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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탄]우발적 행동과 허세돋는 미팅 -1-
게시물ID : humorstory_197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ckyo
추천 : 1
조회수 : 5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0/09/13 01:01:43
에, 오늘도 어김없이 별 쓸데없는 이야기로 여러분 앞에 나섰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되도 않는 글솜씨로 뻔뻔하게 긴 이야기를 떠드냐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가끔 재밌다고 하는 분들 덕분에 이렇게 다시 키보드 앞에 앉지요. 원래 이런 짓 하는 종자들이 소심은 한데 뻔뻔하기도 해서 주제를 모르고 나대는 게 특기라 그렇긴 합니다. 

혹시 어릴적에, 이정도는.. 하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일을 꾸며본 적이 있으신지요, 가령 왜 어릴 때 유행했던 벨누르고 튀기라든가, 선생님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실 때 칠판지우개가 떨어지도록 설치를 해 둔다든가, 마트에서 쬐깐한 사탕같은걸 몰래 주머니에 집어넣는다든가 하는 일들 말입니다. 뭐 지금 생각하면 귀엽거니 할 일이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도저히 귀엽다고만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요. 꼬마의 장난은 한번이지만, 당하는 사람한테는 이 꼬마 저 꼬마 여럿이 말썽을 부리니, 머리 아픈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뭐, 이런 치기 어린 행동도 차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철이라는게 들고 점점 없어지기 마련입니다만, 이 철이라는게 참 무거운 것이라 때때로 좀 덜 들기도 하더라 이말입니다. 특히 남자라는 것들은 어린이고 어른이고 대부분 재미있는 장난에 홀라당 빠지기 마련이지요. 어린이한테 변신로봇이 만병통치약 이라면 어른한테는 번쩍거리는 사과팟 하나 쥐어주면 조용해 지곤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요새는 변신로봇대신 전기쏘는 노란쥐 같은게 인기라는걸 보고 세월을 좀 실감하긴 합니다만. 남자의 로망이 로봇에서 인형으로 넘어가는건 참 가슴아픈 일이군요. 어쨌거나, 이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어른이 되어서도 '우발적 행동' 을 가끔 하고는 합니다. 요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싶은 마음에 말이지요. 근데 이건 비단 오늘날만의 일은 아닙니다. 옛날에도 이런 우발적 충동에 따른 행동이 종종 있었드랬지요.

옛날 한 마을에 도둑선배와 초보 도둑이 있었습니다.  이 초보도둑이 선배에게 도둑질을 배울 때 들은것이, 물건을 훔치다 걸리면 어머니가 병환에 걸려있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잠깐 우발적 충동때문에 한 짓이니 용서해달라고 하면 적당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배웠지요. 그래서 처음으로 도둑질을 써먹어 보고자 들어온 집이 이거 뭐 훔치려고 하니 텅 빈 곳간에 이불도 홑겹에 다 낡아 떨어진 이불. 방에 걸려 널어진 속옷 저고리마저 때에 쩌들어 있는 엄청나게 가난한 집인겁니다. 그러니, 초보도둑은 이걸 훔쳐야 할까 말야아 할까 심히 고민이 되는 것이지요. 아니, 도둑질을 하러 들어왔더니 도둑질을 하는 자기보다도 못 사는 녀석집에 들어와 버리니 어찌 바보같은 일입니까. 이걸 털어 말어 하며 고민하고 있던 그 때, 끼익 하고 문소리와 함께 사람 발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당황한 도둑은 그래도 도둑이름이 있지 뭐라도 훔쳐야 겠다 싶어 속옷을 움켜쥐고는 일단 벽장안으로 숨습니다. 숨을 죽이고 있으니, 곧 이어 방문이 열리고는, 남루한 차림의 농꾼 하나가 들어오지요.

"어이구 덥다.. 젠장, 아직 추수도 안되는데 그놈의 집 주인은 세를 내라고 난리를 치나.. 에이 그지같은.. 응? 뭐야? 내 속옷이 어디갔지? 허 참, 도둑이 들었나보군. 아니 훔쳐갈 게 없어서 속옷을 훔쳐간단 말인가? 그것 참 못난 도둑이로구만. ....가만있자. 옳거니! 도둑이 들었으니 집 주인에게 집세를 도둑맞았다고 하면 되겠구나!! 아이고 좋아라, 그러면 당분간은 집세 걱정은 하질 않아도 되겠구나!"

그리고서는 농꾼은 잽싸게 방문을 열고는 주인집을 찾아갑니다. 벽장속에 있던 초보도둑은 어이가 없었죠. 그도 그럴것이, 자기는 고작 속옷하나 훔쳤을 뿐인데 집세라니, 아니 땡전 한푼이라도 보였으면 말을 안하는데 이런 돈도 안될 냄새나는 속옷하나 가지고 집세를 훔쳐간 누명을 쓰자니 영 억울한겁니다. 화 가난 도둑은 이왕 이렇게 된거 집안 살림을 싹 거덜내겠다며 없는 살림에 있는 무명이불도 챙기고, 먹던 죽그릇마저 싹 비워버립니다. 근데 이 도둑도 참 바보같은게, 빨리 그 집을 떠났어야지 집주인과 농꾼이 돌아올때까지 거기서 그러고 있었더란 말입니다. 다시 들리는 문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는 이번에도 벽장에 들어가 숨어버리지요.

-쿵탕 쿵당

"들어오시지요 집주인님, 아이고 제 집에 도둑이 들어버렸지 뭡니까, 제가 오늘 꼭 집세를 내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집세 뿐만이 아닙니다! 이것 저것 다 털어가 버렸습죠!"

농꾼은 입에 침조차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습니다. 그런 그를 보며 집 주인은 피식 웃고는 말하지요.

