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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자퇴생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1600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JlZ
추천 : 3
조회수 : 30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7/24 00:28:16
지금은 18살이구요, 자퇴한지는 이제 1년 반 되어갑니다. 

자퇴한 이유는 중학생 때부터 앓은 공황장애 때문입니다. 

상담도 받고, 약도 먹고해서 잘 해낼 거라 생각했는데 입학식 당일부터 덮쳐오는 공포감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꾸역꾸역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택시 안에서부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다음 날 엄마와 이야기 나누고 바로 자퇴했습니다. 도저히 학교에 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퇴한 후 후회한 적이라곤 친구들이 그리울 때나 공부가 힘들 때 뿐이었습니다. 전 적어도 그렇게 믿고있었구요.

그런데 어제 평소처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 가는 버스에 탔는데 버스 안이 북적북적 하더라구요. 다 교복을 입고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순간 제가 너무 작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학생들은 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만 같은데 저 혼자서만 빛이 나지 않는 돌멩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주위에서 떠드는 소리도 점점 멀어지고 그렇게 붐비던 버스 안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주위만요. 내릴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내리고나서도 눈물이 날 것 같아 사람이 안 다니는 골목길에서 한참 울다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제가 이뤄낸 건 남들이 다 하는 대중교통 이용하기, 놀러 다니기 뿐입니다. 그마저도 아직 완벽하진 않구요. 제가 왜 남들 다 하는 것들을 못하는 건지, 힘들게 하는 건지 억울하기만 합니다. 그냥 정말 다 억울합니다. 제 시간이 너무 아깝고 아까워서 서럽습니다.

고졸 검정고시가 2주 남았는데 공부에 집중은 안 되고 이런 박탈감이 느껴지니 너무 힘듭니다. 안 되는 걸 알지만 학교에 다니고 싶습니다. 저도 친구들이 만나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교복을 입는 평범한 고등학생이고 싶습니다. 외롭습니다. 너무 외로워서 힘들어요.

털어놓을 데가 없어 여기 털어놓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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