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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농어촌-소설편 대상작입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311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냐냐냥~
추천 : 6
조회수 : 82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0/09/10 19:10:33
프롤로그.

 연락을 받고 집에서 나와 왼쪽 골목으로 향했다. 폭이 1m도 채 되지 않는 골목엔 양쪽에 쓰레기로 더욱 비좁다. 짙은 오물을 발견하고 뛰어넘어 왼쪽으로 지나갔다. 다시 오른쪽으로 나와 직진, 왼쪽 골목으로 빠진다. 숨을 헐떡이며 마침내 발걸음을 멈춘 곳은 약냄새를 풍기는 병원이었다. 
조심스럽게 링거를 끌고 돌아다니시는 노인 분들을 피해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가 만원인 것을 보고 비상계단으로 뛰었다. 1층, 2층, 3층, 5층. 병원의 4층은 민원에 의해 죽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녀의 병실은 왼쪽으로 꺾어서 3칸을 가면 된다. 513호실, 들어간다.
 언제나처럼 그녀가 두려움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지자락을 꼭 쥐고 이던 그녀가 나를 발견한 순간 울음을 터뜨린다. “어디 갔었어요. 나는 날 버리고 가버린 줄 알았어요. 제발 떠나지 말아요.” 딸꾹질하며 흐느끼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언제나처럼 대답한다. 
“나는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소.”어린 그녀는 딸꾹질을 멈추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우리가 사랑하게 된 처음 날 기억나요? 이야기 해줘요.”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 ★ ★

나와 그대는 비가 내리는 어느 날 한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만났소. 비를 맞으며 멀뚱멀뚱 서있던 내게 당신은 방긋이 웃으며 우산을 씌워 주었소. 난 아직도 당신의 그 아름다운 미소를 잊지 못하오. 당신은 나와 우산을 같이 쓰며 말했소.「남성의 원형 탈모율이 30퍼센트나 된다는 거 아세요? 그리고 산성비는 탈모의 주된 원인이 된대요.」
당신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나는 황홀하게만 느껴졌다오. 예나 지금이나 길고 윤기 나는 검은 생머리를 아름답게 흩날리는 매력적인 여성이었지. 그때 당신은 흰색 블라우스에 갈색의 힐을 신고 있었소. 그 때 기분이란, 정말 천사를 본 것 같았지.
「무슨 남자가 그렇게 멀뚱멀뚱 있어요? 다 젖잖아요. 가까이 좀 붙어 봐요.」나는 당신의 아름다움에 말을 잃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 다행이도 우리가 타는 버스는 같았기에 나는 당신과 함께 버스에 오를 수 있었소. 지금 생각해보면 기막힌 우연이자 나에겐 더도 없는 행운이었소.
 당신은 역시나 버스 안에서도 눈길을 끌었소. 마을의 청년들은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했지. 소심한 나는 결국 내가 내릴 곳이 다 돼서까지 당신에게 말 한 번 걸어보지 못했소. 나는 결국 나에게 당신은 분수에 맡지 않는 과분한 존재라고 단념하고 버스에서 내렸소. 그런데 어느새 보니 당신도 그 정류장에서 내린 것이었소.
그때 나는 이건 하늘이 내게 주신 축복이라 생각했소. 더 이상의 행운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나는 한참이나 고민하고 뭐라고 할지 고뇌한 후에 당신을 불렀소.
「아까 우산은 감사했소. 비도 그쳤으니 어디 가서 차라도 하지 않겠소?」
 나는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당신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소. 당신은 분명 그저 우연히 같은 길을 가던 남자가 갑작스럽게 돌아서서 이런 말을 하니 적지 않게 당황했을 거요.
그러나 당신은 쾌활하게 웃었소. 지금 생각해보면 그도 그럴 것이 비가 와서 건물로 들어가자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말했으니 말이오. 내 특유의 구어체도 당신의 웃음에 큰 기어를 했을 것이오. 입에 웃음을 지으며 당신은 아주 밝게 그러자고 대답했소.
 나는 속으로 부들부들 떨며 쾌재를 불렀소. 당신이 내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시선을 조금만 내려 다리를 흘낏 보았다면 당신과 같이 있던 시간 내내 덜덜 떨리는 바지자락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오. 

