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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꾼 꿈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게시물ID : phil_115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zen
추천 : 0
조회수 : 58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31 16: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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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평소에 꿈을 많이 꾸긴 하지만 평상 시에는 제가 주체가 되어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꿈을 꾸는데 오늘은 3인칭 시점으로 꿈을 꿨습니다.
여기까지면 그저 꿈이려니하고 넘겼겠지만 그 특이한 내용이 머리 속에서 안 떠나고 철학적인 사색을 하게 만들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꿈 내용은 제가 느낀 감정들을 느낄 수 있도록 소설처럼 진행하겠습니다.
 
 

 
 행성이 생겨났다. 그 행성은 겉이 모두 물로 덮여 있어 빛을 받는 부분은 푸르게 빛이 났다. 이윽고 물 속에서 생명이 생기고 긴 시간이 지나 육지가 솟아났다. 다시 긴 시간이 흘러 육지에는 생명체가 살게 되고 육지는 식물들이 가득하게 되어 초록빛이 되었다.
 그런 세상에서 동물들은 '용점종'이란 나무의 열매만을 먹고 살아가고 있었다. 용점종은 키가 매우 커서 구름을 뚫고 하늘을 뚫고 낮에도 어두운 하늘과 별을 볼 수 있는 곳까지 자랐다. 열매는 나무 꼭대기 부분에서만 열렸다. 그래서 이 나무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는 동물인 '고릴라'만이 열매를 얻을 수 있었지만 고릴라는 열매를 자기들만 먹지 않고 다른 동물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이 세상은 생명체에게 너그러워서 동물들은 아프지도 않고 병에 걸리지도 않았기에 동물들은 용점종열매만을 먹으며 서로 잡아먹지 않고 다투지도 않았다.  
 '인간'도 그렇게 나눠받은 용점종 열매를 먹으며 살고 있었다. 인간은 열매만 먹으면 편하게 살 수 있었기에 집도 만들지 않으며 옷도 입지 않고 그저 땅바닥에서 누워만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가족끼리 서로 모여 누워있던 인간들 중 아버지가 말했다. 
 "용점종 열매를 더 이상 배에 안 들어갈 때까지 먹어보고 싶다."
 고릴라들이 나눠주는 용점종열매는 항상 그때그때 배고픔을 달래줄 만큼만 나눠 주었기에 인간들은 용점종열매를 뱃속 가득히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뱃속 가득히 먹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만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용점종 열매를 더 이상 배에 안 들어갈 때까지 먹어보고 싶구나."
 할아버지가 말하였다. 그러자 다른 가족들도 찬성을 표하였다.
 "그럼, 여기서 제일 체력이 좋은 네가 가서 고릴라님에게 용점종 열매를 많이 가져와달라고 부탁하러 가거라.'
 아버지가 아들인 청년에게 말하였다. 청년은 고릴라를 만나러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은 고릴라를 만났다. 청년이 공손한 어투로 부탁했다.
 "고릴라님, 저희 가족들이 용점종 열매를 더 이상 배에 안 들어갈 때까지 먹고 싶다 하니 이번 끼니 때는 용점종 열매를 많이 가져오셨으면 합니다."
 고릴라가 곧바로 대답했다.
 "알았다. 대신 내가 용점종 열매를 따서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라. 그때까지 네가 무언가를 깨닫지 못 한다면 그 열매들을 내줄 것이고 깨닫는다면 그 열매는 필요 없게되겠지.'
 청년은 묘한 고릴라의 말에 의문을 느꼈지만 다시 곱씹으니 그저 기다리면 될 뿐이기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고릴라는 곧 용점종 나무를 엄청난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뭘 깨달으면 열매가 필요없게 되는 걸까?'
 청년은 기다리며 고릴라의 묘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기다리면 열매를 뱃속 가득히 먹을 수 있을테니 그냥 기다리자 열매를 많이 가져가면 가족들도 즐거워하겠지. 그리고 또 다음에도 많은 열매를...'
  거기까지 생각한 청년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조금 뒤 고릴라가 많은 용점종 열매를 가지고 내려왔다.
 "얼굴을 보니 깨달은 모양이군. 그럼 이 열매들은 필요없겠군."
 청년은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평상시처럼 가져와 주시면 됩니다."
 고릴라가 말했다.
 "그럼 내가 끼니 때가 되면 열매를 가져다 줄테니 먼저 가게."
 청년은 가족들에게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물었다.
 "그래 고릴라님이 열매를 많이 주신다던?"
 청년은 슬픈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게 많은 열매는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청년은 슬픈 표정으로 다시 답했다.
 "제가 많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배고픔을 달랠 정도만 용점종 열매를 먹으면 됩니다."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리는 처음 보는 표정을 지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열매를 많이 먹으면 좋은 일이 아니냐!"
 청년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을 느꼈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머리는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으며 이 상황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크으으..."
 아버지는 처음보는 표정을 한층 더 찡그렸고 눈에 빨간 선들이 생겼고 곧 청년에게 달려올 듯한 느낌을 풍겼다. 청년은 그 모습을 보고 달아났다.

