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그를 만나기 전까진...
내가 비록 프로게이머 정도 되는 수준의 게이머는 아니지만
그를 본 순간
나는 프로게이머였다
그는 트롤이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게임에 임하며
우리팀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이끌어가고있었다
그는 가슴에 비수가 꽂히도록 비방을 받아도 마땅했지만
그의 너무나도 여리고 낙천적인 인성이 그를 비방으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아... 님 그럴때는 거기 계시면 안되죠.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면 안돼요~(ㅂㄷㅂㄷ)"
그는 오로지 해머상사만을 한다
그의 말하기를 "제가 다른건 잘 못하지만 그래도 해머만은 제일 잘해요 ㅎㅎ"
그는 스타2를 즐겨하는 유저인것 같다
매번 안한다고 대답을 해주는데도 깜빡하고 계속 물어본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해머상사가 스타크래프트마냥 공성모드를 해놓으면 지상최강병기인줄 아나보다
빠대가 끝이나고도 지치지 않고 상대를 찾는 그를 보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저는 이제 나가봐야겠어요"
경험치 더 받으려고 괜히 친추 해놔서 나의 자취가 그에게 드러나게 되었다
파티를 나가자마자 그와 친구를 끊었다
다음날 시공의 폭풍에 들어와 즐기고 있는 와중에 귓속말이 왔다
"님 같이 해요"
소름 돋았다
내 닉네임이 너무 외우기 쉬웠던 탓인지 그는 나를 직접 찾아낸것이다
그 이후로도 계속 매번 접속을 할때마다 그는 나에게 폭풍의 영웅들과 싸우자며 개인 채팅을 해온다
남들한테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는것같다
오늘도 두려움을 안은채 배틀넷에 접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