 찻집에 들어가니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경악이었소.
딱 보기에도 나는 막노동을 하는 30대 후반의 남자일 뿐인데, 그대는 20대 초반의 그것도 미모의 여성이었으니 말이오. 전혀 조화롭지 않는 두 남녀가 들어오자 찻집의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쏠리는 듯 했소. 
 자리에 앉아 나는 한껏 내가 많이 알고 있는 지식인처럼 뽐내고 싶었소. 쥐뿔 아는 것도 없는 내가 지나가다가 버려진 신문에서 흘낏흘낏 훔쳐본 자투리 기사들로 열심히 소설을 지어내었소. 당신 앞에서 무식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게지.
「당신은 영국 빠리에 있는 피사의 석탑을 기울인 게 누구라고 생각하오. 그것은 그곳을 설계한 사람 탓도 아니고 건물을 짓던 도중 각도측량을 잘못한 사람 탓도 아니요. 나는 그것은 벽을 쌓는 인부가 한쪽 벽면에 너무 많은 시멘트를 발랐기 때문이라 하겠소. 내 작업은 그토록 세밀하고 깊은 주의와 경험이 필요한 고위의 직업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오.」
 당신은 내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렸소. 그러나 인자했던 당신은 결코 내게 빠리가 영국에 있지 않으며 피사의 석탑이 아니라 피사의 사탑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소. 그 후에도 당신은 나에게 이야기를 떠벌리지 않았소. 만약 당신이 어떤 이야기를 꺼내더라도 나는 이해하지 못할 테니, 침묵만이 남았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르오. 어찌됐든 우리는 녹차 한 잔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소. (물론 대부분 거짓 지식을 떠벌리는 나와 듣는 당신이었지만 말이오.)
 자리가 끝나자 나는 괜히 내가 계산하겠다고 계산서를 들고 일어났소. 당신은 겨우 1000원에 허세를 부리는 내가 우스워 보였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분명 나에게 그것은 당신에게 대한 최대한의 정성이었소. 우리들의 첫 만남은 그것으로 막을 내렸소. 나는 그날 내내 벌벌 떨면서 당신의 몸에 손끝하나 닿지 않도록 조심했소. 내가 당신의 손을 잡는 데는 일주일이나 걸렸지.

 그 다음 날의 하늘을 아주 맑았소. 나는 일을 하러 나가봤어야 했지.
나는 그때 깨달았소. 나에게 당신은 어제 하루 동안 같이했던 것만으로 내 분수에 넘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오. 나는 다시 허탈하게 단념했지. 나는 언제나처럼 버스를 탔소. 어디 비어있는 자리가 있나 둘러보는데 앉아있는 당신이 보였소. 그때 내 심장은 건축물 맨 꼭대기에서 안전장비 없이 땅을 바라보는 듯이 요동쳤소. 내 귓가로 심장의 박동소리가 울려 퍼졌고 내 눈은 가엽게도 당신의 시선을 애써 피하고 있었소. 내가 일터에 내렸을 때 당신이 같이 내렸지. 나는 그제야 당신을 바라보았소. 당신은 그날 파란블라우스와 검게 반짝이는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있었소. 당신은 한 손에 빨간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을 들고 있었지.
당신은 웃으며 내게 말했소. 「어디 보자. 일터가 이 근처에요?」내 심장은 터질 것만 같이 울렁거렸고 과한 긴장감에 내 몸은 돌처럼 굳어졌소. 「한가로우니까 그냥 당신이 일하는 걸 봐도 되죠?」 당신의 말 한 마디에 내 귀는 그 목소리를 놓치지 않을 것처럼 확장하는 듯 하였소.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 나는 애써 태연한 듯이 내 일터로 걸었소.

 나는 딱히 당신의 부탁을 거절할만한 대답을 찾아내지 못하였소. 그래서 나는 아직 철 기둥밖에 세우지 않은 건물의 죽은 뼈 위에서 위태롭게 자리 잡고 벽돌을 맞추고 있었고, 당신은 저 밑 잔디가 무성한 곳을 찾아 누워 쉬고 있었소. 당신의 시선은 나에 고정되어있는 것만 같았고 나는 마약에 취한 달인처럼 나는 실수하지 않고 반듯하게 벽돌을 쌓아놓고, 지게에 무리한 양의 벽돌들을 쌓아놓고서도 거뜬히 급조한 계단을 밟으며 휘청거리지 않고 벽돌을 나를 수 있었소. 내  막노동 인생동안 그토록 일에 활기를 띄고 웃으며 일했던 적이 없었던 듯 하오. 일을 마치고 나는 언제나처럼 자장면을 먹으려하였소. 그때 당신이 조심스럽게 손에서 도시락이 든 보자기를 풀었던 것을 기억하면 감동이 몰려오오. 난 그날이 여자가 직접 만든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순간이었소. 정말 환상적이 맛이었지.

