3개월된 아가가 있어서 우리집으로 모인 것. 남편은 회식이라 늦을 예정인데, 어머님은 상관 없다고 하신다. 갸는 어차피 이거 안 먹는다~ 하시면서.

만취가 돼서 집에 온 너는 아버님과 술 한잔 기울이다가 나에게 계란후라이 세개를 주문한다.
그냥 대게 먹지?
아니야 차라리 암것도 안 먹을게.
조금만 먹어 내가 까줄게.

다리 하나만 허락했으나 몰래 세개를 깠다.
넌 모른다. 까주니 또 낼름 잘 먹는다.

모두 돌아가고 정리하고.. 겨우 아기 재우고 누워서 내가 말했다.
예전에 사귈 때 대게 먹자고 나 델꼬 멀리 갔었잖아, 그건 그냥 나 먹이려고 그랬던 거야?
응.
헐.

그래, 넌 그런 남자였다. 지금은 그게 대게가 아닐 뿐, 날 생각해서 나 좋으라고, 편하라고 하는 선택들이 많다. 너는 늘 그렇게 따뜻하다. 

뒤집어 놓는 무수한 양말들, 집안 곳곳 숨어있는 잠옷들, 아무데서나 코파는 모습, 아기 잘 못 재우는 거, 애 보라 했더만 끌어안고 같이 게임방송 보는거 등등, 한심하고 야속한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꾸준히 따뜻한 사람이다.

어쩔땐 뜨겁고 어쩔땐 차가운 나는 너에게 많이 미안하다.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도 있지만 진심으로 미워한 적도 많다. 나도 너의 온도를 닮고 싶다. 그렇게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와이프가 되어가고 싶다.

그러니까 너도 좀 내 말 좀 좀만 더 들어라 짜샤.
  
출처 대개먹고 배부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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