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25일에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고 삼색이 한마리를 포획했었어요.
지난글에도 있지만 이 '세미' 라는 어미 고양이... 글엔 다 쓸수없는 사연과, 그렇게 되기까지 힘든일도 있었고, 그런일로 저 역시 사람에 상처받고 화나는일 많았지만, 힘든 과정을 겪고 태어난 새끼들을 보니 그간의 마음고생만 생각하며 마냥 손놓고, 속상해할수만은 없겠더라구요.
이 이쁜 녀석들, 무슨수를 써서든 저보다 더 좋은 주인 찾아줘야겠다는 책임감과, 제 사정이 넉넉치않아 모두 다 품어줄수없어 정말 미안했던 매일매일의 그 마음들, 그리고 반드시 잘 될것이고 잘 할것이라는 근거없는? 그 어떤 자신감 및 다짐들.....이런 마음으로 살았어요.... 제가 좋은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얘들일도 잘 풀릴것 같았으니까요.... 여기저기 글 올린덕에 좋은 임보자들도 만나고, 어미인 세미를 제외한 새끼들의 새로운 가족도 구할수 있었답니다.
저는 무슨 업자도 아니고, 이런걸 취미로 여긴다거나 많이 할만큼의 그 어떤 능력이나 여유가 되는 사람도 아니에요...
그냥... 어찌해서 저랑 연이 닿아 눈에 띄고, 그 길생활의 고달픔을 알게되고,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 생명들을 차마 모른척할수없어 어찌보면 스스로 자초한, 절대로 쉽지만은않은 보람된 일이 되었습니다.
포획 당시에는 너무 말라서 힘도 없는 상태였는데 중성화 수술을 하려고 개복을 하니 뱃속에 꿈틀대는, 진통을 겪고도 출산 타이밍을 놓친(자궁에 염증이 생기고 터지고 꼬이고, 정상적으로 출산을 못한 상태였음.) 새끼 세마리가 사실 죽었을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셋이 다 살아있었어요. 그래서 제왕절개로 태어나긴했는데 마취에서 깨어난 세미, 생전 첨보는 새끼들에 젖도 못먹이고, 애들은 울어대지, 세미는 사람만 보면 경계심에 차서 새끼들 위로 올라가 깔아뭉개고있지....그때 다들 "인공수유도 힘들고, 새끼들 젖도 못물리고있으니 새끼들은 포기한셈치고 세미만 어떻게든 잘 먹여 살리자...." 그랬거든요.....
처음에 저나 임보해주신분이나 마음고생좀 했음다...
그나마 시간 좀 여유로운 제가 거의 매일같이 한우 사다가 썰어 먹이고, 북어국 끓여가고, 닭가슴살 삶아먹이고... 여하튼 세미 기운좀 차리게하니 어느새 젖도 먹이고, 제법 새끼들 거두는 티도 나더라구요.
요놈들이 커가면서 어찌나 세미젖을 쪽쪽 빨아대는지 세미가 안그래도 작은 체구에 잘 먹어도 살이 찔 틈이 없었어요.
게다가 날씨는 더워가고 어미는 힘들고... 저때는 새끼만 내버려두고 위의 계단으로 올라가 쉬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세미의 자유시간이 조금씩 늘어갔죠 ㅎㅎ
2남 1녀 인생사진이에요ㅋㅋ
왼쪽에 얼굴이 알록달록한 암컷은 얼룩이, 가운데 아바타 귀처럼 생긴애는 수컷 아바타, 오른쪽 까만 줄무늬는 제일 먼저 눈뜬 수컷 줄리 ㅎㅎ
왼쪽 구석에 찌그러진 아바타 보이시죠?
사실.... 걱정 좀 했어요. 얼룩이나 줄리는 얼굴이 이쁜데 바타는 좀 쳐진다싶어서 입양은 좀 힙들겠다... 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거든요.
순하긴 되게 순해요. 사람도 잘 따르고 그나마 그게 나름의 장점? 이었어요.
근데 저랑 멀지않은 곳에 사는 젊은 아가씨가 대뜸 아바타 입양을 요청한거에요.
사실 "엥?" 한건 있었어요. 예쁜 얼룩이가 아닌 아바타라서요.
입양보낸분들 아시겠지만, 사실 입양 신청자의 인품을 다 알수가없고, 사람 하나 믿고 보내는건데 어찌 다 파악할수 있겠나요...
그런데 그 젊은 아가씨 하는말이,
6개월된 순한 수컷 고양이를 들이기까지 3년을 고민했다고... 내가 키울 능력은 되는지, 금전적인 여유와 책임이 필요한데 과연 내가 할수있는지를 3년여를 고민하다 첫째로 들였고, 둘째도 생각하고 그 역시 많이 고민했다고, 결혼할 남친도 고양이 너무 좋아하고, 둘이 의지가 확고하다고, 그리고 고양이 각각의 이름으로 나중에 돈들어갈일 생각해서 별도로 통장도 만들어놓고 조금씩 모아왔다는 소리에 제가 아바타를 입양보내지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거에요.
실제로 만나보니 야무지고, 생각이 올바르고 당차서 저 너무 좋았어요. 저 순둥이 아바타가 이렇게 컸어요 ㅎㅎ
순자 형아하고 저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ㅎㅎ
위의 얼룩이는 참....
좀 힘들었어요. 1살된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분이 얼룩이 입양을 원하셔서 보냈는데, 첫째냥이하고는 물고빨고 그렇게 잘 지내는데 입양자한테는 다가오질않고, 쳐다만봐도 도망가고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마음이 좋지않으셨어요. 처음에 냥이들 다 그러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했고, 그분도 몇달은 기다릴수있다고했는데 룩이 입양간후 일주일만에 "못키울거같다... 나한테 안오니 앞으로 예방접종등 케어가 힘들거같다..." 하더니 2주도 안되서 파양하겠다고 당장 데려가라고 새벽에 연락을 주셨더라구요.
