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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대한 생각 (feat. 정의당)
게시물ID : sisa_11552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큼성큼이
추천 : 21
조회수 : 1743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20/04/16 13:18:22
이 글은 정의당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정의당 지도부 비판 글인데,
해당 게시판이 비공개 게시판이어서 링크가 아닌 전문을 긁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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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세력, 곧 미래통합당 세력을 국회내에서 크게 밀어내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그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져서 기쁩니다. 



그런데 정의당에서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인거 같군요. 



1. 국회 의석 배분에 대하여.



총 300석의 의석중에, 4월 16일 오전 8시 35분 현재의 구도로는,

더불어민주당+ 시민당 180석

미래통합당+ 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 

등입니다. 



제가 이전부터 말하던 바는 범진보진영이 180석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과반수 의석(151석)만 확보해도 법안처리가 가능했지만, 국회선진화법이후 180석을 확보해야만 법안처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180석을 차지한 역사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 엄청난 의석을 이번에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민주당 단독으로 말입니다. 



민주당이 확보한 의석+ 열린민주당 까지 합치면 183석이며, 이 의석이면 개헌이외의 모든 것을 주도할 수 있는 의석입니다. 

국민들은 지난 3년간의 미래통합당 세력의 탄핵에 대한 무반성과 정권에 대한 발목잡기에 심판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향후 국회의 운영이 어떻게 될지는 지금 바로 추정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이 2004년 총선에서 과반수의석을 확보하고도 개혁을 미적거리다가 정권을 내주었던 역사를 기억한다면, 이번에는 강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정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계열 의석 183석에 정의당이 6석을 더해봐야 솔직히 크게 도움이 되는바는 없죠.

물론, 야당인 정의당이 여당법안에 찬성해주면 명분이 올라가기 때문에 나름 함께가려고는 하겠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정의당의 지지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나쁘지 않은 정도에 그칠겁니다.  





2.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미래?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제도의 입장에서 보면, 향후 4년간의 운명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120석 이상을 확보했다면, 거의 100%의 확률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날라갔을 겁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 미래통합당의 협조를 구해야하는 만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법에서 빼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그보다 적은 의석을 받고, 여당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여당입장에서는 그런 거래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최악은 피한겁니다.



그러나 최악을 피한 것이지, 최고의 상황인건 아닙니다.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의 눈은 차갑게 식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번 위성정당 파동을 들 수 있습니다. 위성정당 파동은 결국 이 제도에 대한 국민적 지지기반이 약하며, 이 제도가 오히려 선거제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국민 다수에게 이 제도는 그다지 장점은 없으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제도로 평가될 겁니다.

 

게다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장점이 상실되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민들의 뜻을 국회의석으로 바로 환산해주는 제도라 여겼지만, 실제의 상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에서는 큰 정당에 대한 비례투표가 사실상 사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비례대표제가 가치투표라고 생각해왔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제로 정상작동 할 경우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례사표론'에 입각하여 정의당에 강제투표하는 상황이 조성되게 될 것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날 것이고, 아마도 그리 좋은 평은 받지 못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이 제도는 복잡한 상황만 연출했지, 그닥 이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향후 국회운영에서도 정의당에 손벌릴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 안에서도, 국회 안에서도 그 지지기반이 많이 소멸된 상태입니다. 

이 제도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상황이라 할 것입니다.





3. 정의당에 대한 선거평가



정의당은 당초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제도 아래에서 원내 교섭단체(20석)을 이루는 것을 이번 총선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는 무리라고 봤습니다. 왜냐면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받은 정의당 비례지지율이 7.23%였기 때문에, 설사 이번에 좀 올라서 10%를 받는다고 해도, 그 중 50%까지 연동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15석 정도 받을거라 예측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진짜 효과를 간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비례사표효과' 였지요. 민주당에 비례표를 찍어봐야 비례의석은 매우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자기 표를 사표로 만들지 않으려면 정의당을 찍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민주당 지지자인 전체 유권자의 40% 중에서, 약 1/4만 정의당에 비례표를 던져주면 정의당이 15~17%의 득표를 하고, 그러면 준연동형 보정으로 인해 21~23석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사실,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정말 그리될뻔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민주당의 비례사표에 의지하려는 이 전략은 그 논리적 명분이 취약한 것이었고, 실제로는 위성정당으로 인해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정의당의 총선 결과는 지역구 1석+ 비례 5석 = 6석으로, 지난 2016년 총선의 6석과 똑같은 의석입니다. 제도를 바꿨지만, 정의당의 의석은 그대로인 것이죠.



정의당 지도부의 변명은 이미 추정할 수 있습니다.

- 제도가 바뀌었지만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때문에 의석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라. 2016년 총선때의 정의당 지지율은 7.23%였으나, 이번 총선의 지지율은 9.65%, 무려 2%가 올라서, 10%에 근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차츰차츰 늘려가고, 다음 선거에서 꼼수가 없다면 정의당은 반드시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것이다! - 

아마도 이렇게 지도부 혹은 지도부 지지자들은 말하겠죠. 



과연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에 대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장 먼저 주장하고, 가장 많이 주장한 정의당이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 얼마나 면죄부를 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2% 올라간 득표율로 자기위로를 할 텐데, 이건 정말 최악입니다. 



