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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시작도 안 했는데 지쳐요
게시물ID : wedlock_115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쀼쀼쀼
추천 : 18
조회수 : 6772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7/12/30 03: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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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혼은 안한
곧 32살을 목전에 둔 처자입니다.

요즘 저에겐 엄마가 가장 큰 고민인데요..
즐겁게 대화하다가도 이야기가 길어지면 싸움이 나요
이유는 저의 결혼때문입니다..

아주아주 긴 고민입니다 ㅠ

우선 엄마는 제가 다섯살, 둘째가 네살되던해에 이혼하시구, 다시 재혼하여 나이터울이 제법 나는 막내가 중학생이 될 즈음 다시 이혼하셨습니다.
(첫번째 이혼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친부로 인한 분유조차 살 수 없을만큼 가난했던게 원인이구요, 두번째는 엄마가 원인..)  

그러다보니 엄마의 인생이 자식의 인생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성격이 강한편이세요, 이야기하다보면 싸우는게 엄마는 엄마생각이라면서 거기에 제 생각을 말하면 화를 내시는.. 상대가 무조건 수용해주길 바라세요
 
전 큰딸이구요, 항상 마음에 엄마에게 빚진 기분으로 삽니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엄마가 이렇게 불행하게 살진 않았을거라 생각해요. 저또한 성격이 강한 편이구요. 비슷하니 싸우는거라 생각합니다. 



긴 인생 놓고 보면 별거 아니게 스쳐가는 부분이지만,
인턴부터 시작해서 십여년간 한 회사에서 있다보니
회사생활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싶다는 욕심이 큽니다.


인생선배 분들이 보시기에 어린 아이의 치기 어린 생각이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인생의 1/3을 있던 곳이니.. 이만큼 여기 오래 있었는데 뭐하나 이뤄본거 없이 없어지고 싶지 않다였어요.
주변에 결혼 출산 육아로 불리함을 본 경우를 아주 많이 보아서인지,  승진이나 성과내는 것도 싱글일때 가능한 많이 이뤄두고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남자친구도 회사생활이 바쁘구, 여유가 많지 않아요.
저 또한 그렇구요. 

둘다 결혼이 너무 급해, (여자인) 제 나이가 너무 많아 결혼을 서두르자, 이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

다만 개략적으로나마, 저나 남자친구나, 제가 승진을 하고 새로이 바꾸는 일이 적응이 되면 그때쯤 결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도 퇴사 후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여기서 저와 엄마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는데요..

1.  엄마는 남에게 베푸는걸 좋아하시는데, 아직 결혼이 구체적으로 오가지 않은 상황임에도 남자친구에게 지속적으로 선물을 전달하시구요, 엄마가 느끼시기에 그에 합당한 답례가 오지 않으면 매우 섭섭해 하세요.. 돌아오는 선물이나 감사인사가 충분치 않다고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전 아직 결혼이 구체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건 엄마도 상처받고, 상대도 부담이니 아예 해주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구요. 

엄마는 그래도 큰 사위감이니 둘째 남자친구 뭐 하나라도 줄 때 아무것도 안줄수없어서이다. 근데 걔가 하는건 마음에 안찬다 이십니다..


2. 불화가 더해 지는건, 둘째 동생의 남자친구한테도 동일하게 하는데 둘째의 남자친구는 엄마의 이상향과 아주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이라 제 남자친구와 극명히 비교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외가가 아주 끈끈한 집이구요, 아무래도 엄마의 이혼들로 인해 외가에서 저와 동생들을 사랑으로 길러주셨습니다. 외삼촌들, 이모 이모부께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선에서 효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가정사가 이렇다보니 외가 모임이 다른 집들에 비해 잦구, 모임에 대한 참석을 당연시 하십니다. 명절에도 아주 거하게 모임을 하구요.
 
동생의 남자친구분은 이런 저희 가족 문화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구요, 가깝지 않은 거리에 사시는 데도 불구하구 자주 와서 저희 집에서 하루밤을 자며 엄마와 술을 드시고는 합니다. 
외가 식사자리에도 와서 이모부 삼촌과도 술 같이 드시기도 하구요. 

 제 남자친구는 그 분과 아주 반대입니다. 찾아서 오는 성격이 아닐 뿐더러, 와야한다는 생각자체가 없어요. 저희집 같은 모임은 외가 친가 각각 일년에 한번정도가 전부라고 들었습니다. 명절에도 당일에 모여 식사만하고 헤어지는 수준이라고 하더라구요.. 가족끼리의 유대감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강하구요.
  
