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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흑백사진을 찍었다
게시물ID : humorbest_11573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9
조회수 : 2231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1/26 09:50:38
원본글 작성시간 : 2015/11/23 18:24:12
출처 : http://blog.naver.com/sjlove1128/220186532825
사진 출처 : http://commonhearts.tumblr.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ZR11S



6.jpg

박남준, 흑백사진을 찍었다



자꾸 뒤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강을 건너온 것은 옛날이었다
옛날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 늙어 자폐 되었다
언제였던가 꿈결처럼 다가왔던 저편의 강가
그때 비로소 강가에 이르렀을 때
꽃과 나무와 새들의 시간이 과녁처럼 가슴을 뚫고 멀어져 갔으며
날고 바래어 희미해졌던 전생의 아수라 같은 삶들이 
너무나 완강한 흑백으로 뚜렷해지던

 

누가 등 뒤에서 부른다
강에 이르는 길이 저기쯤일 거다






7.png

김남주, 사랑은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8.jpg

허연, 내가 나비라는 생각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
이 나라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에 살지 않는 것

 

내가 그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있을까
강물 속에 살아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9.jpg

공석진, 너를 어쩌면 좋으니



그리울 때마다
바다를 퍼담은 어항은
얼마나 출렁였던가

 

밀리고 썰리고
흔들릴수록 쉽게 엎질러지는
작은 물의 나라

 

그 속에 갇혀 있는 슬픔을
깊숙이서 건져내어
위로하여 어루만지네

 

상처가 덧나
흉측하게도 변했구나
만신창이인 너를 어쩌면 좋으니






10.jpg

이정하, 참새를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한 사랑은
잃게 되는 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상대의 보답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잃어버리려야 잃어버릴 것이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흥정을 바라는 사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이만큼 주었으므로
이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기대한 만큼의 보답을 못 받게 되면
사랑을 잃어버렸다고
한탄하기 일쑤인 것이지요

 

사랑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기실 사랑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착이 무너진 것이 아닐는지요

 

참새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참새가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지
자신의 새장 안에
가둬놓는다는 말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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