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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한 시 두 편
게시물ID : readers_236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osquemadura
추천 : 10
조회수 : 292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1/17 12: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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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나는 계절을 지우는 사람이다
여름이 끝날 무렵 태어난 나를 위해
아버지는 식어버린 계절의 끝자락을 붙들며
여름의 숲이라 이름 지으셨다

그러나 정작 커다란 그 숲은
내게 내어줄 그늘 한 자리 만들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태양이 그저 미웠던 나는
여름을 피해 다니며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듯 겨울과 사랑에 빠졌다
첫눈이 내게 결혼하자 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내밀어진 손을 잡기 무섭게
그는 녹아 없어졌다

나는 짜다 만 실뭉텅이처럼 몸을 웅크렸다
입술의 떨림에 외로움이 아닌 추위를 탓했고
우는 법을 잊고 싶어 엉엉 울었다
그렇게 연신 딸꾹질을 하며
겨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짐을 쌌다

지금 내가 머무는 이곳엔 더는
여름도 겨울도 숲도 눈도 없다
다만 봄도 가을도 아닌 것들이 한데 뒤엉켜
모든 건 내 잘못이라고
귓가에 아프도록 속삭일 뿐이다

꽃이 잎을 다물고 단풍이 검게 물든다

내 계절들이 전부 사라져 간다




안개꽃


이 세상 네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를 찾아가
안개꽃 한 다발씩 안겨 주고 싶다

보고 싶었어요
말해 주고 싶다






첫 번째 시는 기형도 시인의 시(많이 위로받았던 시예요)에 나오는 문장 하나를 빌려서 제목에 옮겨 써 봤어요. 좋아하는 계절이 뭔지 이제 저도 잘 모르겠네요.

엄마가 안개꽃을 참 좋아하세요. 그래서 그런가, 저도 화려하고 큰 꽃보다는 작은 꽃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게 더 예뻐 보여요.

태어나서 꽃다발을 선물 받아본 적이 딱 한 번 있거든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받았는데, 참 고마웠어요. 중학교 동창이었던 남자애였는데, 제가 처음으로 다녔던 대학교를 자퇴한 직후에 만난 거였어요. '고생 많았어. 축하해.' 그러면서 정말 큼직한 꽃다발을 주더라고요. 아마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까 저는 누구한테 꽃다발 하나 선물해 본 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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