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를 살아 간 다윈. 그가 남긴 진화론은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생기거나 혹은 설명해야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적자생존', 혹은 그냥 "생물은 진화한다. 화석이 말해주고 유전자가 말해준다." 정도로 밖에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 진화론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거나, 유식한 척이 필요할 때 그나마 맥락을 짚어서 말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흐름을 짚고 핵심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첫 째. 생물이 진화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윈이 처음 한 생각이 아니다.
분명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쓰고 진화론을 펼쳤지만, 단순히 생물이 진화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생물이 진화한다는 생각은 아주 먼 옛날부터 존재해왔고, '진화'현상 자체는 크게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윈은 어떤 주장을 했기에 세상이 발칵 뒤집히게 된 것일까.
둘 째. 다윈의 등장 이전의 배경을 알아야 한다.
다윈 등장 이전의 진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점은 신학적이다. 하나님을 믿는 다수의 서양인들은 하나님이 모든 종을 빚어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 태초에 하나님은 인간을 빚었고, 원숭이를 빚었고, 물고기를 빚었고, 새를 빚었다. 태초의 생물들은 계속해서 번식해 나갔다. 즉 인간은 인간만을 낳았고, 원숭이는 원숭이만을 낳았고, 물고기는 물고기만을 낳았고, 새는 새만을 낳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도 뒷받침 되었었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바에 의해 종의 불변성을 설명했다.) *종의 불변성이란, 인간은 인간만을 낳고, 원숭이는 원숭이만을 낳는 것 처럼 종은 불변한다는 성질을 뜻한다.
셋 째. 다윈은 어떻게 주장했는가.
미국의 철학자 다니엘 데넷 (1942~)는 진화론을 'Universal Acid'라고 표현했다. 보편 산. 즉 다윈이 주장한 새로운 진화의 관점은 대부분의 전통적 종교 사상을 녹여버릴 정도로 '위험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종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전면 부정하고 나선 다윈의 생각은 어떨까. 다윈은 종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종이 점진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은 다윈뿐만 아니라 18세기부터 싹을 터오고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인간만을 낳지 않고, 원숭이는 원숭이만을 낳지 않는다는 소리다. 당장에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새로운 진화론에 따르면 종은 애초에 1개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종은 단일 조상만을 갖는다.
넷 째. 종의 가변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앞서 말한 점들을 살펴보자면, '종이 변한다' 라는 것이 핵심 논점이었다. 그렇다면 종이 변했다는 증거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초창기 종의 가변성의 증거로 화석을 들 수 있다.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종의 불변성을 고려한다면 생물 화석의 패턴은 시대에 따라 변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종은 같은 종만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석을 시대순으로 배치했을 때, 생물의 특성이 나타나는 한 '종'이 시대가 갈 수록 미세하게나마 일정한 패턴 속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 나타났다.
*원자학의 발달로 탄소연대추정법이 가능해 지면서 시대 순으로 패턴의 변화를 알기 더욱 용이해졌다.
만약 탄소연대 추정을 통해 공룡보다 더욱 오래된 '인간'의 화석을 발견 할 수 있다면 종의 가변성은 쉽게 반박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공룡보다 오래된 인간의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화석만으로는 종의 가변성에 대해 심증만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은 더이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잘 기억하자) 이 후 유전자 공학이 발달하면서 종의 가변성은 더욱 선명함을 띄게 되었다.
종의 가변성에 대한 근거와 타당성의 설명은 이 정도로 해 두었으면 한다. 탄소 연대 추정법을 통한 화석 분석, 유전자 공학에 의해 밝혀진 DNA내의 종의 역사. 이 두가지 정도가 종의 가변성의 근거가 된다 정도로 이해를 하자. 다시 말하지만 반박 할 수 없는 사실은 더이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세상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종의 가변성은 확실해 보인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 (더욱 선명한 근거를 찾고 싶으신 분들은 유전자 공학에 관심을 기울여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다섯 째. '진화'는 했다고 치자. 그리고 종의 가변성 역시 받아 들인다면.
