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나 똑같은가?
예전에 키배를 떴던 4대강 찬성론자 한명이 생각납니다.
제 주장은 '4대강은 개뻘짓이니 당장 때려치고 지금이라도 재자연화 들어가야 한다." 였습니다.
그쪽 주장은 .. 4대강 파트에선 개발렸고, 마지막으로 잡은 꼬투리가
'재자연화가 무슨 자연상태인줄 아느냐, 어차피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 자연화라고 할 수 없다. 4대강이나 이거나 .." 였습니다.
..... -_-???
뭐 어떤 면에서는 맞습니다.
4대강도 그렇고 재자연화도 그렇고
예산 투입해서 인력 동원하고 기계 동원해서 강을 파고 모래를 옮기고 돌 옮기고 나무 옮기고 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4대강은 '원래라면 그러했을 자연적인 모습'을 철저히 때려부수고 없애는 작업이라면
재자연화는 4대강은 물론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인공적인 부분을 최대한 제거하여 원래라면 그러했을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모든 맥락에서 떼어놓고, 그 순간 그 장면에서 사람이 간섭하느냐? 라고 한다면
똑같이 사람이 하는 공사일 뿐입니다.
2. 얼마나 다를까?
4대강 하는 동안 공사하는 사람들도 까라니까 까는 거지 자랑스럽게 진심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진 못했을 겁니다.
공사하시면서도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겠지요. 그리고 공사하던 사람들도 많이 죽어나갔고 ...
반대로 재자연화를 이룬 외국 사례를 보면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고,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자기가 무언가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자랑스러워합니다.
똑같이 '사람이 개입하여 하는 공사'이지만, 이렇게 다릅니다.
이 말은 '사람이 개입하여 하는 공사'라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똑같이 '좌표를 찍고 거기에 주장을 집중시키는' 행위도 어떠면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거기에 가서 어떤 '주장'을 하는지, 혹은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 또는 얼마나 뜻모를 분탕질을 치는지에 따라 달린 겁니다.
평소에 정치, 시사에 관심이 많았던 시사게 사람들이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주제의 기사 링크를 자발적으로 올리고,
자발적으로 주장에 참여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겠죠.
문제는 좌표가 찍히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순간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게다가 [오유에서 왔습니다.] 시리즈로 이간질, 분탕질까지 치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욱 문제가 되겠죠.
이 점에서는 개선책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갑자기 생각해본 한가지 해결책이라면 .. 해당 기사에 자신이 단 댓글을 좌표가 된 N 글에 그대로 남기는 방법입니다.
오유님들 스스로는 좌표찍기에 이은 의미없는 배설을 경계할 수 있고, 오유 코스프레하면서 분탕질 치는 놈들을 잡을 수 있겠죠.
생각해보니 대책 치곤 좀 번거롭긴 하네요.
3. 물론 .....
저같은 극단적 인류혐오자에게는 이거나 그거나, 인류가 다 죽어없어지기 전에는 이거나 그거나 같습니다.
아무리 그동안 가해진 인공의 흔적을 걷어내고 자연이 마땅히 있었어야 할 모습으로 바꾸기 위한 공사 .. 라 하더라도
사람이 숨쉬면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포크레인 굴리려면 경유를 태워야죠. 그것 자체도 나쁩니다.
그런데 이미 수십조 들여서 파헤쳐놓은 강바닥과 직강화해서 교란되고 있는 생태계를
어디선가 수퍼맨이 나타나 숨도 안쉬고 훼손되기 전의 과거로 되돌리거나
아이언맨처럼 친환경 아크원자로를 쓰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 숨에 섞인 이산화탄소를 자책하면서 가만히 있는게 좋은건가요?
그런데 그런 히어로들은 대체 어디서 나옵니까?
물론, N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오유 분들이 모두가 논리정연하고 정치, 사회, 문화에 통달한 지식인에 인격자는 아닐 겁니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삑사리 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럼 오유가 혹은 다른 어떤 고매하고 무오류한 집단이 나타나기 전까지 가만히 있어야만 할까요?
그럼에도 N프로젝트의 의의는 알고 지지하겠는데, 역효과가 더 크다는 현실론은 귀담아들어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3번 말미의 대책과 일맥상통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고쳐나갈 필요가 있는 듯 합니다.
4. 오유 시사게의 활동에 왜 다른 선량한 비시사게 유저가 욕을 먹어야 하느냐... 라는 의견을 보았습니다.
예전에 시사게에서 다양한 공익광고와 모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모금과 광고의 성향은 현정부 성향에 반대되는 것이었고, 진행 과정에서 그 대상 (쥐라든지 .. 새누리당이라든지..)에 대한
욕설에 가까운 비하적 표현들도 많이 나왔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자신들은 정치적 색깔이 아니라 상식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광고를 통해 여론을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였습니다.
N 프로젝트는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기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을 통해 여론을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입니다.
둘이 얼마나 다른가요?
어떤 것은 다른 것에 비해 그렇게 욕먹을만큼 큰 차이가 있을까요? (둘 다 욕하신다면 또 그것은 왜 그런가요?)
저는 이걸 잘 모르겠습니다.
또는 이렇게 얘기해봅시다.
"오유에 나라가 망하든 일본이 쳐들어오든 유머자료만 쳐 보면서 하루종일 낄낄 대는 게시판이 있더라."라고 한다고 칩시다.
"오유에 되도 않는 만화나 쳐 보고 그리고 앉아있는 애들이 있더라."라고 한다고 칩시다.
"오유에 비싼 카메라 자랑질이나 쳐 하고 있는 게시판이 있더라."라고 칩시다.
이게 문제가 됩니까?
이런 말을 들었으면, 이 말을 한 사람에게 '유머 좋아하는 사람이 유머 게시판에 가서 웃는게,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화 그리고 돌려 보고 서로 평가해 주는게, 사진 좋아하는 사람이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사진찍고 자랑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치, 시사 좋아하는 사람이 시사 정치 게시판에서, 민감한 기사들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누구도 하나의 의견을 강제하지 않고 (원래 시게에 말많은 애들이 많아서) 그렇게 통제될 수도 없다고,
그런데 이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순 없나요?
N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그렇게 준엄하게 따지실 수 있으면서,
누군가 특정 게시판, 그것도 그 안에서 특정 유저들이 하는 어떤 행동을 가지고 '오유라는 곳은 원래 그래'라고 일반화의 오류를 주장할 때는
그야말로 두려워 해야 할 오유에 대한 정확한 평가라고 인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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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도 썼지만, 나름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는 게 또 다시 도돌이표를 찍고
내부적으로 갈등을 하나 더했나 싶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매번 똑같은 논쟁에 지겹고 힘빠지실 수 있겠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부적으로 이러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N프로젝트가 일방적인 쏠리는 선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 .... (제가 원래 결론을 잘 못내서)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고,
하지 않는다고 뭐라 하지 말고, 한다고 해서 뭐라 하지 말고,
한다고 해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적대하지 말고, 반대한다고 해서 추진하는 사람을 적대하지 말고
각자 자유롭게 선택하면 됩니다.
이상 월요병에 시달리며 한마디 써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