속상했지만 인천에서 광명으로 가서 얼룩이 데려오면서 곧장 파주의 새로운 임보처에 데려다줬는데 "얼룩이 상태가 그러니 순화좀 시켜주세요..." 했더니 그날 저녁에 임보자 부부내외가 저런 사진을 보내왔어요.
"언니, 이상해요. 언니가 말했던거랑 너무 달라요. 얼룩이가 사람손을 잘 타고, 얼마나 이쁘고 순한데 예민하다고 파양을 한대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안돼요. 얼룩이 진짜 그런애 아니에요. 광명집에서 무슨일 있었던거 아니에요?"
얼룩이가 새로운 임보처에 가던날 저렇게 잘 놀고, 임보자분은 귀엽다고 토끼귀도 만들어주고, 며칠후엔 목욕도 시켜주고, 이쁜집이며 용품까지 또 선물해주시고, 사진빨 잘 받는다고 이쁜 사진이나 동영상을 거의 매일같이 보내셨어요.
임보 첫날 저렇게 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잡니다 ㅎㅎ
얼룩이한테 한없이 미안했어요.
제가 신중치못해서 어린 녀석이 낯선곳에 가서 그 고생을 했구나....싶었어요.
입양간 집에서 뭔일이 있었길래 거의 이주일을 도망가다시피살고, 또래들보다 살도 못찌고, 빼빼 마른체로 이빨이 다 낫는데도 거의 2주간을 더운 여름에 물이 푹 불린 사료만 먹고... 지금도 막연히 짐작만 할뿐이에요...
한동안 시름에 잠겨있었을때 어떤 여자분이 입양 신청을 하셨어요.
처음엔 줄리 얘기를 하더니 얼룩이 안부를 슬쩍 물으시고 둘을 한꺼번에 입양한다고했을때 저 사실 기쁘다기보다 마음이 불안한것도 좀 있었어요.
얼룩이가 이미 파양 경험이 있고, 줄리 역시 새끼때 제일 먼저 입양이 확정되었는데 젖떼고 입양보낼쯤되니 갑작스럽게 취소가되고, 그 동생이 키운다고하더니 남편이 반대를 하네안하네, 형부가 키우네, 제부가 키우네.... 몇번 번복을 하고, 싫은소리도 오갔지요.
그런 상태에서 남매 둘을 한꺼번에 입양한다고하니 허락을 해도될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카톡을 주고받고, 통화도 해보니 성격도 시원하고, 서글서글하고 밝은거에요. 그리고 사람 자체가 궁금했죠 ㅎㅎ.
이분은 얼굴 안보여도 계속 말하고있다보면 너무 편하고, 만나고싶고, 기꺼이 맡겨도 될만한 그런 느낌이 오는거에요.
두 젊은 부부가 얼마나 예쁘고 고운지, 사람들 정감가고, 부모님들도 고양이들 너무 사랑하고~~ 제가 반대할 이유가 또 없더라구요.
그날 입양갔던 기억을 떠올리자면 돌아오는 그 먼길이 하나도 힘들지않고 제가 정신나간 여자마냥 기쁘고 즐거워서 집에와서 웃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답니다.
줄리와 얼룩이에요.
지금은 라임이와 체리라는 과일 이름으로 행복하게 살고있어요 ㅎㅎ
둘이 요렇게 부둥켜 안고 놀아요 ㅎㅎ
첫째 자몽이와 쇼파 위에 널부러지고, 자몽이와 체리가 우다다를 하면 바로 뒤따라 라임이도 앞선 두마리를 잡으러 온집을 뛰어다니구요 ㅎㅎ
가족들은 침대에 털이 날려도, 비싼 쇼파 팔걸이를 갉아놔도 얘들이 이쁘고 사랑스럽대요 ㅎㅎ
입양을 보낸다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에요.
누군가는 그래요. 그냥 보내면 끝이라고... 걔들을 때리든, 잃어버리든 이제 너는 그 애들의 주인이 아니라고.....
네...... 그말도 어찌보면 맞아요. 보낸 저는 아무 권리가 없어요.
그걸 잘 알기에 입양전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알고싶고, 최선을 다하고싶고, 마음으로라도 우리집보다 더 잘 살라고 빌어주고싶어요.
제 능력이 모자라서 다 보듬고 품어주지못한 미안한 마음도 평생 갈것이고, 저렇게 사랑으로 저 애들 품어주신 입양자분들도 너무 고맙고, 저 녀석들은 운도 좋았는지 임보처도 하나같이 다 좋은분들을 만났어요.
다들 여유로운 형편들에 임보를 위한 임보가 아닌 제대로 케어도 해주고, 자라고있는 매일매일의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들, 제가 미처 신경 써주지못한 세심한 부분까지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준덕에 제가 배운것도 많았구요. 그 마음을 뭐라 감사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종교가 없기에 그냥 제가 생각나는데로 아무나 불러놓고 빌어요ㅎㅎㅎ
세상의 모든 신에게 저 아이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라고, 그리고 가족분들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라고 늘 기도한답니다.
미미야~~ 라임아~~ 체리야~~
니들 잘 살아야한다.
언제 어디서든 진심으로 빌고있단다.
만나서 반가웠고, 품어주지못해서 정말 미안해...
앞으로 사랑받고 건강하게 잘 살아야한다.
나, 언제 어디서든 니들 안잊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