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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박사 죽이기' 의심받고 있는 MBC의 '의도'와 '검증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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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직지
추천 : 62
조회수 : 1633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12/04 03:27:45
원본글 작성시간 : 2005/12/04 00:24:48
'황박사 죽이기' 의심받고 있는 MBC의 '의도'와 '검증능력'부터 검증받아야.
(KBS  나신하 기자)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국민여론에 맞서, 그리고 세계적인 학술지와 과학자들에 정면으로 맞서서, 저명한 과학자의 연구결과가 거짓말임을 입증하려는 MBC의 의욕만큼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같은 언론인으로서, 게다가 지근거리에서 근무하는 방송인으로서 '언론자유'의 깃발아래 MBC를 지지할 수 없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MBC측이 취해온 그동안의 보도태도와 언행을 살펴보면, 과연 저명한 과학자를 검증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MBC 스스로의 도덕성부터 검증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선 MBC는 더욱 솔직했어야 합니다. 담당 PD를 포함한 최근의 MBC측 관계자들의 언행과 보도내용 등을 되집어보면, MBC는 일관되게 황우석 교수의 연구결과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상 공여된'(저는 '난자 매매'가 부정적인 선입견을 유도하는 부적합한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난자, 그리고 (있는지 없는지조차 몰랐던 헬싱키 선언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받은) '연구원의 난자 제공'이 애당초 피디수첩측이 제기한 의혹의 핵심이었습니다.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빗발칠 때도 MBC측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 자체를 의심한다는 속내를 밝히지 않고 올바른 생명과학윤리를 정립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나중에서야 황 박사의 연구성과 자체를 부정하는 의혹들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애당초부터 '입장을 까고'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입장을 숨겼다는 것이고, 정직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방송 취지가 불순하다'는 국민여론에 힘을 실어주는 논거가 됩니다. 


MBC의 취재 과정의 부도덕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잠시나마 취재진의 신분을 감췄다는 점입니다. 고발 프로그램의 특성상 어쩔수 없었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엄청난 범죄의혹이 드러난 것도 아니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한 물리적 힘을 가진 조폭세력도 아니고, 거대 권력도 아닌데, 신분을 속이면서까지 접근했다는 점은 취재윤리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대목입니다. 

'결정적'제보를 했다는 것으로 알려진 연구원에 대해 '협박성'취재를 했다는 의혹도 명쾌하게 해명되야 할 대목입니다. 당초 MBC는 황박사의 연구 결과가 아니라 연구의 방법론을 문제 삼으며, 크나큰 윤리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MBC 역시 취재의 방법론에 대해서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합니다. 어쩐 일인지, 이 문제는 MBC의 '부인' 한마디로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 버렸습니다. 

언론 자유는 무제한으로 보장돼야 하는 성역이 아닙니다. 최소한 취재대상에 적용하는 윤리성을 스스로에게 적용했어야 합니다. 

언론사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더군요. 정말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통념상 보수-진보의 대립이 황 박사에 대한 신뢰-불신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수적 성향의 언론들은 황 박사의 연구 성과에 힘을 실어주면서 MBC의 보도 경위와 내용 등에 의혹을 제기하는 입장입니다. 반면에, 진보적 성향의 언론들은 과학-거대언론-정치-자본-맹목적 애국심으로 이어지는 무언의 담합의혹까지 암시하면서 황 박사에 대한 재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같은 정보를 해석하는 방법과 결과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 새삼 놀랍습니다. 우선 제 입자은 이번 만큼은 진보성을 자랑하는 언론들이 '모든 절대적 권위에 반대해야 한다'는 명제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일부언론이 끊임없이 제기하는 의혹은 어디까지나 진실이 아니라 의혹입니다. 의혹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과학적 명제와 과학적 진실은 끊임없이 의심받아 왔고 도전받아 왔고 그러면서 발전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과학자 마냐사냥'식으로 진행돼서는 안됩니다. 지금 진행되는 것은 네티즌에 의한 피디 수첩 마녀사냥이 아니라 진보 언론들에 의한 황우석 마녀 사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과 정황이 있으니까 거대한 비리가 있을 것이라는 식의 정치 공세와 놀라울 만큼의 유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은 보도로 얘기해야 합니다. 

