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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 산행.
게시물ID : humorstory_1975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사람
추천 : 3
조회수 : 6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0/09/09 17:40:35
책 읽다 밖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길래 무작정 집을 나왔네.
하루종일 뒹굴거리다 나가는거라 무릎나온 추리닝에 목늘어난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햇살이 너무 좋길래 희쭉희쭉 웃으며 걷기 시작했어.
 
아무생각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동네 뒷산 어귀쯤...
마치 다들 그렇게 입어야 되는양 모두 등산복 차림인 아줌마,아저씨들의 미심쩍은 눈빛을 뒤로하고
싱글싱글 웃으며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어.
 
대단할것 없지만 조그만 계곡으론 냇물이 흘러가고
그곁엔 행복해보이는 엄마,아빠 그리고 아이들...
학교에선 배우지 못했던 이름모를 꽃들도 풀들도 날보고 활짝 웃는것 같아서 기분 좋더라. ^_^
고등학교때 여름방학 보충수업때면 가끔 빼먹고 수영하러 왔던 폭포사도 찾아가서
사람없는 불당 한켠에 경건한 모습으로 않아 있는 부처님과 오랫만에 뵙는다며 말없이 긴 대화를 나누기도 했네.
 
내친김에 길따라 주욱 올라가보니
나도 저런때가 있었나 싶은 귀여운 어린 연인 둘이 손을 잡고 장난치며 내 앞을 걷고 있더라.
멀찍이 뒤따라가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듯 남자애는 여자애 볼에 몰래 뽀뽀하고 신나가 도망가기도 하고
여자애는 이야기하다 잠깐 한눈파는 남자애 다리를 사정없이 걸어 넘어뜨리고는 큰소리로 웃기도 하고
진짜 바라만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네들을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더라.
 
예전의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마 나도...아니 우리도 쟤네들처럼 함께 손잡고 깔깔 웃으며
아무 근사할것도 대단할것도 없는 동네 뒷산길을 걸으며 행복해 할수 있진 않을까?
 
어느샌가 고상하고 우아한 것만 찾게되고 가식적인 모습으로만 서로를 만나게 되어버린 나와 너.
어느새 너의 현실적 기준에 들지 못하게 되어버린 난 꿈을 잃어버린 젊은 시절 풋사랑의 박제로만 남게 되겠지.
 
문득 나와 함께 걷는게 힘들다고 이야기할때의 니 모습이 생각났어.
분명 처음 만났을때의 넌 쟤들보다 훨씬 더 환환 웃음으로 항상 날 반겨줬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길위에 나 혼자 서있더라.
씩씩하게 하하 웃으며 산위로 올라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저멀리 훌라후프를 돌리는 한무리의 아줌마들도...
오십견 예방하는 정체모를 기구의 손잡이를 으쌰으쌰 당기는 아저씨도...
그리고 그 가운데 어색하게 서 있는 나. ㅋ
 
밝은 빛깔의 나무위에 드러누워 힘껏 윗몸일으키기도 해보고
다른 아저씨들 하는 것마냥 큰나무에 등판을 부딫히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기도 했어.
시원하게 약수물도 한잔 마시고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며 평상에 누워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눈을 감았지.
 
누군가 이야기 하지 않았었나?
항상 좋은 생각은 희멀건 모니터 앞보단 푸른 하늘아래에서 떠올랐다고...
 
앞으로도 가끔 산에 갈까보다.
^_^
    
 
사족. 글쓰고 날씨를 보니 장마 온다네...ㅋ
        그럼 그렇지...내 팔자에 등산은 무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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