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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결혼생활 일년차 에피소드들.
게시물ID : wedlock_115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카라라
추천 : 57
조회수 : 422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12/27 10:49:30
1.
주말 아침 남편이 김치찌개를 끓였다.
사실 남편의 김치찌개는...내취향이 아니다(소근)
남편은 김치찌개에 항상 파랑 양파를 듬뿍 넣기 때문이다.
나는 김치찌개에 파향이 듬뿍 나는걸 별로 안좋아한다.
하지만 나혼자 마음먹은 결혼생활 철칙 중 하나가 뭐냐면
절대로 남편이 하는 집안일에 토를 달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는 남편이 어떤 요리를 하더라도
무조건 맛있게 먹을것이 포함된다(실제로 대부분 맛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와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김치찌개를 밥에 싹싹 비벼 코를 박고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은 남편의 시선이 느껴진다
"왜?"하고 쳐다보니 "그냥...좋아서" 이런다
그러더니 아침에 나 자고있을때 티비에서 무슨 프로를 봤는데
주병진이 나와서 그러더란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 보호자가 누구냐고 물었는데
주병진이 보호자가 없는게 너무 슬프더라 하더라고
"근데 나는...보호자가 있잖아"라고 남편이 그런다
순간 밥먹다가 코끝이 찡할뻔 했다
우리 남편은 나이 40 넘어 어쩌다 11살 어린 나를 만나 장가를 갔다
노총각 막내아들 걱정에 잠못이루시던 시어머니, 시댁식구들은 물론이고
남편의 유부남유부녀 친구들까지 죄다 축제분위기였다
남편은 이삼십대 남들 다 결혼하고 가정꾸릴때 혼자 하고싶은 거 다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마흔 다되어 시어머니 성화에 선도 몇번 봤다지만
좋은 인연이 없었고 조금 외로워지려는 찰나에 나를 만난거다
부부는 측은지심이 있으면 잘산다고 어떤 스님이 그랬다던데
아마 우리 부부는 나때문에라도 잘 살지 싶다
남편이야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참 그렇다
나는 우리 남편이 결혼전이나 지금이나 때때로 참 안쓰럽다
부쩍 주름살이 늘어난 것도 어째 날이 갈수록 속알머리가 비어가는 것도...하나부터 열까지 다 짠하고 뭉클하다
결혼하고 아기 태어나기 전 어느날 둘이 꼭 안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내가 우리 남편하고 결혼 안했으면
지금쯤 우리 남편은 결혼전 혼자 살던 그 코딱지만한 집에서
혼자 티비보고 혼자 밥먹고 그러고 있을 생각하니까
갑자기 눈물이 글썽할 정도로 서글퍼지는 거다
(물론 그건 내생각이고 남편은 오히려 혼자서 더 즐겁게 살고 있었을지도...? 안돼 나없이 결코 행복할수 없어 부셔버릴꺼야)
그밖에도...아침에 알람 울리면 살짝 일어나
조심조심 안방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
밤에 아기 재우고 거실에 나와보면
혼자 누워 티비보다가 곯아떨어진 모습
가끔 이상하게 가슴 뭉클하고 안쓰럽고
또 사랑스럽다
그런데 아침에 또 혼자 티비보다가 보호자가 있어서 좋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니...
찡해지는 코끝을 억누르며 씩씩하게 말했다
"여보 내가 밥 두그릇 먹고 힘내서 평생 잘 보호해줄게!"
남편은 그냥 한그릇 더 먹고 싶은 거지? 라며 코웃음쳤다

2.
난 티비를 잘 안본다. 특히 스포츠에 관심 1도 없음
덕분에 티비 리모콘은 항상 남편 차지
어느날 둘이 누워서 남편은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고
나는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남편은 그게 불만이다
둘이 있는데 핸드폰 보는게 싫단다. 아니 나는 티비 잘 안보니까
여보는 티비보고 나는 핸폰보고 사이좋게 안고 있으면 되지
그래도 투덜대는 남편 마음을 1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냥 양보하기로 하고 같이 티비보자 하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뭐볼꺼야? 하니 남편이 선심쓰듯
축구, 농구, 골프 셋중에 하나 고르란다
......
잔인하다 남편
(같이 빵터지고 난 그냥 핸폰봤음)

