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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사랑해요. 못난 딸은 이제 내일 첫 출근을 해요.
게시물ID : gomin_15777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나리나리나
추천 : 20
조회수 : 773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1/14 01: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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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합격자 공고에도 제 이름은 없더군요.
수험표를 구기고 찢고 오랫동안 만들어 온 수험자료들을 죄다 버렸어요.
책들도 버리고 싶었지만 저 책들 저 교재를 사기 위해서 피땀흘려 일하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니 너덜너덜한 책들 버리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그것들을 큼직한 라면박스 네개에 집어넣고 테이프로 꽁꽁 싸맸어요.

 그리고 저는 그야말로 짐승처럼 울었어요.  그렇게 울음이 난 건 처음이군요. 원하는 시험에서 수차례 떨어졌어도 저는 그렇게 펑펑 울진 않았어요. 

나에겐 다음이 있어. 다음엔 꼭.  나는 할 수 있어. 크게 울면 지는거야.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올해는 좀 달랐어요. 저도 염치란 게 있는 인간인데... 날로 어려워지는 집안 사정을 무시할 순 없겠더군요.
 
그래서 공부를 접고 자소서를 쓰고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녔어요.  

엄마, 아빠...어려운 살림에 대학도 시켜주시고, 하고싶은 공부도 하게 도와주시고. 
어렵고 힘들게 공부했지만 그래도 뒤에서 지켜봐주시는 당신들이 계셔서 너무나 든든했어요. 
저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구요. 과거의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요.  

그래서 이제 그 길을 정말로 접고 돈을 벌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어머니께선 고집 센 너를 어찌 이기겠냐며 알아서 하라고 하셨지만... 우리 아버진 나이 든 딸이 하던 공부를 포기하겠단 소리가 많이 충격이셨나봐요. 

  저도 돈을 벌겠다고 했지만 오래 한 공부와 제 꿈을 포기한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손수건을 입에 물고 울음소릴 참을 때... 

살며시 다가와서 아빠가 미안하다. 뒷바라지를 더 못해줘서 미안하다. 하시던 아빠. 

아부지 아녜요. 당신은 저에겐 최고의 후원자셨고 최고의 응원가셨어요. 


오늘 저는 제대로 된 첫 직장에 출근을 해요. 그곳은 제가 사는 도시의 공단에 위치한 한 회사인데요. 그 공단에 위치한 회사들은 겉모습이 다 비슷해요.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면접 전엔 차마 황망하여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던 그곳을 겨우 똑바로 볼 수 있었어요.  
  
 회색 콘크리크와 유리와 크레인들이 가득한 도시 속의 섬 같은 곳이더라구요.  시청을 위시한 번화가와 불과 20여 분 거리인데도 그 곳에 들어가는 버스는 출 퇴근  시간에 잠시 운행하는 버스들 뿐... 

잘 정비된 인도도 없고 보도블럭은 이리 저리 나무 뿌리에 의해 들리고 블럭 사이엔 잡초가 무성하더군요.  그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어찌 그리 우중충하던지요.   

그 장소엔 우리 아버지의 옷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잔뜩 잔뜩 났어요. 당신들과 같이 살지말라고, 편한 밥을 먹고 살자면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셨던 부모님.

이제 어떡하죠. 나... 당신들의 기대를 저버렸네요. 정말 죄송하고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그렇지만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요. 제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은혜를 모두 다 갚을 수 없겠지만 제가 가진 최선의 것으로 당신들을 사랑할게요.
  
출처
보완
2016-01-14 01:53:11
0
도저히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는 딸래미가 썼어요.
장수생들 화이팅! 취준생들 화이팅! 직장인들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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