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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납득에 대한 것. 어남류주의
게시물ID : drama_361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수지왕
추천 : 1
조회수 : 100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1/13 13: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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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글

지금 선택러와 개떡러가 공존할 수 있는 건,

작가가 택이와 덕선이 관계를 납득시킬 수 있는 부분도, 정환이와 덕선이의 관계를 납득시킬 수 있는 부분도

같이 떡밥으로 내놓으며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낚시가 심해도 ‘응답하라 1988’은 결국 끝이 있는 드라마다.

낚시는 ‘기-승-전’을 이끌어 내며 결말을 향해 달려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결국 결말을 마무리 지으려면 낚시 속에서도 전개에 개연성, 즉 전개를 납득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시청자가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낚시를 하고 있지만, 단순히 낚시만 하고 있지 않다.

덕선이를 향한 택과 정환이라는 두 남자의 사랑을 시청자가 납득하고, 그들의 사랑의 응답을 같이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

고로, 덕선-택의 관계도, 덕선-정환의 관계도 잘 그려내고 있다.

 

 

지금 개념글에는 선택은 선택대로, 개떡은 개떡대로 분석글이 넘쳐난다.

분석 역시 작가가 정답을 제시하기 전에는 해석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른 것이다.

어쨌든 같은 상황이어도 선택/개떡 양쪽이 모두 각자가 미는 커플대로 분석할 수 있도록, 둘 다 납득할 수 있는-

즉 누가 되건 회수할 수 있는 떡밥들을 던지고 있다.

 

‘피앙세 (혹은 임관) 반지’도 선택에게는 정말 말 그대로 정환의 굿바이 첫사랑으로 생각될 수도 있고,

개떡에게는 덕선의 응답을 향한 열쇠가 될 수 있도 있다고 보게끔 만드는 소품이다.

드라마는 대본으로만 꾸려나가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기술, 소품 등 연출력과 곁들여서 꾸려나가는 장르이다.

반지를 클로즈업 했던 것에 대한 의문이 개떡에게도 여지를 남겨준 부분이다.

지금 응답하라를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와 PD는 택이도, 정환이가 남편이 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주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18회가 끝났음에도 선택러와 개떡러가 공존하는 것이다.

 

 


작가는 덕선이의 남편이 있다고 주장했고, 지금 후보는 정환과 택, 두 사람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 두 사람의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며, 같은 드라마를 보고도 선택이라고, 개떡이라고 두 가지 주장을 내밀 수 있게끔

중의적인 떡밥으로 그들을 납득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걸 뒤집어 보자.

둘 다 남편이 되어도 문제없을 떡밥이 판을 치는 드라마라면,

둘 중 하나가 남편이 아니라면 납득이 안 될, 즉 문제가 있는 떡밥들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개떡러이기 때문에, ‘택이 남편일 경우에’, 즉 ‘정환이 남편이 아닐 경우’ 납득이 안 되는 부분들을 언급하도록 하겠다.

(여기서 세세한 떡밥들은 이미 개념 글에 있으므로 생략할 것)

 

 

일단 현대씬은 ‘혐대씬’이라고 불리며 낚시의, 낚시에 의한, 낚시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현대와 과거의 주인공이 동일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현대씬 속 남편과 덕선의 성격이나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 자체가 변했는데, 사람이라고 변하지 않았을까?

그러므로 현대씬 속 남편의 성격, 외모, 입은 옷, 말투 또한 중의적인 떡밥이므로 생략하자.

 

<응답하라 1988>은 현재 성덕선인 이미연이 과거를 회상하는 인터뷰 형식이고, 인물 소개부터 이미연에 의해 소개된다.

자연스럽게 인물들이 서로를 부르는 것과 각자 인물들의 행동-대사를 통해 그들의 이름과 성격을 알아챌 수 있음에도, 이미연이 직접 소개를 한다.

즉, 시작부터 이미연의 회상으로 1988년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봉황당 골목이 되살아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낚시뿐인 현대씬이라지만, 낚시 없이 진실한 것은 단 하나다.

성덕선 부부의 과거 회상으로 ‘1988년’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성덕선 부부가 1988년부터 회상한다.