3.
*19금주의*
아기를 낳은 후 나는 성욕이 1도 없...진 않고 1쯤 있다
그래서 이젠 남편의 소중이를 조물락대는 장난도 못친다...
걔는 왜...손만 대면 커져요?
더 부담스러운 건 커질수록 게슴츠레해지는 남편의 눈빛
민망해서 손을 슥 빼면...시무룩해지는 남편의 표정
여보 미안...
그런데 어젯밤 문득 아기를 재우고 남편을 바라보니
키스가 하고 싶어졌다. 단지 키스. 저스트 키스
다른 거 말고 딱 그냥 순수하게 혀와 혀의 얽힘과 입술이 만나는 키...쓰
양치도 했겠다. 바로 남편을 타고 올라가
"애도 자는데 찐하게 한번 하자."
그리고 덮쳤다
남편은 처음엔 반항하는 것 같더니만
이내 흐물흐물하게 풀어져서는.....
후루루챱챱 후루꾸루꾸
한참 섞는 와중에 갑자기 미친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싶어졌다
그래서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본 순간...혼자 빵터짐
푸부부부ㅜㅜㅜㅜ붑 끄핡학하하하하ㅏㅏㅏㅏ
당황한 남편은 뭐야 왜그래?? 하면서도 같이 빵터짐
아닠ㅋㅋ내갘ㅋㅋ갑자깈ㅋㅋ눈을번쩍떴는뎈ㅋㅋ나혼잨ㅋㅋ웃겨섴ㅋㅋ크학학학핰ㅋㅋㅋㅋ
웃느라 말잇못하는 나를 쳐다보는 남편도 어이없음을 넘어 같이 끄끜대고 자지러지다가
혀섞임을 재개하려 해봤으나 둘다 너무 웃겨 실패ㅋㅋ
그렇게 아무일도 없었다고 한다.(엄근진)

4.
나는 집에서 육아중 남편은 외벌이
처녀시절 난 툭하면 인터넷으로 자질구레한 소품들을 사는게 취미였다
빠듯한 외벌이인 요즘은 자중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요며칠 좀...몇개 샀다
남편은 절대 눈치를 주지 않는다 그냥 내가 혼자 눈치 봄ㅋ
다만...내가 사놓은 물건을 보고 '도대체 이런건 왜 사?' 하는 표정은 짓는다(예를 들면 토끼모양화장실변기손잡이...같은거) 
하지만 남편은 결코 직접적으로 나에게 잔소리하지 않는다
그저께 남편에게 심심풀이 카톡을 보냈다
아이 사진을 보내며 [당신 아이를 데리고 있다 구하고 싶으면 천만원을 준비해라]
바로 답장옴
[돈은 얼마든지 드릴테니 제발 살려주세요]
[좋다 사실 당신 마누라도 데리고 있다 구하고 싶다면 일억을 준비해라]
[당신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응?]
[내 마누라는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
당신은 곧 파산할 것이다]
이게 뭐라고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보미안...이제 쓸데없는 지름은 당분간 참을게ㅜ.ㅜ

5.
남편은 신데렐라다. 12시만 되면 자야한다
나는 야행성이라 새벽에 혼자 깨어 노는걸 좋아한다
문제는...남편은 무조건 밤에 같이 자는 걸 좋아한다는 거다-_-
어느날 티비에서 영화 신세계가 방영되고 있었다
오 이거 다시 보고싶었는데! 같이 보자 하고 호들갑을 떨며
1부가 끝나고 나니 시간은...오전 1시 반
남편은 이미 눈이 반쯤 감겨 하품을 하며 그만 들어가 자자고 한다
난 여보 먼저 자라고 2부 보고 잘거라고 했다
싫단다 같이 들어가 자잔다. 아오 짜증이 빡 밀려왔다
아니 왜 그냥 먼저 자라고! 왜 나까지 못보게 하는데!
썽을 내는데도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그 눈빛에 맘이 약해져 결국 영화를 포기하고 안방에 들어와 같이 누워있는데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되서 왜 굳이 나를 꼭 데리고 자야 하냐고 물어봤다
"그냥...같이 한공간에...있으면 좋잖아..." 어둠속에서 잠에 취한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애틋하게 들리던지
순간 또 가슴이 뭉클해져 코끝이 찡해져왔다
이놈의 측은지심은 정말 아무때나 발동된다
그래 어차피 한번 본 영화 또보면 뭐하냐 이렇게 남편하고 아기하고 다같이 누워자는 이순간이 훨씬 소중하지
자기합리화를 마치고 눈을 감고 잠에 든다

신세계는......남편 출장가면 새벽에 결제해서 볼꺼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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