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2082813363993721
베스트에서부터 베오베까지 간
'무개념 어린이집 선생'이란 글을 보며
광분을 삼키지 못한 채 글을 남긴 어린이집 남교사입니다.
댓글로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니 말만 길게 된 것 같네요.
저희도 어제 오후 늦게 시청에서 '휴원' 하라는 명령 공문을 받고,
학부모님들께 양해 문자를 전달해 드렸습니다.
저희 반 부모님께서는 단 한마디 불만도 없으시고
태풍 조심하라는 답문을 보내주셨구요.
쉬는 건 좋은데 한편으론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합니다.
남들 쉬는데 집에 혼자 남을 아이 걱정에 출근하는 어머님들
마음 모르는 거 아닙니다.
요즘 보육교사며 사회복지사며 1년 수료로
너무 쉽게 취득을 하는 자격증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이 제 댓글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보니
몇몇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개념이 없다는 식으로 글을 남기셨네요.
네. 저도 성적 맞춰 들어간 전문대학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선택했는데
막상 과 생활을 시작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잦은 회의감에 힘들기도 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을 떠나 이 직업 자체에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요.
적은 월급에 대우조차 못받는 현실 앞에 좌절도 많이 하고 속상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난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을 보면서
참 행복한 사람이라 여기며 4년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스컴조차도 어린이집 까대기에 바뻐
오직 학부모님의 편에서만 보도를 해왔던 것도 맥 빠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이 무엇을 보고 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돈? 명예? 이 일 일주일만 해보세요.
돈, 명예는 저 멀리 떠난 지 오래고, 고된 업무와 아이들 성화에
퇴근하면 녹초가 되는 게 우리 선생님입니다.
왜 하는지 아시나요?
아이들 때문입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
" '아이들'만 아니면 진작에 때려치웠어. "
아이들 때문에 이 일 합니다.
물론 제 입장은 그렇다구요..ㅎ
그런데 오늘 그 글을 읽자니 분통해서 손이 바들바들 떨리네요.
왜 사람들이 어린이집 선생님을 무시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저런 인간이 교사라는 직책으로 아이들을 상대하고 있으니 말이죠.
저도 아이들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냅니다.
교사도 사람인데 로봇도 아니고 어떻게 화가 안 나겠습니까?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다시 웃습니다.
다른 직종에 비해 '사명감' 하나로 '사랑' 하나로
아이들을 지켜주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단 한마디 '수고하셨어요.' 라는 그 말 한마디는
그 날의 피곤을 잊게 해줍니다.
저런 사람을 통틀어 '남발하는 자격증 때문에 어린이집이 그 모양이지.'
라는 생각보단 '이런 사람도 있지만 노력하는 사람도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소연 하니 좀 개운하네요.
마무리는 못하겠네요.ㅎ
그냥 한풀이 들어주십사 하고 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