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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 아주 달콤한 눈물맛
게시물ID : readers_115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욱
추천 : 2
조회수 : 2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8 14:30:21

아주 달콤한 눈물맛

“아.. 지루해... 이놈의 버스는 언제 오는 거야...”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멍하게 버스 시간표를 보던 중 원이가 묶었던 머리를 다시 풀며 물었다.

“그렇게 지루하면 들어가. 버스 언제 올지 몰라.”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원래부터 다정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헤어짐에 앞서 정을 땐다고 할까? 하여튼 평소보다 더욱 퉁명스러웠다.

“아.. 아니.. 뭐 굳이 지루하단 건 아니고..”

황급히 말을 바꾸는 원이. 원이도 여태 내색은 안했지만 내심 섭섭하긴 했나보다.

이 단조로운 대화가 있은 후, 이 낡은 시골 정류장은 한여름의 매미 때가 채웠다.

재작년, 작년 그리고 내일도 변함없는 그 지루한 소리. 한여름의 매미소리는 늘 변함없는 우리 동네를 닮아있다.

“아 맞다.. 저기..”

“어. 왜.”

긴 침묵을 깨고 원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 할머니 짐들은 다 정리했어?”

물어보는 원이의 표정은 순간 일그러졌다. 할머니는 나만의 할머니가 아닌 원이의 할머니이기도 했다.

일주일전 수업중 담임의 호출에 장난스럽게 교실문을 나섰지만, 이내 평소와는 사뭇 다른 담임의 분위기에 나는 압도 되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집에 불이 났나? 아버지가 돌아 왔나? 서울에 어머니가 잘못 됐나?“

나는 머릿속에서 수천, 수만 가지의 추측들을 해보았지만, 그중 아무것도 가장 무거운 그 진실에 근접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그저 빨리 지나 갔다.

어쩌면, 너무 빨리.

“늘 할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모조리 태워버렸어. 늘 장난처럼 말하셔서 실제로 하게 될 줄은 몰랐네..”

그때를 생각하니 헛웃음이 났다. 할머니는 일흔다섯 살 이셨다. 강산이 일곱 번이 바뀌고도 남을 긴 세월동안 이 세상을 메꾸셨지만, 남아 있는 건 겨우 낡은 옷 몇 줌과 사진 뿐 이였다.

“그.. 그러게...”

원이는 자신의 질문을 후회 하는 것 같았다.

원이는 불안하거나 후회할 때 머리를 풀고 다시 묶는다.

또다시 긴 여백이 흘렀다.

저 멀리 버스가 다가오기 시작 했다. 드디어 떠남이 실감이 난다. 내가 떠나도 이 매미 때는 변하지 않을 거다. 이 동네도 그래도 일거다. 나의 손에서 할머니를 너무나 재빠르게 앗아가던 그 하얀 손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버스가 너무 야속했다.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마지막 인사를 할 차례 였다.

“야..너...”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원이의 하얀 뺨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 이 녀석은 어릴 적부터 눈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일주일 전처럼 원이가 운건 본적이 없다.

“전화 자주하고..”

"응“

“방학 때 내려오고...”

“응”

“서울에서 새 친구들 만났다고 우리 반 친구들 잊진 말고...”

원이는 수많은 약속을 말했고, 나는 끊임없는 긍정으로 답했다.

“그리고....”

“응?”

낡은 버스의 엔진은 시끄러웠었다.

그에 못지않게 매미 또한 소란스러웠다.

여전히 버스 시간표는 쓸데없었다.

구름은 파란하늘 위에서 유달리 하얬다.

그리고, 나의 첫 키스는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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