“어? 어머니의 밥은 먹어보지 못했어요?” “…….미안하오. 잠깐 잊어버리고 있었소.”

 당신은 그때 그 귀했던 장조림 반찬과 햄을 싸왔었소. 그 정성어린 달콤한 맛이란! 키스보다 사랑스러운 그대의 정성이 행복을 안겨주었소. 동료들이 전부 나에겐 아까운 여자라면서 꼭 붙들어 잡고 놓지 말라 말하며 모여 웃었소. 나는 오전 시간만 일하는 노동자였기 때문에 그 이후 시간은 할 것 없는 백수요. 누가 먼저 가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숲을 따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소. 그 장소는 양쪽으로 촘촘히 가로수가 박혀있는 곳이었소. 몇 십 년이나 되어서 내가 두 팔로 안을 수 없는 웅장한 나무들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주고 있었소. 우리 둘은 나란히 손을 잡고 그 가로수 길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였소. 바람만이 우리를 지켜보았지.

“하지만 당신이 아까 우리가 손잡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고…….” “미안하오. 잠시 헷갈렸나보오.”

 어쨌든 몇 달 동안 우리는 행복하게 살았소. 그러나 비극은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찾아왔소. 나와 당신이 같이 있는 것을 공교롭게도 당신의 아버지가 보고야 말았지. 성난 당신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당신의 뺨을 때리고 내 멱살을 잡았소. 나는 상황을 어떻게든 설명하고자 했지만 나와 당신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본 당신의 아버지는 닭을 만난 살쾡이처럼 나를 밀어닥쳤소. 내 어떠한 변명에도 대응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당신과 나를 떨어뜨렸소.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기도 하오. 부잣집에서 원하는 거 다 해주고 귀하게 키운 딸이 어떤 부랑자 같은 녀석과 같이 있었던 것을 보았으니 말이오. 결국 당신은 집안에 갇혀 나오지를 못했소. 나는 당신 집 문밖에서 당신의 어머니에게 문전박대 당했지.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어떻게든 그대와 연락을 취하고자 방법을 구안하다가 약간 로멘틱한 방법을 찾아내었소. 당신의 집보다 높이 위치한 옆집으로 올라가 이야기를 편지로 적고 종이비행기를 만든 다음 당신의 집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었소. 물론 대부분 실패했지. 하지만 나는 무식한 사람이오. 단 한 장의 편지를 보내기 위해 수백 장의 편지를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소. 빗맞고 떨어지는 것들은 바람에 다시 날려 날아갈 때 내가 처리했으니 별 문제도 없는 완벽한 방법이었소.
 그런데 안타깝게도 떨어진 종이비행기를 나보다 당신의 아버지가 먼저 발견하시고 말았지. 「이 막노동이나 하는 놈을 그냥! 이놈! 사지를 황소에 묶어 찢어죽일 놈이!」
나는 바로 앞의 담벼락 밑에서 들은 그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하오. 고소공포증보다 더 두렵고 가난보다 더 부끄러운 목소리가 나를 짓눌렀소. 결국 나는 힘없이 주저앉아 허탈하게 웃었소. 나는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었소.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동안 망각했던 내 사회적 위치를, 당신은 저 하늘에 빛나는 달이거늘 나는 땅에서 당신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오.

“나는 어떻게 사고를 당한 거죠?”

 당신과 나는 그 일로 끝이 났소. 나는 당신에게 두 번 다시 연락을 할만한 심장이 없었소. 그렇게 몇 주가 반복적으로 지나갔소. 나는 어느 날처럼 버스를 타고 일터로 가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교통체증이 일어나더니 한참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소. 답답함에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다가 당신이 누워있던 것을 본 순간 나는 심장의 파동을 느꼈소. 약간 찌그러진 은색 범퍼 소나타. 탑승자는 30대 중반정도의 운전사 한 명과 그 옆에 앉은 여자. 당신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5m정도 떨어져 있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참 많았소. 가해차량은 목격자가 너무 많아 도망갈 시늉도 하지 않고 포기하여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옆의 검은색 벤츠는 자기일이 아니라고 무심히 지나쳐갔소. 

“의사의 말로 당신은 뇌에 심각한 충격을 받아 기억중추세포가 파괴당했다 하오. 그래서 당신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나, 왜인지 모르게 나만을 기억한다고 하오. 사랑이 들어간 반전영화에는 비극적 사랑이 어울리나보오. 슬픈 일이지.”

