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은 개인적인 범죄가 아니라 미정보기관이 배후에 있다."
"아폴로 11호는 달에 착륙하지 않았고, 우주비행사들은 스튜디오에서 착륙 연기를 했다."
"육영수 암살의 배후는 북한이 아니라 중앙정보부다."
"황우석은 유태인의 음모로 연구논문 조작자가 되었고 줄기세포 특허가 도난당했다."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공격을 당한 것이 아니라 좌초된 것이다."
"세월호는 모종의 세력이 고의로 침몰시켰다."
시대를 불문하고 음모론은 존재합니다.
음모론은 공식적인 설명에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질 때 만들어집니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사건 경과"를 스스로 재구성하는 것이죠.
음모론은 때때로 진실로 밝혀지기도 합니다.
특히 공식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자들이 감추어야 하는 비리가 많을 때 더욱 그러하죠.
부천서 성폭행 사건이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은 음모론이 옳았던 경우죠.
그러므로 음모론은 필요합니다.
음모론은 합리적인 의심의 결과물입니다.
음모론이라서 그르거나 음모론이라서 옳지 않습니다.
유효한 음모론은 다음 두가지 속성을 갖습니다.
1. 기존의 설명에 비해 개연성이 높다.
2. 불필요한 가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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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김어준이 파파이스에서 말한 세월호 고의침몰 의혹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고의침몰"이 사실이 되려면 "증축 과적과 운항미숙에 따른 침몰"이 거짓이 됩니다.
증축과 과적은 분명히 해운사에 이익이 생기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해운사가 할 법한 일이고, 미숙한 조타원을 고용하는 것도 비용절감이란 측면에서 개연성이 큽니다.
그런데 고의침몰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일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정국전환의 필요에 따른 인위적 사고"라는 가정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대형사고에 굳이 "정국전환"이라는 이유가 필요한가요?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과적)이나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승객방치)의 경우 원인이 분명합니다.
세월호 역시 과적과 승객방치가 원인이라는 것이 거의 분명한데, 굳이 정치적인 원인이 필요한가요?
사고 이후의 대응에 해경이 무능했고, 박근혜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사고 원인이 정국전환용이라는 음모론이 필요한 것일까요?
합리적인 관점으로 볼 때, 사고 원인이 정치적이라는 설명은 개연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설명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유용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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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필요한 것은
1993년에 290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페리호 사고 이후에 해양구난체계가 20년동안 별로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2030년대에 또다시 이런 해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상운송관리와 구난체계를 보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