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람에 지하철 역 입구로 후다닥 달려갔거든요. 근데 그 입구가 계단은 따로 없고 에스컬레이터도 한줄이라서 줄서서 한명씩 탈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그래서 빨리 비 안맞는 범위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앞에 쭉 줄이 있으니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뒷사람이 제 신발을 두번 연속 밟는거에요. 그때는 여기가 좁고 붐비니까 잘못밟았나보다 했죠.
근데 곧바로 또 밟는거에요.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이요. (밟고 나서 뭔가 당황해하는 기색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쯤되니 고의인가? 싶어서 뒤를 한번 쳐다봤습니다. 원래 앞사람 발 밟았을 때 사과를 딱히 안했더라도 앞사람이 쳐다보면 그뒤론 더 조심하게 되잖아요ㅠㅠ?
그리고나서 앞을 봤는데 곧바로 또 밟는겁니다. 그래서 아 이건 진짜 고의구나 싶어서 한번 더 뒤를 쳐다봤어요. 따로 왜 밟냐고 따질 생각은 없었고, 밟은걸 내가 알고 있으니 주의해달라는 의미로 쳐다보고 그냥 바로 앞을 봤습니다.
그랬더니 제 등뒤에서 "빨리 가라고 씨발년아. 뭘 쳐다보고 지랄이야?" 라고 하는겁니다. 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ㅜㅜ 아니, 제가 일부러 굼뜨게 가는 것도 아니고 바로 앞에도 뻔히 사람들 꽉차있는거 눈에 안보이나요? 저도 빨리 앞으로 가고싶은데 최대한 앞사람한테 달라붙어서 가는게 그정도였는데;;;
그리고 설사 제가 앞에 여유가 있는데도 느릿느릿 가고있었다고 해도, 그럼 말로 좀만 빨리 가라고 하면 되지 뒤에서 일부러 발을 계속 밟아대는건 무슨 무개념인가요???ㅜㅜ
지금 저한테 한소리냐고, 앞에 줄 늘어진거 안보이냐고 따지고 싶었는데 저는 여자 혼자고 그쪽은 남자 둘이었던데다, 지금까지의 행동만 봐도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닌 것 같아서ㅜㅜ 따졌다가 괜히 맞기라도 할까봐 무서워서 못들은척 앞만 쳐다봤네요. 그랬더니 의기양양해진건지 어쩐건지 한번 더 "빨리 가라니까 이 씨발년이..." 이러네요.ㅠㅠㅠㅠ
하 제가 왜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건지.. 그리고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어서 서글퍼요. 힘없는 여자인 게 슬퍼지는 순간이었습니다.ㅜㅜㅜㅜ 앞에 서있던 게 체격 좋은 남자였다면 이런 일이 없었겠죠? 너무 화나고 짜증나네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