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는 여전히 그 영상으로 인한 사망자의 소식이 흘러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퍼진 그 동영상을 보지 않기를 다시 한번 권고하며..."
딱히 달라질 것도 없는, 그저 형식적인 내용의 안내 문구만이 텔레비젼 한 구석에 흘러나가고 있었다.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지난 달 초에 처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 영상이 올라간 후, 영상을 본 사람들이 대부분 미치거나, 혹은 간혹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튜브 측에서는 그 영상을 지웠으나, 이미 그 영상은 호기심 많거나, 악용하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녹화되어 다시 업로드 되거나,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심지어는 테러리스트들이 영상을 입수해 대형 테러를 계획중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소문 또한 떠돌았다.
잭은 주머니에 손을 꼽고 얼어붙은 강둑을 지나가고 있었다.
"염병, 날씨 한번 빌어먹게 춥구만."
5년 전에 산 오리털 파카는 이미 군데군데에서 오리털이 삐져 나오고 있었다.
심심하다고 뽑아대는 바람에, 이제 오리털이라고 할 것은 거의 남지 않았다.
파카를 부여 맨 체, 사람들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는 텔레비젼 가게를 지나며, 잭은 생각했다.
"쳇, 뭔 영상 하나를 본다고 사람이 미쳐? 무슨 스탈린의 정신 무기도 아니고..."
집에 돌아온 잭은, 방 구석에 파카를 대충 던져놓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사실, 그 또한 영상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굴뚝같았다.
컴퓨터 관련 어쩌고를 하는 친구에게서 부탁해 영상 또한 구비해 놨다.
스스로가 용기있다고 늘 자만하는 잭으로써는, 그런 영상을 보고 당당하게 거리를 멀쩡히 걷는 것만큼 꿈같은 일도 없었다.
만약 제정신으로 영상을 보고 걸어 다닌다면 다들 그를 우러러 볼 것이라고 말이다.
"잭! 빨리 월세 내라고!"
"아, 알겠습니다. 알았다고요!"
월세를 독촉하는 집주인 칼튼 부인에게 소리를 꽥 지른 잭은, 책상에 놓인 감자칩을 신경질적으로 뜯었다.
내가 그 영상을 보고도 멀쩡하다면, 메스컴도 타고, 유명인이 되서 돈도 벌게 될 것이다- 거의 이를 가는 수준으로 감자칩을 씹으며 그가 생각했다.
결국, 용기와 야망으로 무장한 젊은 청년은 오늘 밤에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정이 조금 지난 무렵, 잭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대비해, 사놓고 신제품이 나오는 바람에 처박아 둔 휴대용 플레이어에 영상을 넣는 철저함까지 보였다.
잭은 이불을 치우고, 드디어 영상을 틀었다.
MIND.avi
단순한 이름을 가진 파일을 떨리는 손으로 누른 잭은, '영상이 재생됩니다.' 라는 문구가 뜨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재빨리 기계를 뒷면이 위로 가게 화면을 침대에 대버렸다.
순간적으로 느낀 자신의 감정에 겁이 났던 것이다.
기기를 뒤집어 놓은 잭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정말 보면 미쳐버리는 걸까?
살짝만 보면 문제없지 않을까?
그러다가 재수없어서 죽기라도 한다면 어쩌지?
영상 따위가 설마...
호기심에 굴복한 잭은 결국 영상 재생기를 다시 뒤집었다.
거기에는 그저 눈알 하나가 있는 영상이 있었다.
빠져나온 눈알이 아니라, 아직 눈구멍에 들어간 눈알이 가끔씩 상하좌우 움직이고 있는 영상일 뿐이었다.
"뭐야, 그저 좀 희안하게 생긴 눈알이잖아?"
안도감이 몰려온 잭은 갑자기 허탈하게 웃기 시작했다.
조금 꺼림직한 영상이긴 하지만,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는 게 그런 그의 꺼림직함을 덮어주었다.
다음 날, 잭은 단골 레스토랑에서 친구 세명과 함께 식사를 하며 자신의 영웅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정말이야, 잭?"
"그렇다니까, 티나. 그저 별 거 아닌 영상이더라고."
친구들 중 유일한 홍일점인 티나에게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잭이 밀크셰이크를 들이마셨다.
"어이, 근데 그거, 무슨 내용이야?"
"하, 궁금하면 네가 직접 보던지."
"난 죽기 싫다, 잭."
"그리 겁이 많아서 어따 쓸래, 매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하던 중, 잠자코 샌드위치를 씹던 케빈이 입을 열었다.
"근데, 그거 혹시 뭐가 더 있는거 아니야?"
"뭐가?"
"그런거 있잖아, 숨겨진 정부의 세뇌 암호라던가.."
"야, 그럼 정부에서 보지 말라고 뉴스까지 내보내겠냐?"
"그런가...아무튼 불안하긴 하다."
"자식, 괜히 질투나서 그렇지?"
"그런 거 아냐."
호기있게 받아친 잭이었지만, 케빈의 말이 살짝 거슬리기는 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운 잭의 머릿속에 친구들이 말이 맴돌았다.
' 내용이...'
'무언가 더 있을 수...'
'세뇌 암호...'
'불안하다.'
"젠장할, 왜 사람 불안하게 헛소리를 지껄이고들 그러는 거야."
불안감이 든 잭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 무언가 숨겨진 걸까?
갑자기 흑백 고어 영화처럼 면도칼이 검은자를 갈라 버리는건 아닐까?
펑 하고 터진다면...
왜 갑자기 내 눈이 신경쓰이지?
간지러워.
혹시 그 영상의 눈이 내 눈은 아닐까?
엄청난 상상과 망상들 속에 파뭍힌 잭은, 하룻밤을 꼬박 샜다.
3일 후.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칼튼 부인."
"별말씀을요. 성격이 좀 까칠하긴 했지만, 괜찮은 청년이었는데..."
"아무래도, 영상 때문 같군요."
"영상이요?"
형사는, 주위를 한번 슥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요즘 뉴스에서, 정체불명의 영상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시청한 사람은 정신적인 문제 및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지금 저 친구가 중얼대는 말을 봐선...아무래도, 영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휴, 불쌍한 녀석..."
경찰관들의 손에 이끌려, 잭은 경찰차에 탑승했다.
"불안해...불안해...잘려질거야...으깨지고 터질꺼야...지켜야해, 내 눈..."
경찰관들이 잭을 데리고 사라진 후, 칼튼 부인은 잭의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람?"
꽤 괜찮아 보이는 전자 기기를 주운 노부인이 중얼댔다.
"아직 쓸만한 건데...아쉬운 대로 내가 챙겨야 겠구먼."
블라우스 주머니에 플레이어를 집어넣은 칼튼 부인이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손주가 좋아하겠는걸?"
작가의 한마디 : 잠자다 꾼 꿈을 메모장에 기록한 후에, 마침 븅신사바 이벤트가 열려 한번 써봤습니다.
다음 응모작 또한 자다 꾼 꿈을 가지고 기록할 예정입니다. 몇 가지 중에 골라 작성할테니
기대해 주세요!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소녀상을 지킬 것입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