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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몀박그네 검찰권력의 본질
게시물ID : sisa_654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ggxgxfx
추천 : 3
조회수 : 3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24 17: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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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섭 칼럼] 괴롭히고 겁주기하는 검찰권 행사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거세게 일어나자, 정부는 파동의 진원지로 <피디수첩>을 지목하고 제작진을 고소했다. 수사를 맡은 임수빈 부장검사는 무죄가 명백하기에 불기소로 매듭짓고자 했다. 그러나 검찰 상부에서는 무조건 기소하라고 압박했다. 임수빈 부장은 사표로 맞섰다. 이후 재편된 수사팀은 피디수접 제작진을 기소했다. 재판은 예상대로 무죄였다. 그런데도 검찰은 항소하고 상고했다. 사건은 40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다.
이뿐이랴.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도 무죄-무죄-무죄로 확정되었고, 미네르바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주진우·김어준씨의 경우도 유사한 궤도를 밟고 있다.
무죄가 명백한 사건을 기소하는 그 자체가 검찰권의 심각한 남용이다. 무죄판결에 대해 상소를 거듭하는 것은 검찰의 오기와 무능력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런 어리석음을 왜 거듭하는가. 무능한 검사가 불이익은커녕 오히려 출세하는 건 또 뭔가.
시민 개개인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 요구만 받아도 잠을 못 이룬다. 피의자로 심문당하면 고립무원이다. 정치적인 표적사정에 걸린 사람에게 검찰은 캄캄한 절벽이다. 구속하겠다는 압박 앞에선 제대로 버텨낼 방도가 없다.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불안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무죄판결을 받아도 기쁨은 잠깐뿐. 검찰은 항소하고 또 상고한다.
피의자, 피고인의 괴로운 심리를 악용하여, 처음부터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의도로 검찰권을 남용할 때 최악의 인권유린이 생겨난다. 정치검찰의 경우 무죄판결도 개의치 않는다. 반대편을 괴롭히자는 숨은 목적을 이뤘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오싹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검찰은 정권에 밉보인 사람을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시민들을 위축시킨다.
항소심 판결까지 이른 주진우·김어준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1심에서 시민배심원들이 무죄평결을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일단 무죄판결이 내려지면 검찰의 공소유지가 실패한 것이므로 검찰 항소는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더욱 집요하게 상소한다. 당사자가 느끼는 괴로움은 안중에도 없고 ‘고생 더 해봐라’는 게 검찰의 속셈이라면, 이는 오기를 넘어 사악함에 이르는 것이다.
최근 검찰의 오만함은 무죄판결을 받아낸 변호사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데서도 볼 수 있다. 변호사의 변론활동에서 뭔가 꼬투리를 잡아 징계신청을 하거나, 심지어 형사처벌까지 고려한단다.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검사와 맞서는 투사의 역할도 해야 한다. 무죄판결이 나오면 변호사는 승소하고, 검사는 패소했다. 그런데 패소한 검찰이 변호사에 대해 법정 밖에서 티끌을 찾아내 칼을 뽑는 건 억지스럽다. 보복형 표적수사를 통해 변호사를 괴롭히려는 그 노력을 돌이켜, 수사-재판 과정에서 저지른 자신의 들보 같은 잘못이 무엇인가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일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은 바닥을 친 지 오랜데, 최근엔 이를 만회하려는 노력조차 없다. 최근 정윤회씨 등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받아쓰기 수사에 그쳤다”는 조롱까지 받는다. 이같이 검찰 불신을 가중시킨 수사로 인해 검찰은 의기소침해지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 신뢰가 낮을수록, 정권 쪽의 신뢰는 공고해진다. 충성에는 보상이 따른다. 그 보상이란 개인적인 영달과 함께, 조직적으로는 검찰의 기관이익을 확장시켜 준다.
 
검찰권 행사의 공식 목적이 당사자 괴롭히기일 리는 없다. 신임 검사들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울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선서한다. 검사윤리강령에도 “검사는 공소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렇듯 검사는 정권의 보위자가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로 임해야 한다. 사람 괴롭히기가 목적인 수사, 더욱 괴롭히기 위한 상소, 시민을 위축시키기 위한 검찰권 행사, 이런 행태로 신뢰와 존경을 얻기란 요원하다. 검찰의 위기는 정권의 위기를 초래하고, 함부로 휘두른 칼날은 자신을 향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에 더욱.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741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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