기자는 기사로 얘기하고, 피디는 프로그램으로 얘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MBC의 행태는 '정보 흘리기', '의혹 제기하기' 등 정치인들의 언론 플레이를 연상케하고 있습니다. 

MBC가 뉴스를 통해 방송한 내용도 진실의 고발이 아니라 의혹의 제기에 불과했습니다. 의혹을 일단 제기한 뒤 당사자들에게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입니다. 


저는 지금 황 박사에 대해서 모든 것을 재검증하자는 얘기는 지금까지 이뤄놓은 연구 성과를 모두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MBC의 취재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전문성이 있는지, 얼마나 전문성이 높은 과학자들의 자문을 받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언론의 자유가 제일 중요하다면, 그래서 세계적 과학자들이 인정한 연구성과를 재검증하고자 한다면, 우선 방송사 스스로부터 검증받아야 합니다. 


방송사 스스로 자신들의 황박사 검증 방법이 과연 과학적인 근거와 설득력이 있는지부터 검증받아야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여론과 네티즌, 그리고 보수언론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MBC의 강변보다 더욱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MBC가 당초 황 박사의 연구성과 자체에 불신을 갖고 있다고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고 정면돌파했다면 여론이 이런식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MBC의 태도는 일관성이 없습니다. '여기 찔러보고 저기 찔러보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이야기하지 않고 일종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의혹을 확산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치인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그러니까, MBC가 처음부터 '황박사 연구는 가짜다'라는 선입견을 갖고 접근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MBC의 첫 보도가 나온 이후, MBC를 편드는 일부 언론은 '생명 연구 윤리의 재정립'을 위해 거쳐야할 진통이자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황 박사의 연구를 재검증하자고 동조하고 있습니다. 


MBC의 입장변화에 발맞춰 일부 언론의 입장도 함께 동조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선입견에 의한 일방적인 편들기입니다. MBC에 대한 비난을 '맹목적 애국심'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 '자본과 과학의 담합'이라고 폄훼하는 진보적 언론도 이번에는 맥을 잘못 짚고 있다고 봅니다. 

우선 MBC부터 검증했어야 합니다. 제보 경위, 제보 내용, 취재과정상의 윤리성, 검증방법의 적절성, 의혹제기의 타당성 여부 등부터 검증했어야 합니다 . 

MBC스스로 밝혔듯이 황박사의 연구가 가짜라는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심이 가니까 검증하자고 합니다. 이것은 궤변입니다. 검증하고 싶으면, 검증능력부터 공인받고 검증에 나서야 합니다.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저널이 한국의 실험실을 직접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검증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발상도 놀랍습니다. 비전문적인 방송사가 과학적 연구성과를 검증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황박사 측의 입장을 논박하려면, 
스스로의 능력부터 검증받아야 합니다. 


세계적 과학저널을 불신하고, 세계적 과학자들을 불신하면서, 과학분야에 특화된 언론도 아니고 일반 언론이 과학적 연구성과를 총체적으로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겠다고 나선다면, 이런 식으로 과학자들을 검증한다면 한국에서 살아남을 과학자는 없습니다. 과학하지 말란 얘기입니다. 


의혹에서 시작해 의혹으로 점철돼 있는 곳에 진보언론들도 앞다퉈 의혹을 보태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증을 의혹으로 덧붙이자면, MBC가 황박사의 연구 자체를 불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점입니다. 

기자는 연역적으로 취재하기도 하고 귀납적으로 취재하기도 합니다. 즉, 직관 등에 의해 결과를 예측하면서 관련 자료들을 모아가기도 하고, 취재과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내기도 합니다. 연역적 취재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선입견과의 경계선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취재방법입니다. 

따라서 '거대 권력' 맞서는 역사적 당위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그렇게 바람직한 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이번 파문을 지켜보노라면, MBC의 취재 방법은 다분히 연역적입니다. 


황우석 신화는 가짜다라는 분명한 목표부터 설정한 것으로 비춰집니다. 저는 MBC로 하여금 그러한 판단을 내리게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


                                          (kbs 나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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