저 또한, 사랑하는 남자친구이나, 아직 정식 가족이 아닌데 본인이 오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억지로 오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반대입장이어도 불편할테니까요. 
가족식사때마다 오라고 하지만, 제가 열에 아홉은 전달하지 않구, 한번정도 넌지시 이야기하는 정도이구요.. 사실 그 한번도 말하면서 많이 미안하구, 낯이 잘 서질 않아요.. 우리집이 너무 과하구 별난 것 같아 늘 미안합니다.

  
엄마의 두번째 불만은 둘째의 남자친구분과 비교하였을 때, 제 남자친구는 엄마에게 소홀하다 생각하십니다.
그리구 남자친구는 오고 싶을 수 있는데 니가 전달하지 않아서 이렇게 미움받는거라고 말하세요. 가족이 되려면 자주 봐야 한다가 엄마의 지론이시구요.

자주 와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구 했으면 좋겠다. 그러며 가족이 되어가는건데 그 아이는 노력이 전혀 없다.  둘째의 남자친구는 엄마에게 문자도 많이 하구 전화도 많이 하는데 걘 한번이 없다. 등등..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몇 번 하셨어요.

전 날도 잡지 않았는데 왕래가 잦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가 의문이구요.. 제 주변 결혼한 친구, 선배, 후배 다 물어봐도 결혼전에 왕래가 잦았다는건 드문 경우라 생각하여.. 엄마의 요구가 과하다 생각합니다.




3. 그리고 전 동갑내기이구요.
그래서 엄마가 조급하지 않다 하시면서도 조급하신거같아요. 

언제 결혼하여 언제 아이 낳을거니, 니가 아예 아이를 안낳는다면 모를까 지금도 여자 나이로 늦었다, 상대쪽은 급하지 않다, 급한건 너의 나이가 급한거다, 라는 말씀을 하세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 당연히 일정부분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건 굉장히 어렵고.. 
뒤에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밀리고 싶지 않았어요.

전 곧 과장 진급 케이스이구요.
선배님들중에 육아휴직으로 때를 맞추시지 못해 몇해 누락되신 케이스를 종종 보아서, 그거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출산하고서도 다니고 싶구요, 
다만 이러한 단기적인 목표는 어느정도 이루고 그 이후에 여유롭게 회사생활을 하며 결혼을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와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고 엄마께도 저의 생각을 아주 자주 말씀드렸습니다만..

엄마는 남자친구네 집에서 결혼을 서두르시지 않는건 급하지 않기 때문이고, 니가 대접받으며 시집을 못가는 것 같아 불만이라고 하십니다. 

엄마입장에선 너무 아깝구 남자친구보다 학벌이나 다니는 회사나 빠지지 않는 귀한 딸인데(죄송합니다ㅠ엄마의 표현입니다)  이렇게 내채 내버려 두는게 못마땅하다 하십니다.

전 암만 빨라도 내년말 이후의 결혼을 고려중이에요.
미우나고우나, 막내도 군대가고 없고 둘째도 타지에서 사는터라, 저까지 시집가면 엄마 혼자 덩그러니 남을게 마음에 걸리기도 하구요. 그래서 결혼을 빨리해야겠단 생각이 더더욱 안 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밤 9시가 평균 퇴근 시간인데, 남자친구는 평균 10-11시, 게다가 주말도 거의 매주 나가는 중이라.. 얼굴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둘다 주말이면 집에서 지쳐 쉬기 바빠요. (몸이 피곤하니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비겁한 변명을 저금 더 더해볼게요..)  





위의 세 가지는 저와 엄마가 늘상 의견이 대립하는 큰 주제입니다. 이 외에도 더 많아요 ㅎㅎ

전 저와 남자친구가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는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결혼후에 엄마와 남편이 갈등을 겪는 상황이 온다면 주저없이 엄마보다 남편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후의 저의 가족은 남편이니까요..
 
