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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재학생입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11612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yaa
추천 : 112/53
조회수 : 9892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2/04 21:26:18
원본글 작성시간 : 2015/12/04 20: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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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한다고 발표를 하자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이 단체로 자퇴서를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뉴스 댓글 등을 통해 확인되는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자퇴를 반기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죠. 오래전부터 언론을 통해 보도된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오해를 풀고 싶었습니다. 언론기사 덕분에 본의아니게 금수저가 되어버린 로스쿨 재학생의 입장에서 반대편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시존치를 찬성하시든, 사시폐지를 지지하시든 객관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 제 글이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1. 돈이 없어서 로스쿨을 못간다?

  정말 가난한 학생들은 전액장학금 받습니다. 법으로 5% 특별전형을 의무화 시켜서 정말 형편이 어렵다면 입학 커트라인도 낮습니다. 재학생의 40~50%는 장학금을 받고 다니고 있으며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지만 금수저도 아닌 경우라면 학자금대출을 받습니다. 연 이율 2.7%에 거치 10년, 상환 7년입니다. 등록금 가장 비싼 로스쿨 기준 3년간 학비가 6천만원 가량 드는데 10년간 한달 이자 14만원 가량만 내고 그 이후부터 원금상환에 들어갑니다. 등록금 6천만원 절대 싸지 않지만 저금리에 17년 동안 갚으면 되니 감당할만한 수준입니다.  

  2. 실력있으면 사시를 보면 된다? 

  사법시험 준비하다가 로스쿨 가는 사람은 있어도 로스쿨 다니면서 사법시험 붙는 사람은 못봤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법으로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애초에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표로 도입된 제도이니 만큼 로스쿨 학생들이 일단 로스쿨에 발을 걸쳐놓고 신림동 학원에서 수업들으면서 사시를 칠 수 없도록, 로스쿨 수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막아놓은거죠. 물론 로스쿨 자퇴하고 사법시험 봐서 붙었다는 사람도 있긴 있습니다. 

  3. 운전면허시험보다 합격률이 높다?

  로스쿨 졸업시 치르는 변호사시험의 원칙적인 합격률은 75%로 탈락자가 누적되어 내년 예상 합격률은 52% 정도입니다. 이대로라면 합격률은 점점 낮아져 38%에 수렴할 것이라고 합니다. 합격률 3%이던 사법시험과 비교하다보니 날로 먹는거 아니냐는 비난을 듣게 되는데 탈락하는 97%의 고시폐인을 막자고 로스쿨을 도입하였다는 점과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로스쿨은 의대, 치의대, 한의대, 간호대와 비교해야 합니다.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이 90%를 넘는다고 날로 먹는다고 하지 않듯 로스쿨 합격률 52%는 충분히 엄격한 수준입니다.  

  4. 변호사시험이 사시보다 쉽다? 

  로스쿨의 목표는 3년 교육을 통해 사법연수원 1년차 수준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은 4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법시험 1차 방식의 객관식 시험, 사법시험 2차 방식의 사례형 주관식 시험, 사법연수원 1학년 방식의 기록형 시험을 모두 치릅니다. 연수원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객관식 문제만 일부 비교하고 변호사시험이 쉽다고 하는건 '내 군생활이 제일 힘들었다' 정도의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5. 금수저들만 다니는 학교? 

  가장 억울한 부분입니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열심히 공부해온 성실한 학생들 혹은 법조인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잘다니던 직장까지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온 만학도들입니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어우러져 있으며 물론 이름대면 알만한 유명인사의 자제분도 있지만 보통 그런 친구들은 공부도 잘합니다. 요즘 서울대 신입생들의 1/3이 강남 3구 출신이라고 하는데 같은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우리는 금수저가 아닌데 하도 언론에서 로스쿨 학생들에게 금칠을 해주니 '도금수저'가 된것 같다며 자조합니다. 

  6. 로스쿨 폐지하자는 것도 아닌데 왜?

  사법시험 존치는 로스쿨을 형해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독일식 사법시험과 미국식 로스쿨은 근본적으로 달라 조화롭게 양립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 우리와 동일한 논란을 거친 끝에 지금 법무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하는 길을 선택했고 일본의 로스쿨이 여럿 문을 닫을 정도로 완전한 정책 실패로 결론이 났습니다.

  7. 실력있는 사시과 실력없는 로스쿨? 

  초기에는 맞는 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과거 1,000명에서 현재 100명으로 줄어들면서 공부잘하는 어린 친구들은 진작 로스쿨로 방향을 틀었고 더이상 신규진입 없이 로스쿨 갈 성적은 안되는 장수생들끼리 누가 먼저 합격해서 신림동을 떠나느냐의 싸움만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2017년 폐지가 예정된 시험, 많은 사람들이 합격해서 떠나간 자리에 7년째 합격못하고 남아있는 분들에게 4년의 기회가 더 주어진 것입니다. 11년만에 사시에 합격하신 분들은 정말 '실력있는 사시 출신'인가요?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로스쿨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판 여론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성적장학금은 줄이고 가계장학금을 늘리는 방안, 방통대 로스쿨 혹은 야간로스쿨을 만들어 문턱을 낮추는 방안, 로스쿨 자체적으로 엄격한 시험을 거쳐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사 국회의원이 찾아와 압력을 넣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만든 로스쿨 제도입니다. 시작한지 갓 4년이 된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시 과거의 사법시험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퇴행일 뿐입니다.  

  사안이 복잡할 때 누가 여기에 찬성하고 누가 여기에 반대하고 있는지를 보면 보다 쉽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법시험 존치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쪽은 새누리당, 변호사협회, 신림동 건물주, 나중에 전관예우를 받아야 하는 사시출신 법무부, 7년째 사법시험에 실패한 장수생들입니다. 참 흙수저와 서민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죠.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왜 새정치, 정의당은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데 새누리당과 변호사협회가 '희망의 사다리'를 내세우면서 앞장서서 피를 토하듯 사시존치를 외치고 있을까요. 참고로 참여연대는 사시 폐지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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