골목에서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나 남녀로 인식하고 결혼에 골인한 부부는 함께했던 더 이전부터 회상해도 충분한데,

1988년부터 회상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88년부터 그들에게 부부가 될 수 있었던 ‘썸씽’이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88년도에 택이와 덕선 사이에는 별다른 썸씽이 없다.

있었다면 88년 겨울, 첫눈이 오던 날 택이가 영화를 함께 보자고 전화한 순간부터?

하지만 그 영화를 본 장면을 친절하게 그려주지 않았고, 그 후에 덕선이 택을 남자로 인식하지도 않는다.

 

88년의 대부분은 정환이 덕선에게 직진하던 시간들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88년부터 회상을 시작했던 것일까?

만일 택이 남편이라면 이것이 첫 번째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89년, 바닷가나 중국 대국 같이 아름다운 장면으로 시작하여 채웠어도 충분했을 인터뷰.

아내 성덕선이 88년 피켓걸을 했다는 자랑을 하고자 넣었던 거라 해도,

그렇다면 88년 우간다 피켓을 들고 나오는 덕선을 보고 씩 웃는 정환이 나와선 안됐다.

택이가 없던 브라질 떡볶이, 택이가 가지 못해 아쉬워하던 수학여행, 그리고 그 속의 벽드씬과 장기자랑 등,

남편인 택이 없는 시간들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 인터뷰는 남편으로 인해 하는 듯한데, 남편이 빠진 부분을 뭐 그렇게 세세하게 언급하는가?

그렇다면 기자는 말했을 것이다. ‘저... 그 얘기 말고, 최사범님 얘기 좀 더 자세하게 해주세요’ 하고.

 

 

분명 인터뷰 내용 중엔 부부의 첫사랑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부터였나봐요, 얘가 날 좋아하던 게’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택-덕선-정환 이 삼각관계는 꽤 깊고, 오래됐다.

택이건 정환이건 첫사랑을 이루는 데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들은 서로 고민을 넘어 고뇌했다.

그런데 남편의 회상 속 자신의 절실함, 노력, 고뇌가 너무나도 불친절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덕선을 앓는 부분은 택이에게 부족하다.

홀로 약을 먹고 잠들고, 덕선과의 사진을 담은 정환의 지갑을 본 정도.

만약 우정과 사랑을 좋게 유지하며 어렵게 첫사랑을 이룬 프로 바둑기사 최택 부부의 인터뷰라면,

어렵게 쟁취한 첫사랑을 얼마나 앓았는지는 왜 전부 생략하고, 결국 첫사랑에 실패한 정환이 앓고 고뇌하던 부분을 친절하게 회상한 것일까?

정환이 고뇌할 땐, 늘 침대나 책상 위에 혼자 앉아있었다.

덕선도, 택이도 알지 못한 그 장면들을. 오직 시청자와 정환만 알던 그 시간을 어떻게 감히 성덕선-최택 부부가 회상할 수 있다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 선택러들의 말대로 정환이의 실패한 첫사랑이라고 치자.

선택러들은 정환이의 아름다운 실패한 첫사랑에 대한 얘기와 덕선과 택이 서로 응답하는 첫사랑, 이렇게 두 줄기로 진행이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덕선과 정환이 각각 OST cd 메인을 차지하고 있는 거라고. 물론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응팔을 진행해 가는 상황을 우선시 보자.

대본 위의 자본이 아닌, 정말 대본과 연출 그자체인 드라마만 보아도 정환의 첫사랑 실패기로 다루기에는 모순적이고, 잔인한 부분이 있다.

각각 정환이의 실패한 첫사랑 당사자와 계기나 다름없는 두 사람이,

정환이 없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인터뷰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정환의 첫사랑을 왈가왈부 한다?

정말 쿨병을 넘어서 비상식적인, 아니 ‘비정상적인’ 대목이다.

 

정환과 같이 진행했던 첫사랑의 당사자들이 아니라 그저 친구인 동룡이네 부부였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부분이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당사자의 실패한 첫사랑을 그것도 ‘공적인 인터뷰’에서 부부의 얘기와 곁들여 얘기한다니.

늘 언행에 묵직함이 있었던 바둑 기사 최택과, 남의 지갑을 열지 않는 상식을 갖춘 성덕선 답지 못하고, 나쁜 행동이다.

