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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아쉽긴 해도 결말에 만족합니다.
게시물ID : drama_385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니안
추천 : 10
조회수 : 48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1/16 23: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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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응칠과 응사 또한 그 시절의 문화와 청춘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극을 끌어가는 중심축은 남녀 주인공이고, 주된 사건은 그들이 사랑을 이루는 과정입니다. 
가족처럼 지내던 남녀가 어떻게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는지를 보여주며 
그 과정에서 시대적 배경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응팔은 좀 다릅니다.
제작진은 응답하라 1988 제작에 대해 언급하던 아주 초반의 인터뷰에서 
'한지붕 세가족' 같은 가족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편찾기가 있긴 하지만 주된 내용은 아닐 거라고 했죠. 


하지만 응칠과 응사를 거치며 기대치가 높아진 마니아들은 
당연히 전작과 같은 러브스토리를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만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응팔이 진행되는 내내 등장하던 불만은 이겁니다.
'도대체 주인공들을 왜 저렇게 쩌리로 만드느냐' + '서브 럽라 비중이 너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응답하라 1988이 그려내고자 하는 건 
그 시절을 보낸 '가족' 의 이야기 입니다. 

쌍문동 5인방의 가족들은 비슷한 듯 보여도 저마다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여사네가 복권당첨된 이야기나 국보급 바둑기사 이야기를 빼면 
그다지 비현실적인 설정도 없습니다. 건너 건너 아는 이웃집에 살 만한 사람들이죠.
1980년대를 보낸 중장년층들은 그 가족들 중 누군가에게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고
향수도 느끼고, 흘러간 시간에 대해서 위로도 받습니다. 

애초에 남자주인공 김정환과 여자주인공 성덕선의 사랑이야기를 그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거죠.

남자주인공 김정환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건
한 소녀를 어떻게 사랑하고, 실수하고, 어떻게 그 마음을 접는지...
우리들이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우리는..' 하고 기억하는 
아픈 첫사랑이겠죠.

여자주인공 성덕선이 보여주는 건 '자신을 사랑하는 법' 이라 생각합니다.
덕선이가 선우와 정환이를 사랑한 감정이 진짜였네 아니네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덕선이는 날 사랑해 줄 법한 사람이 누군지 생각하기 전에,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 깨달아야 했습니다. 그러려면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죠. 
언니 성보라가 선우와의 연애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나' 였던 것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설정이죠.
( 선우와 보라가 고백하고 사귀고 그러다 깨지고 다시 사귀는 과정이 
분량도 얼마 없으면서 얼마나 속도감있고 속이 다 시원하게 전개됐는지 기억하시죠? )  
 

이 둘이 1988년을 살아가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이번 응답하라 1988의 주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환이의 이야기는 나는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망설이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더 간절했어야 했다(우정을 생각해서 멈추기 전에) 
하지만 괜찮다. 이 또한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라는 결론과 함께 18화에서 마무리가 되는 거고, 

덕선이와 택이는 서로를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꿉친구' 라는 관계를 깨지 못한채 
'5년간의 쌍방 짝사랑(이게 뭔 삽질인지 ㅉㅉㅉ)' 을 안타깝게 끌어 오다가 
결국 94년도에 서로에게 응답합니다. 

상대방의 응답을 바라지 않으며 서로를 끝없이 걱정하고 챙겼기에 
운명처럼 가능했던 결말이죠. 이게 19화 마무리. 


삼각 러브라인은 이걸로 끝입니다. 
20화에서 정환이를 '사랑 싸움에서 지고 물러난' 캐릭터로 그릴 필요도 없고, 
택이를 '사랑을 쟁취한' 승자처럼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덕선-택 커플 연애씬에 결혼씬이 20화 잔뜩 채웠어봐요. 
남자주인공 정환이한테 닥빙해서 보던 
이 세상의 수많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을 추억처럼 간직한' 시청자들은 
감정적으로 농락당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20화에서 다루어진 건 선우-보라 커플이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이지만,
이건 보통의 멜로드라마처럼 '사랑의 끝- 꽉 닫힌 결말-해피엔딩' 의 의미가 아닙니다. 

사랑하지만 무뚝뚝한 성격탓에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장녀와 아빠와의 관계,
동성동본과 겹사돈이라는 불편한 관계로 엮인다고 해도 
가족이나 다름없이 여전히 애틋할 수밖에 없는 선영과 일화의 관계,
평생 물어뜯으며 아웅다웅 지내고, 살다 보니 필연적으로 소원해지게 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부모님께 무슨 일 생기시면 가장 먼저 떠오를 형제자매의 관계... 


그리고 김주혁과 이미연의 입을 빌려서 이런 메시지를 주죠.
 
지나간 청춘..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할 필요 없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지금 나름의 여유와 행복이 있다. 
그동안 우리들 참 열심히 살았다.


이런 얘기를 그려내고자 러브라인보다 시간을 더 할애했다고 생각해요. 
이러니 20화에 덕선이, 택이, 정환이 분량이 실종될 수밖에요....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택이 플래시백 장면은 좀 많이 아쉽습니다. 
'여자주인공하고 러브씬도 별로 없었으면서 왜 뜬금없이 택이?' 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덕선이와의 서사를 훑는 목적으로 지난 회차 장면들을 한 번 되짚어 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굳이 보여주지 않았어도 될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없느니만 못한. 


출처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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