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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도우미 같은 한국 유흥문화...그리고 아버지
게시물ID : gomin_1158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dta
추천 : 10
조회수 : 572회
댓글수 : 64개
등록시간 : 2014/07/22 02:59:22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스무살이 되어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 저. 이렇게 네명의 가족입니다.

어제 고게에 올라온 '노래방도우미'에 관련된 글을 읽고 나서 몇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아니... 긴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긴 글이 되더라도 읽어봐주셨으면 합니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까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건  우리나라의 접대,술 문화, 그리고 그걸 즐기는... 50대 중반이 되셔서도 그치지 않으시는 아버지 덕분에 어머니가 마음 고생이 심했다라는 것이네요.

저희 아버지는 젊은 시절을 정말 가난하게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청년이 되셔서 사업을 시작하셨고 현재도 잘 운영하고 계십니다. 자수성가하셨죠. 그런 아버지인걸 잘 압니다. 또 가족과 함께 어딜가거나 남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때면 아버지의 지식이 픙부함을, 또 상당히 유쾌하고 주변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임을 느낍니다. 아버지는 집에서 저와 형을 친근하게 대해주시고 스스럼 없이 대하십니다. 그래서 어리광도 부리고 가끔은 버릇없게 대하고...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자수성가하기 까지에 어머니는 너무나 큰 시련을 겪었죠...
저는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절대로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 몇번이고 다짐하고 다짐했습니다. 즐거운 일을 위해서가 되었건, 우울한 일이 있어서이건 술을 하지 않겠다고요. 그 이유는... 제 아버지는 저희 형제가 어렸을 적 기억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일주일에 4번 정도는 항상 집에 늦게 들어오셨습니다. 그중에 한번은 일이 많아서 고된 표정으로 돌아오셨지만 나머지 세번은 항상 만취해서 들어오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가정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통곡을 하시곤 했습니다. 그럴때면 아버지는 " 다 손님, 바이어 대접하는거다. 사업하려면 어쩔 수 없다." 라는 말만 하시며 오히려 마누라가 남편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하셨죠. 그렇게 통곡을 하던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알콜에 의존하기 시작하셨고 (사회생활을 못할정도라던가 그런건 아니고 다른때는 멀쩡하시지만) 아버지가 늦게들어오실때면 혼자서 술을 조금씩 드시고는 흐느껴 울곤 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도 취기에 아버지에게 큰 소리를 치셨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술만 마시면 술주정이라며 대화를 거부하셨죠. 그리고 맨날 돈만 원하는 마누라 돈 벌어다 주는데도 타박한다고 그러시구요......

저희 형제는 어렸을적에는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가 그렇게 큰잘못 한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어머니가 술을 드시고 울고 소리를 지르는걸 이해 못했죠.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을 조금 알아가니, 어머니가 어떻게 30년에 가까운 긴세월을 버티셨는지....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십니다. 솔직히 그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아버지를 아직도 어머니가 사랑하고 계시다는건;; 어머니가 아버지를 아직도 사랑하는걸 이해못하겠다는 이유는....앞에 써놓은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늦게 들어 오시는 문제 외에도 문제가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할머니가 올해 저에게 그러시더군요.
"너도 니 형도 다 커서 하는 말이다만... 어머니가 전번에 울면서 친정으로 왔을때 이야기하더구나.. O서방이 부부관계를 안갖는다고"

네 그렇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부부관계를 갖지 않은지 6년은 된것 같네요...

게다가 아버지가 술에 취해 정신이 없을 때 전화기 버튼을 실수로 눌러 어머니가 전화 상으로 주위에서 들리는 여자들 웃음소리... 노래소리... 그런걸 들은적이 몇번있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전화상으로 여자소리가 들리기에 어머니는 또 울면서 술을 드시고 계셨죠. (저는 고3때였고...독서실에 있었습니다.) 형이 보다못해 어머니를 붙들고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계시다는 술집을 찾아갔더니 떡하니 20대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술을 따라주는 술집이더군요. 거기서 형이 아버지 친구들을 보며 "아저씨들은 저 나이 정도 되는 딸 있지 않으세요?!!" 라고 말하면서 아버지를 잡아끌고 술집을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참.. 그날 얘기를 들은 순간에는 형이 세상에서 제일 멋졌습니다.


이런 아버지입니다.부부관계도 갖지 않으면서도 여자들이 접대하는 술집을 가는. 그런데도 어머니는 아직도 아버지를 사랑하십니다. 솔직히 성접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아버지가 그런 짓을 안하셨기를 믿으려고 할 따름입니다.

이렇기에 제가 어머니가 아직도 아버지를 사랑하는 걸 이해 못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이런 가정이었기에 저는 절대 술을 입에 대지도 않겠다고 다짐한 겁니다. 하지만 스무살이 되어 대학생이 되니 그런 다짐은 무색해지고.. 선배들이 주는 술잔은 무언의 강요였고, 그렇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이제는 빠른년생들 있으면 술을 못시킨다며 95들만 모여! 라고 하죠... 저도 참 못났습니다. 아니 사실 술을 마신다고 잘못을 하는 건 아니죠. 그렇지만 이런 술문화가 어둡게 파고들어가보면 성과 관련된 술문화가 드러난다는데서 참 서글픕니다.

저도 어머니의 자식된 도리로서 이 상황을 바로 잡고 싶었지만... 참... 그냥 아버지에게 그런 술집을 가지 말라고 말씀드리면
아버지는 정색을 하시면서 니가 봤느냐. 무슨 술집을 말하는 거냐. 라고 하시고....

아버지에게
"아버지 그런 술집 드나드는거 아녜요? 맞잖아요. 다른데서 성적인 욕망 해소하고 오시죠? 아니에요? 그런데 왜 어머니랑 부부관계도 안갖으세요? 무성욕자에요?"
라고 패륜적인 망발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때가 있었습니다. 그럴때면 아버지와의 사이가 너무나도 어색해질 것 같아서... 또 그 얘기를 꺼내면 어머니만 더 비참해지시는 건 아닐까 해서... 입밖으로 꺼내보지 못했네요.


그런데 가장 큰 아이러니는

이런 가정의 불화가 있음에도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평상시에는 너무나 화목한 가정이고 (겉으로보나,안으로보나) 좋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잘 챙기시구요. 어머니도 아버지에게 헌신적이시죠. 그런데 저 술 접대 문화 문제만 생각하면 정말 암울해지는겁니다.


솔직히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질리셔서, 가정이 싫어서 직접 그런 술자리를 찾아다니시진 않으셨을 겁니다. 정말 아버지 말마따나 '사회생활 하면서, 남들 접대하면서 어쩔 수 없이 ' 라는게 어느정도 있을 겁니다. 저희 가족은 우리나라 술자리 문화의 피해자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남자들이면 다 그런데 한번씩을 갔다왔지." "사회생활에 불가피해." 라는 말로 합리화 하면서 좋든 싫든 그런 문화를 이어가는 행위를 그만 두었으면 합니다.

정말 치가 떨립니다. 남자가 봐도 더럽고 더럽고 더럽습니다. 치기어린 어린 청년의 눈으로 봤을때는 더욱더 흉측하고  더욱더 부조리해보입니다.

제발 이 사회. 바꾸도록. 인식부터 옳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문제로 저희 가족처럼, 고게에 글을 올리신 그 여자분처럼 상처받으시는 분들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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