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장이라는 세월의 고통
아인이만 알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 컴컴한 감옥 같은 곳에서 자라온 아인이, 그때는 이름조차 없었습니다. 모색도 검었던 아이는 그 칠흑 같은 어둠만이 가득한 곳에서 더더욱 눈에 띌 리 없었죠.
좁은 케이지와 뜬장을 번갈아 오가던 아이는 네 발바닥이 닿아도 평온한 땅을 꿈꾸어 왔습니다. 어떤 일인지 발가락이 조금씩 빠지던 뜬장과 케이지는 무척이나 뛰고 싶었던 아인이에게 늘 높이 점프를 해도 가뿐한 기분 없이 온 몸 전체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드디어 벗어난 번식장, 하지만...
아인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번식장에서 냉대를 받았을 거에요. 믹스견이 번식장에 있다는 사실은 일반 사람에게도 의아한 일이지만, 그런 현실이 있다면 얼마나 찬밥 신세였을까요? 아인이가 살아온 세월은 아마도 상상했던 아픔보다 그 아픔의 정도가 더 높을지 모릅니다.
그 고통의 세월을 지나, 번식장 사람으로부터 쓸모없어짐을 평가받고 버려질 아이들과 함께 개장수에게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좁은 케이지에 꾸역꾸역 넣어진 아인이와 아이들. 땅에 내려놓은 케이지에서 드디어 발바닥 전체에 안정감을 주는 땅을 처음 밟아봅니다.
아이들의 가여운 운명에 다시 새 삶의 기회를 주려 나주천사의집에서 급히 아이들을 구조했습니다.
파양,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아픔
아인이는 구조되어 마당과 방을 오가며 네발 가득 안아주는 바닥에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몰라보게 좋아졌고, 표정이 해맑아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던 아이에게 입양의 기회도 찾아왔습니다.
고통의 세월을 지나 빛을 보려던 아이가 얼마 못가 파양이라는 상처를 안고 나천사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아인이는 오른쪽 뒷다리를 들고 걸었습니다. 고작 4살 정도의 아이가 뒷다리를 들고 걷는 걸 보며 얼마나 가슴 아팠던지요.
살짝 근육이 놀랬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찾아간 병원에서는 무릎연골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땅을 아픔 없이 걸을 수 없느 아인이를 위해
아인이의 연골을 뒤돌려 줄 수가 없습니다. 뼈와 뼈가 연골 없이 마주하는 고통이 더뎌지도록 평생을 약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케이지에서 그토록 꿈꿔왔던 자유인데, 아인이는 그 꿈을 자신의 아픔까지 감수해가면서 누려야 합니다.
표정에 그늘이 없어 더 아껴주고픈 아인이,, 아인이가 살아갈 앞날에 희망을 주세요. 전해주신 희망의 콩은 아인이와 200여마리의 유기동물들에게 소중히 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