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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12218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핀
추천 : 0
조회수 : 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08 14: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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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6:30 몇 Inch 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거실의 대형 TV가 켜지며 지난밤에도 뉴스에서 지겹게 떠들어 대던 초대형 태풍에 관해서 앵커는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사실 이 공간은 거실이랄 것도 없었다. 집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스튜디오 형의 열린 공간이었기 때문에 하나가 잠들어있던 침대와는 막혀있는 곳이 없었다.

이 집은 하나가 직접 인테리어 한 것으로 집이라기 보다는 큰 홀이라고 하는 게 어울렸다.

하나는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호주에서 보냈기 때문에 어딜 가든 산으로 막혀 있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늘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안의 모든 벽을 허물고 공간의 구분을 1~2개짜리 계단으로 해놓은 것이다.

아침뉴스의 여자앵커는 이른 시간에 어울리지 않은 카랑카랑한 목소리였지만 하나는 바로 그 점이 모닝 콜 대용으로 딱 어울린다는 생각에 늘 자기 전엔 그 채널을 맞춰 놓는 게 일과가 되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여자앵커의 목소리에 살짝 표정을 찡그리며 눈을 뜬 하나는 습관처럼 리모콘을 눌러 벽 한 면을 가리고 있던 전동 블라인드를 걷어냈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평소에는 이제 막 발하기 시작하는 새벽의 빨간 햇살을 드리웠지만 뉴스에서의 그 태풍에 영향인지 밖은 아직 어둡기만 했다.

하나는 잠깐 동안 침대 옆으로 발을 내리고 목을 좌우로 돌리며 정신을 차린 뒤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에 2열로 가지런히 정돈된 500ml 생수 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돌리며 혼잣말을 내뱄었다.

 "여름도 이제 다 지나가는데 이제 와서 왠 태풍이 온다고 난리야."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녀는 깃이 높은 하얀색 블라우스에 단추를 채우며 옷을 골랐다. 디자인은 제 각각이었지만 색깔은 거의 대부분이 검은색 이였다.

하나는 유난히 검은색을 좋아했다. 너무 튀지도 않고 격식을 갖출 수 있는 검은색이 하나 본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검은색의 깔끔한 정장은 새하얀 블라우스와 잘 매치되어 하나의 외모와 더불어 참 깔끔하게 보였다.

‘오늘만 지나면 당분간 자유다!’

지난 이탈리아 출장 때 기계와 맞먹는 운송비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들여온 최고급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가 내려오는걸 쳐다보며 하나는 생각했다.

침대 옆에는 늦은 밤까지 정리에 정리를 거듭해 완성한 두 개의 캐리어가 지금이라도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 꼿꼿이 서 있었다.

 

아침회의는 하나에겐 늘 불편한 아니 그보다는 마치 어릴 때 치워야 하는 홍역처럼 빨리 해치우고 넘겨버리고 싶은 그런 귀찮은 시간이었다. 우선 자신이 주재하는 이 회의의 본질을 다른 사람들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 할거라고 생각했고, 이제 30대 초반인 자신의 회의 주재를 마땅히 생각지 않는, 하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부하직원들의 눈빛이 짜증 났다. 2~30분의 회의시간 동안 자신이 그런 눈빛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는 연기를 하는 것도 회의가 끝날 때쯤에는 힘에 부쳤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시죠. 내일부터 한 달간 제가 자리를 비워야 하니, 그 동안 좀 더 신경 써주세요.”

  

호주에서 기업을 상대하는 글로벌 보험사에 입사했던 하나는 꼼꼼한 성격에 업무 능력도 탁월해 고속승진을 거듭하며 한국지사에 30대 나이로는 처음으로 지사장으로 배치 되었다.

호주에서는 주변의 시기나 질투 따위는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고 그런 것들을 대 놓고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하나 자신 스스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한국지사에 처음 출근 했을 때부터 느꼈던 은근한 그 시선의 불편함은 조금씩 커져갔고, 자신조차 점점 그 상황에 익숙해지며 변해가는 것이 느껴질 무렵 하나는 회사에 한 달짜리 휴가를 내고 크루즈 여행을 예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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