남편이 이모부나 삼촌과 만나는걸 어려워 한다면 그 자리에 안오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섭섭하지만 어쩔 순 없죠. 남편에게 확대된 가족은 장인과 장모, 처제 처남이지, 처이모부나 처삼촌은 직계는 아니니까요. 잘 지내어 주고, 잘 어울려 준다면 아주 감사하지만 강요하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얘기를 들으시면 엄마는 결혼은 가족과 가족이 만나는건데, 이런 가족문화에 지금부터 적응할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결혼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연애만 해라 하시구요. 아니면 그냥 가족들이랑 동떨어져 니네 둘이 결혼 알아서 하구 알아서 나가 살아라 하세요.




근데, 결혼 승락해 주십시오 하러 온 것두 아니구요, 
저희 잘 만나고 있습니다 하며 두어번 인사 왔었구,  친구들이랑 술한잔하며 놀다가도 엄마가 술한잔하자 해라 해서 집에 온적도 있어요. 

다만 동생의 남자친구와 비교하여 볼 때 제 남자친구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일 수도 있구.. 동생 남자친구분이 제 남자친구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으니 인생의 경험 그릇이 달라서 일 수도 생각해요.  


이 모든게 종합된 근본적인 문제는,
제 남자친구가 엄마의 이상적인 사위 모습과 아주 차이가 나는 사람이기 때문이구요.. 엄마의 이상적인 바람은 엄마랑 연락도 자주하구, 부어라 마셔라 술도 마시구, 자주 들러 밥도 먹구 커피도 먹는 그런 남자친구를 바라세요. 사위도 아니구 무려 남자친구에게요.. 오지말라고 해도 오는 둘째의 남자친구와 오라고 해도 안오는 제 남자친구가 자연스레 엄마 마음에서 이미 비교가 되었구요.
엄마와 술을 마실때 아주 어려워하는 남자친구와, 엄마 친구들 모임에까지 따라가서 엄마 사랑합니다 하며 팔짱끼구 애교 부리며  술 짠짠 하는 둘째 남자친구가 비교가 안되긴 어렵겠죠.. 아주 당연하게요..

 남자친구에게 미주알 고주알 전달해선  안되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저 혼자 엄마랑 매번 부딪히는 중입니다. 

서너번쯤 외가 식사에 초대한거 어렵게 한번정도 전달하면  그냥 오라고 하면 될걸 뭐 그렇게 매번 엄마와 싸우느냐, 그냥 오라고 하면 갈테니 엄마랑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말이 그게 쉽나요..
입이 너무 안떨어져요..


 
근데 이것두 여러번 반복되니 제가 좀 지쳐요.

전 제 남자친구가 좀 안쓰러워요. 제가 잘못 처신하여 남자친구의 이미지만 나쁘게 만든 것 같아 아주 미안하구요.. 
남자친구의 평소 모습과 다른 걸 억지로 하게 해야 평균은 갈 것 같은, 이 별난 집안의 큰 딸과 만나는게  늘 미안합니다.



주변에 물어보면 저희 엄마가 보통은 아니라는 것에 다들 의견이 같더라구요.. 친한 지인은 결혼하면 넌 엄마와 좀 분리되어야 한다, 너의 집은 아주 별나다, 이런 말도 자주 해요. 저도 동감합니다..



전 제가 이 집안의 악역을 제가 제대로 맡아보겠다며 시작했는데, 결혼레이스의 문도 못 열은 상황에서 이 레이스 포기하고 싶어져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장서갈등의 씨앗이.. 

결국 엄마는 이혼하고 어렵게 자식 키운 본인의 인생은 뭐가 남은게 없다며, 니 인생은 니꺼라고 하고 엄마 생각은 고려도 안해줄거면 엄마 인생 어디갔냐며 화를 내고 오늘의 사태가 덮어졌네요.. 

 
선배님들, 제가 어떻게 처신해야 조금 더 나아질까요?


엄마랑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이상황이 나아질지 감도 안와요.

동생은 엄마가 원하는 모습을 맞춰줄수 있도록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해줘야한다고 하는데, 전 그건 벌써부터해야하나 의문이구..

 우선 엄마와 제가 싸울 때 대화법을 바꿔보려는 시도는 해 보려고 합니다. 엄마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한다, 당연히 그러실 수 있다, 이런 식으로요..

 
엄마가 어렵고 불편한 저에게 이런 경험이 있으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결혼을 포기하고 독립하여 골드미스로 연애도 하지말고 개나 키우며  사는게 나에게 맞는게 아닐까, 결혼은 사치인가, 생각이 깊어집니다.

 
출처 새벽세시 복잡한 나의 머리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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