 나는 멀뚱멀뚱 앉아 듣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흠칫 시계를 찾아보았다. “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려. 이제는 내가 일한 시간이오. 내일 당신이 일어날 때 또 오겠소. 편히 쉬고 계시오.”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내일 다시 올 이 방을 빠져나온다. 오늘 실수한 것은 내일이면 다시 한 번, 보완되어 있을 것이다.

★ ★ ★
에필로그.
 조용한 복도 사이로 또각거리는 구두소리가 다가온다. 흰 가운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의사가 들어와 멍하니 한손으론 일기장처럼 보이는 노트를 집고 있는 그녀에게 묻는다.
“벌써 보고 계시군요. 그럼 이제 대충 상황 정리가 되셨습니까?” 그녀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본다.
“믿을 수가 없어요.” “그 일기는 누구의 명령도 없이 당신이 스스로 쓰게 된 일기입니다. 저는 당신의 이런 습관에 정말 감사합니다. 매일 기억을 잃어버리는 당신과 같은 환자들에게 매일 똑같이 자신이 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시켜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여자는 일기장을 뒤적거리다가 머리를 쥐어 싸며 신음한다.
“나는 모든 기억이 있어요.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집의 구조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전혀 잊지 않았다고요! 내 지식들, 언어, 사고능력, 판단능력 모두 정상이에요.”의사는 반문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어디고 어머니는 어떻게 생기셨는지 기억하나요?” 여자는 대답하지 못하고 울먹인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다. 

 “언제나 똑같이 설명 드리지만 당신은 우연히 공사장 아래를 지나가다가 떨어지는 철조 물에 머리를 다쳤습니다. 충격을 받고 쓰러진 당신은 공사장 바닥의 흙먼지가 날림으로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여기 도착했을 때 당신의 코와 목에는 모래가 잔뜩 끼어있었고 오랜 시간 뇌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뇌의 일부가 괴사하고 말았습니다. 진상을 말하자면, 방금 왔던 그 남자가 바로 사건의 가해자입니다. 실수로 떨어진 잔재에 당신이 맞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는 당신의 일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때문에 당신에게 대단할 정도의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도저히 사고 난 날 처음으로 만난 사이라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더군요.” 여자는 눈물을 닦으며 묻는다.
“혹시 제가 언제나 그에게 사랑이야기를 물어봤나요?” “예. 왜인지는 참 궁금합니다만 당신은 언제나 그에게 사랑이야기를 물어봤고 그는 성의껏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엔 말도 안 되고 연관성 없는 이야기로 나열되었는데 점점 완벽성을 갖추어가고 있어요. 저까지 무의식중에 그게 사실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버릴 정도죠. 오늘 실수한 부분은 분명 내일 당신에게 다시 이야기를 들려줄 때 완벽하게 고쳐져 있을 겁니다.”

 여자는 희미하게 웃으며 일기장을 뒤척거린다. “정말 내가 들은 이야기가 조금 씩 달라요. 이걸 소설로 쓰면 정말 재미있겠는걸요?” 
대충 시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 의사는 갑작스럽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 오늘도 선택의 순간이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니 병원에 꼭 입원해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갈지 여기 있을지 선택하시면 최대한 그 방향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웃으며 대답한다. “잠깐이라면, 여기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약간은 즐겁거든요.”
의사는 그녀가 그렇게 대답함과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첫날 그 남자가 오지 않았던 날을 제외하면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남자의 역할이 당신에게는 아주 큰 비중이 있었던 지도 모르겠군요. 언제나 궁금한 건데 왜 다른 이는 전부 잊어버려는 데 어째서 그 남자만을 기억하십니까?” 여자는 방긋 웃었다.
“제가 예전에 읽었던 동화에서,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뇌가 아니라 마음으로 기억하다고 하더군요.” 의사는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군요.’라고 중얼거리고 나간다.

 그녀는 오늘 일기의 마지막에 ‘내일도 그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일어나고, 그리곤 처음 만난 순간을 이야기 해달라고 조를 거다. 행복한 그의 이야기를 회상하며.’라고 적었다.
그리곤 앞의 일기 모두에 그런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실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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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주세요.

잠깐 짬을 내서 쓴 제 소설이 대상을 받았네요.
한번쯤 읽어보시고, 웃으셨으면 해요. ^^
혹시, 무언가 부족해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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