 

이것은 쿨한 것이 아니다. ‘쿨함’은 첫사랑 실패 당사자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응사 속 칠봉의 첫사랑 DC? 이것은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어쨌든 칠봉의 선택이고, 칠봉이 나레기 부부에게 해준 것이다. 쿨하게.

하지만 정환이 없는 자리에서 본인들끼리 정환의 고뇌와 정환과 덕선 단둘이 있었던 일, 그리고 정환의 첫사랑 실패를 언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정환이 스스로 꺼낸 이야기가 아닌데 왜 그 이야기가 인터뷰에서 나온 것인가?

쿨한 것이 아니라, 비도덕적이고 예의 없는 행동이다.

 

인터뷰다. 만일 남편이 아니라면, 그래서 정환이 인터뷰 현장에 없다면, 정환은 그 인터뷰 내용을 텔레비전이나 기사 등을 통해 접해야만 한다.

이것은 쿨함이 아니라, 잔인함이 아닐까.

19살부터 쓴 초콜렛을 집었다던 정환에게 쓴 초콜렛을 46살까지 꾸역꾸역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응사, 응칠에서는 삼각관계의 당사자들과 더불어 주변인들까지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94년, 97년을 회상한다.

하지만 응팔은 다르다. 부부만 등장한다.

실패한 첫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그것은 실패한 첫사랑 당사자가 46세가 되어서까지 이불킥을 하게 만드는 잔인함이 아닐까.

 

 

물론 회상 속, 즉 89년부터 94년도 속엔 택-덕선-정환의 얘기가 같이 나온다.

택이가 없는 자리에서 택이의 얘기를 하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난 번 앞서 말했던 ‘둘만의 시간’이 택이에게는 적다.

하지만 회상 속에서 다룬 정환과의 둘만의 시간, 그리고 정환과 시청자만 아는 정환만의 시간이 회상 속에서 지나치게 친절하다.

택이 늘 옥상에서 담배를 피며 정환이 신발끈을 묶었다 풀던 것을, 애꿎은 신발 앞코를 콩콩 부딪히며 수줍음을 표현하던 것을 바라보지 않던 이상 알 수 없는 내용들까지 자세하다.

 

그리고 아주 결정적인 것 ㅡ 택과 덕선은 알지 못한다.

이승환 콘서트 그 자리에 정환이 왔다가 뒤돌아섰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프 차 안에서 홀로 쓸쓸하게 절망했다는 것을.

그러한 장면까지 지나치게 세세했다는 것이다.

 

택의 개인 장면들도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부분 대국 장면이거나, 방에서 바둑을 두는 장면이다.

그러나 대국에서도 택이 어떤 수를 어떤 생각으로 놓고 했는지는 그려지지 않는다.

대국은 늘 오인방과 골목 사람들이 뉴스, 신문, 라디오를 통해 듣곤 했다.

선택러들의 말대로, 골목 사람들은 택이의 대국을 아주 중요하게 여겨왔고, 방에서 홀로 바둑두는 그의 눈치를 많이 봤다.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존재감 있는 존재로 분량을 차지해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친구인 정환-덕선 또한 택의 대국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택의 대국 장면들은 정환이 남편일 경우에도 회수가 가능하다.

 

 

말했지만, 작가는 누가 남편이 되건 납득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같이 내민다.

그래서 나는 뒤집어 생각해본 것이다. 그럼 나머지 하나가 남편이 안될 경우 납득이 안가는 부분.

정환의 감정선을 친절하게 그려낸 것이 ‘어남류’를 확정지을 수 있던 것은,

그의 감정선이 남편임을 시청자에게 잘 납득시켜줘서도 있지만,

그가 남편이 아닐 경우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의 친절한 감정선과 ‘어남류’는 직결된다.


==============

어남류, 어남택 모두에게 납득이 될만한 떡밥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어남X이 아니라면 납득이 안될 문제들을 생각해보자는 논리전개가 참 대단합니다. 


그리고 같은 글쓴이가 쓴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reply1988&no=620308

도 한번 읽어보세요~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reply1988&no=629461&page=1&exception_mod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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