"허어 그런가.. 그것 참 안됬구만, 그렇다면 말일세, 도둑맞은 것들을 싹 대어보게나."

"네..네?"

"홀랑 다 털어갔다고 하지 않았는가, 관아에 알려야 하니 말이니.."

당황한 농꾼은 말을 더듬기 시작합니다. 그도 그럴게, 뭐 훔쳐간 게 있어야 말을 하지요. 자칫 잘못 말했다간 거짓을 고한 자신이 포승줄에 걸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갑자기 사색이 되어 주인집에서 손사래를 치며 말하지요.

"아.. 그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그러자 주인집은 그럴수는 없다며 그를 캐묻습니다.

"그럴수는 없지 않는가, 관아에 알리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방을 붙이니,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도 있네 그려."


"아... 어 그..그게, 그럼 그냥 찾아다 주는 겁니까?!"

순간 농꾼의 머리를 강타하는 재치! 만약에 잃어버린 물건을 적당히 꾸며대면, 공짜로 큰 재산을 얻을 수 있을거란 기분이 드는겁니다. 그래서 그는 일단 아는대로 갖고싶은 물건들을 말하기 시작하지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지, 자네가 잃어버린게 뭐라고?"

"아, 그렇게만 되면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어디보자, 일단 잃어버린게... 낡아빠진 제 속옷 한벌을 부탁드리겠습죠."

"이보게, 그런걸 관아에 부탁할 수 있겠는가? 다른건 또 뭘 잃어버렸는가."

"어.. 그, 그렇다면 이불은 어떻습니까요?"

"그 도둑놈 참 커다란 것도 들고 갔구만! 어떤 이불인가?"

이불이라고는 낡아빠져 구멍난 이불밖에 없는 농꾼은 뭘 말해야 할지 몰라 일단 주인댁 이불을 물어봅니다.

"어..그 그게.. 주인 어른 댁은?"

"우리야 고급의 당초 무늬지."

"그럼 저희도 고급의 당초 무늬습죠!"

"그렇게 따라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럼 안쪽은 뭘로 되어있는가?"

"안쪽 말씀입니까? 저 안쪽은 막다른 길입죠."

"누가 자네 집 골목 안쪽을 말하는가? 이불안쪽이 무슨 천으로 되어있냐고 묻는걸세!"

"아.. 주인어른댁 이불은 그럼.."

"우리야 질기고 따뜻해 배탈이 나지 않도록 엷은 남색 무명이 들어있지."

"저희도 질기고 따뜻해 배탈이 나지 않도록 엷은 남색 무명이 들어있습죠! 그리고.. 띠도 하나, 신의주에서 나간다는 질기고 튼튼한 안쪽이 엷은 남색 무명인 띠가 있습죠. 그리고 또 칼이 한자루, 안쪽이 엷은 남색 무명인.."

"아니 이사람아, 띠나 칼에 무슨 안쪽이 있단 말인가?"

주인집과 농꾼이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이어나갈 무렵, 도둑은 도저히 참다 참다 못해 벽장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아니, 이 냄새나는 속옷과 먹다 만 죽그릇, 그리고 안쪽에 천이라고는 없는 구멍난 이불밖에 훔친게 없는데 집세부터 시작해서 고급 이불에 띠에 칼까지 누명을 씌우려 하니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 인간이 아까부터 가만히 듣자듣자 하니까! 야 임마, 엷은 남색 무명은 무슨 얼어죽을 엷은 남색 무명이냐! 내가 훔친거라곤 이 샛누런 속옷이랑 구멍난 이불, 먹다 남은 죽그릇 밖에 없는데!"

그러자 주인집은 놀란 얼굴로 도둑을 바라보며 묻지요.

"아니 자네는 도둑놈 아닌가? 이런 뻔뻔스런 놈이 있나?"

그제서야 도둑은 제발이 저려 급히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조아리며 통곡하기 시작합니다. 

"아이고 그렇습니다요, 사실 어머니께서 3년이 넘게 병환이 있으셔서, 좋은 이불이라도 가져다 드리려는 마음에 잠깐 우발적인 행동을 했습죠. 아이고 흑흑흑.. 이렇게 눈물을 철철 쏟으며 말을 하면 봐 주시는..앗차!"

바보같이 변명을 배운대로 다 해버리는 도둑을 보며 집 주인은 어이가 없어 허허허 웃고는 묻습니다.

"허허, 자네는 아직 도둑질이 서투른 초보도둑이로구만. 우발적으로 그런 것이라면 뭐 한번쯤 봐 줄수도 있는 일이지 않겠는가. 그보다 말이네, 이보게! 김씨! 자네도 자네야! 왜 내게 관아에 가 그런 거짓말을 할 뻔 하게 한 건가?"

그제서야 농꾼 김씨는 사색이 되어 도둑옆에 무릎꿇고는 "저도 잠깐 우발적 충동때문에 그랬습니다요 흑흑.." 이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참 바보스럽지요. 어차피 들킬 뻔한 거짓말을 하는 바보들의 모습에 피식 웃게 되곤 합니다. 그런데, 예상하시다 시피, 제 주변에도 바로 이런 '우발적 충동에 따른 해프닝이 하나 있었지요. 바로 제 친구 다섯이서 나갔던 미팅에서의 일입니다.

우리 다섯중에는 키도 작고 살집도 큰, 안경쓴 친구 하나가 있었습니다. 미팅을 나가면 언제나 폭탄소리만 들어 미팅 끝나고 소주 한잔 기울이며 힘내라고 해 줘야 했던 친구요. 아, 이런 시간이 다 됐군요. BMW로 살렸던 우리 친구의 미팅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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