 
 꿈에서는 영상이 지나가면서 그 영상에 대한 내용이 머릿속에 떠오르더군요. '용점종'에 관한 내용이라던가 '고릴라'라던가, 용점종은 꿈에서도 의문을 가진 이름입니다. 대체 뭔 뜻일까요. 나무 이름인지 종 이름인지.. 고릴라도 다른 이름이 있었겠지만 제가 꿈에서 보자마자 '고릴라다!'라고 생각했기에 다른 이름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여튼 내용은 저게 전부 입니다. 추가설명을 하자면 저 세상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배부르게 먹고 싶다는 '욕심'을 가졌고, 처음으로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으며 그것을 보고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 겁니다. 영상이어서 저는 보자마자 '욕심', '분노', '공포'인 걸 알았지만 신기하게도 저것들이 인간들에게는 처음 느낀 감정이라는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오더군요.
 일어나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저 꿈이 오늘 하루종일 저를 머리 아프게 하네요. 저 꿈 속 세상에서는 고통도 다툼도 없습니다. 인간들은 고릴라가 주는 용점종 열매를 먹으며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누워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욕심을 가지죠. 하지만 인간들은 이것이 욕심이란 걸 모릅니다. 청년은 열매를 따러 간 고릴라를 기다리며 무언가를 깨닫는데 꿈 속에서도 그 무언가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청년이 직전까지 생각하던 내용을 추측하면 아마 자신들의 욕심을 깨닫고 그 욕심으로 여태까지 유지되던 질서가 깨어짐을 깨달았던 거겠죠. 그 뒤 느낀 슬픔은 저도 느꼈습니다. 엄청 슬프더군요. 그리고 아버지가 처음으로 분노를 하는 모습을 보며 공포를 느끼게 되죠.
 여기서 저는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들이 처한 상황은 이 말과는 좀 안 맞더군요. 지구에서 사는 우리 인간들은 서로 힘을 합쳐 삽니다. 자연이 혹독하여 먹고 살기 위해 농사를 짓거나 다른 동물을 희생시킵니다. 그리고 다른 위험한 것들로 부터 지켜주는 집을 가졌죠. 아, 옷도 입습니다. 하지만 저 세상은 동물들에게 호의적입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음식은 하나 뿐이지만 부족하지 않게 주고, 심지어 병에 걸리지도 않게 합니다. 옛날부터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혹독한 자연과 싸우며 혹은 가까스로 적응하며 살던 것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저런 평화로운 삶에는 발전이 없습니다. 그저 만족한 돼지처럼 편하게 살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 삶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생각하면 그건 또 조금 아닙니다. 변화해서 적응하는 생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의 한 주장처럼 변화하지 않는 것은 도태되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저 꿈의 내용처럼 인간이 옳지 않게 변화해서 욕심을 내는 순간 여태까지 지켜지던 질서는 무너지고 혼란이 생길 수 있을테니까요. 음, 머리 아프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처 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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