이번 총선의 성격은 2004년 총선과 비교해야 합니다.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얻은 것은 1987년 현재 헌법이 성립된 이후 2004년 총선과 이번 2020 총선. 단 두번 뿐입니다.

그리고 두 선거다 성격이 비슷합니다.

2004 총선은 무리한 탄핵을 시도한 한나라당 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습니다.

2020 총선은 탄핵을 당한 박근혜무리를 아직도 싸고 도는 미래통합당 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입니다. 



진보정당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던 선거가 바로 2004 총선이었습니다. 그때 민주노동당은 지금까지도 우러러보는 지지율, 곧 13%의 비례지지율을 획득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기류 속에서, 쎈사람들을 찾았고, 그래서 지역구는 열린우리당에 주면서도, 비례는 민주노동당에도 상당한 표를 주었던 것입니다. 

이른바 준혁명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리고 민주진영에 대한 국민의 거센 지지기류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약진했습니다. 



이번 총선은 어떤가요? 국민들은 미래통합당에 대해 심판을 하였고, 그래서 2004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받았던 것에 비해서 더 많은 지지의석, 곧 180석의 의석을 민주당에게 주었습니다. 열린민주당까지 합치면 183석이군요. 

 이런 준혁명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의당의 지지율은 9% 입니다. 그것도, 민주노동당은 2004 총선 당시에는 당조직도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반면에, 정의당은 2012년 창당이후 8년을 맞이한 정당이어서 조직과 인지도에 있어서는 민주노동당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결국 이번에 정의당의 지지율이 2016 총선보다 2% 오른 것은 이번 총선의 분위기가 민주진영의 압도적인 승리였기 때문이고, 같은 '범진보세력'으로 묶여진 정의당이 그 기류를 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냉정하게 말하면, 정의당은 2004 당시의 민주노동당보다 조직과 인지도에서 모두 앞서나갔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2004 총선보다 이번 2020 총선에서 민주진영이 더욱 큰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13%보다 더 초라한 9%에 머무른 것입니다. 즉, 이번 선거는 비례득표율을 보아도 정의당이 패배한 선거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의당은 계속해서 PC(정치적 올바름)과 남성혐오적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세력들과 자신을 분리해내지 못했고,  

정의당의 일반 당원의 의견 집합처이자, 당의 공론장인 당원게시판을 비밀게시판으로 만드는 등 일반 당원들의 힘을 빼는데 주력했고,

정의당의 정파들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면서 일반 대중의 인식과 괴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나타난 현상이 

정의당에 대한 20-30 남성 유권자들의 거부감,

민주당과의 연합비례정당 문제에 대한 일반당원들의 의견 묵살,

민주당에 대한 편승전략인지, 민주당 공격 전략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선거캠페인,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의 여러 정파들은 민주당을 온건 부르주아 정당, 곧 온건 보수정당으로 보면서, 민주당과 선긋기를 해야만 더 표를 모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는 이른바 역사의 보편성, 사상의 보편성 함정에 빠진 겁니다. 사회주의 정당인 정의당은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가야하며, 그래야만 표를 모을 수 있고, 유럽식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 말이죠.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수구 냉전 세력과 민주세력간의 대결이라는 구도로 짜여져 있었고, 이런 구도 아래에서는 정의당은 결국 민주진영의 한 부분으로서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것은 한국적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사회주의 정당과 부르주아 정당 간의 선거경쟁이라는 구도는 유럽에 한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이 보편이고, 한국이 특수 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지만, 이건 큰 주제이니 넘어가겠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던 총선은 민주당계열 정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던 2004년 총선이었습니다. 

그리고 2004 총선보다 민주진영이 더 크게 승리한 이번 총선은 민주진영으로 함께 묶여서 적극적으로 선거캠페인을 전개했다면 더 많은 득표를 할수도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민주당과 승리의 지분을 공유하면서 돌아오는 국회 운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사회주의 정당과 부르주아 정당 사이의 대결이라는 대결구도를 머릿속에 박아놓은 대다수 정파들은 이런 한국적 상황을 별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례연합정당 같은거는 애저녁에 때려치웠고, '무능불통 민주당' 과 같은 선거표어나 들고다니면서 민주당을 공격하다가, 때로는 너무 표가 안나올거 같으니까 민주당 지지층에 비례투표는 정의당 해달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오락가락 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에 2% 늘어난 9%의 지지율인 것입니다. 



결국 이번 총선은 정의당이 민주진영에 묶여 있으며, 이 구도는 수구 냉전진영의 완전한 패배(정계에서의 영향력 상실)이 이루어 지지 않는한 숙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습니다. 

정의당의 정파들이 아무리 속으로 사회주의 정당 대 부르주아 정당으로 정의당과 민주당을 구분할지라도, 한국의 현실에서는 먹히지 않습니다. 정의당의 독자노선은 현실의 한국에서는 극히 이상주의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일단 수구냉전진영을 무너뜨린 다음에야 정의당의 독자노선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정의당이 진정으로 수권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면, 수구냉전진영을 무너뜨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면 민주진영 내부에서 수권경쟁이 생길거고, 그때 정의당은 최소한 원내교섭단체를 얻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에 수권정당을 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당에 대한 마지막 충심에서 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그럼 모두 건강하십시오. 



나아가는자 올림. 
출처 http://www.justice21.org/128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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