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달리던 내용을 다시글로 적어봅니다.
석해균 선장님을 수술하고, 매스컴에 노출될때, 많은 욕을 먹으셨다고. 명예욕에 출세욕에 쇼하는 거라고...그리고 그런 의견들이 가장 많이 나온곳이 의료계 내부에서 였다고하는데,
의사들이 언론 노출되는 거 싫어하는 이유를 딱히 말하기 쉽지 않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과로로 죽기 전 윤한덕 중앙 응급센터장은 이국종 교수를 엄청 질타했었다는 이야기가 있죠.
한사람 한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대중은 방송을 통해, 이국종 교수가 고분분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는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국종 교수가 그렇게 방송 나올적 마다 '포기했다'고 까지 말해도 제도의 구조적 문제는 왜 해결 여지가 안 보이는 거냐....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건보체계가 저 비용체계이기 때문이고, 이건 대중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공리주의적인 문제인 거죠.
비싼 신약 항암치료비 지원을 원하느냐 감기 보험을 원하느냐? 라고 물으면 대중은 감기 보험을 원합니다.
'소수의 사람이 걸리는 희귀한 질병을 위해 나의 건보료를 올리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 돈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쉽게 혜택을 줄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러한 사회적 합의를 할 기회도, 대중들이 생각할 기회 조차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의사 밥그릇'이라는 단어로 보게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밥그릇이라는 말은 논의 자체를 막아버리기 때문입니다.
돌직구 던지자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건보료를 올려야 합니다만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노인들 병원 쇼핑을 막아야 한다, 사무장 병원을 막아야 한다(사무장 병원 환수 안된 금액이 5조 가량 됩니다.)
그렇듯 새어나가는 건보재원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새어나가는 건보료는 부족한 건보료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물론 막으면 좋지만요.
부족한 건보료 때문에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 수가를 올려줄 수가 없고
이 부족한 재원으로 공공병원을 운영할 수가 없는겁니다. 적자가 날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돈을 보태길 원하지 않는데, 그럼 어떻게 해결하느냐...제 생각에 의사수 늘이는 것도 그냥 흔한 시장에 준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건보 적용 범위를 줄이고 사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도 됩니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은 그랬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의사들이 지방병원이나 응급의학과 같은 데 갈 리가 없습니다. 안되니까 모든 걸 강제하는 방식으로 할 수 밖에 없어질겁니다. 그럼 군의관이나 공보의 처럼 되는 거죠. 이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예비군 훈련' 같은 심리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는 아무도 돈을 내려하지 않으니 생기는 궁여지책인 거죠.
그래서 그냥 돌직구로 공론화 시키고, 우리 사회가 합의하는 준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나는 내가 걸릴 가능성이 낮은 중증 질환과 중증 외상을 위해 돈을 보태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많으면 감기 보험제도를 운영하면 됩니다.
하지만 본인하기 싫은 거 남에게 시키려고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일단 파업은 끝내고 공론화를 통해 합의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 밖에 안된다면 그게 바로 나의 얼굴인 거죠. 불편하지만 받아들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