문제는 진화의 사실유무에서 진화의 방법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진화는 어떤 방법으로 일어나게 되었을까. 진화의 규칙은 무엇일까. 다윈은 이것에 대해 아주 독특하고 시대를 뒤흔들만한 이론을 내놓는다. 사실 다윈이 현대까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이론때문이다. 흔히 적자생존이라고들 하는 '자연선택' 이론이다. 아주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향'성을 띄고 진화 하지 않고, 단지 환경에 적응을 잘 한 생물만 살아 남는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기린은 높은 나무의 열매를 따먹으려고 목이 점점 길어진 것이 아니라, 목이 긴 기린만 열매를 따먹어 살아 남았기 때문에 목이 긴 것이다.
이 자연선택 이론에는 생물에 대한 세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1. 스스로 복제하는 개체군이 있다.
2. 하지만 복제가 완벽하지 않다.
3. 그래서 복제의 결과물들도 복제력의 차이가 있다.
이렇게 적용해 볼 수 있다.
1. 토끼는 자식을 낳는다. (스스로 복제하는 개체군이 있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2. 하지만 토끼 새끼가 부모와 똑같이 생긴것은 아니다. (복제는 완벽하지 않다.)
3. 그래서 토끼 새끼 또한 그들의 새끼를 완벽히 복제하지 못한다. (복제력의 차이가 있다.)
이것이 바로 종이 변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시간이 아주아주 많아야 종이 변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이해되기가 쉽지 않기에 책에서 예를 빌려 자연선택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예) 주둥이가 뾰족하지 않은 옛날 딱다구리는 나무에서 벌레를 먹으며 산다. 어느 날, 딱다구리는 부리가 조금 더 나온 자손을 우연히 낳게 된다. (복제상의 미스) 이 부리가 아주 조금 더 튀어나온 딱다구리는 먹이를 찾는 데 아주 조금 더 유리하게 된다. 그리고 자손을 낳으면서 부리가 본인처럼 조금 더 튀어나온 유전자를 물려줄 확률이 높게 된다. 부리가 조금 더 튀어나온 딱다구리들은 그렇지 않은 딱다구리들 보다 생존률이 미세하게 나마 높다. 부리가 나온 딱다구리들은 시대가 지날 수록 그렇지 않은 딱다구리들 보다 개체수가 늘어난다. 또한 그들도 복제상의 미스로 부리가 조금 더 나온 자손을 낳게 되고, 이 과정은 되풀이 되며 결국 생존에 유리한 특성을 갖는 개체들, 즉 부리가 긴 딱다구리가 딱다구리 개체군 내에서 늘어나고, 곧 지배적인 특성으로 바뀐다.
방금의 예에서 핵심은 복제상의 미스가 어떠한 방향성, 의도도 없는 우연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딱다구리는 복제상의 미스로 부리가 더 작은 아이를 낳기도 하고 더 긴 아이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긴 아이가 더 잘 살아남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개체상의 지배적 특성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선택이 이루어지게 된다. 자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모든 종은 단일 조상을 가진다고 했다. (무핵세포라고 추정하는데, 깊은 정보는 책을 통해서 알아보세요.) 이 단일 조상역시 복제상의 미스를 갖게 되고 시대가 반복되고 반복될 수로 각자의 특성을 가진 수많은 종들이 발생하게 된다. 자연선택이 이런 오래되고 오래된 시간들에 걸쳐 계속 환경 적응에 유리하게 이루어져 나가면서 특성을 형성하게 되는 것을 '누적 선택'이라고 한다.
즉 오랜시간이라는 조건이 있어서, 누적 자연선택이 가능해 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생물은 정말 복잡하지만 유용한 신체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장기들의 역할, 내장의 배치, 등등등)
참고문헌. 하룻밤의 지식여행 40. 진화론. 딜런 에반스 지음 / 안소연 옮김 김영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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