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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랑.
게시물ID : travel_166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몽몽냐옹
추천 : 1
조회수 : 2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26 23: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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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elbourne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는 흥분으로 가득차서, 이리 저리 멜번 시티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유럽에서 많이 보았던 조각상 흉내를 내는 행위예술가를 보고 있었을 때, 그가 말을 걸었다. 
 -Is it real? 
 -No. He is just an artist. 
 그렇게 우리는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가 30살이며 건축가이며 한국인과 중국인 룸메이트와 함께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차이나 타운에 가서 디저트를 먹었다. 사실 그가 샀다면 부담스러웠을테지만 그는 그런면에서 나에게 부담이 된다는 걸 아는 남자였다. 솔직히 그는 나의 타입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영어로도 대화가 편했고 그는 내 영어가 간결하고 알아듣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가이드를 자처했다. 번호를 물었고, 호주 번호를 주었다. 하루에 한번, 그에게 문자가 왔다. 카지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을 보자느니, 자신의 중국인 룸메이트 커플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느니 따위의 문자였다. 물론 만나지 않았고, 닉을 원했다. 닉은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학생이었다. 그는 똑똑하며(로스쿨에 입학한다.) 매우 모범적인 남자였다. 여자를 공주처럼 위할 줄 알고 세심한 면이 있었다. 조금 뚱뚱했지만 나는 그가 좋았다. 그는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 또한 그랬다. 자상하고 지적이며 아들과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다. 못하는 영어로 대화하려고 시도하는 나의 모습을, 그녀는 매우 좋아했다. 그녀는 쉬운 영어를 쓰려고 노력했으며 가끔 유머로 나를 웃기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가 그의 아들과 함께하길 바랐다. 졸업 후에 꼭 호주에 와서 살라고 몇번이고 말했다. 그의 집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이틀간 캠핑을 했다. 그와의 캠핑은 그리 낭만적이진 않았지만 행복했다. 밤에 그와 장작불 곁에서 손을 잡고 입 맞추는 것, 그가 구워주는 마시멜로우의 달디 단 맛. 맥주를 마시다가 우연히 본 하늘의 쏟아질 것 같은 별빛까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그런 추억들이 한꺼번에 지나갔다. 매캐한 그 장작불의 향기를 다시 맡을 때면 그와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In sydney 
 시드니로 날아갔을 때 미칠듯이 외로웠다. 나는 닉이 생각났지만 그는 연락이 없었다. 나도 딱히 연락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의미없이 계속되는 연락이 얼마나 우리를 파괴시킬 지 나는 알고 있었다. 데이비드로부터의 연락은 꾸준했다. 그는 내가 말도 없이 시드니로 떠난 것에 대해 실망한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시드니로 오겠다고 했다. 부담스러웠다. 그때부터 그의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수많은 문자와 전화는 도를 넘어선 집착이었다.  In Darwin 
 다윈에 도착했을 때 미칠듯한 습함과 퍼붓는 비가 불안감을 조성했다. 여기서 나는 더욱 외로워지겠구나. 그 때 그를 만났다. 마크는 파일럿 수련생이고 나보다 한살 연상이다. 자동차사고로 목뼈가 부러졌었지만 회복했고 그래서인지 말랐다. 그는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 했다. 그는 물리학과 의학에 관심이 많있다. 그의 엑스가 중국계 호주인이었고 매우 똑똑했기에 그는 나를 골랐던 것 같다. 처음엔 그저 잘생기고 마른, 키가 너무 큰 사내였다. 하지만 그와 있을 때 나는 조금 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는 나를 공주처럼, magical perfect gorgeous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했다. 그가 좋았다. 나는 아무래도 그동안 내 남자친구들이 못생겨서 그렇게도 표현에 인색했나보다. 그는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한국에 남겨진 내가 상처받을 것을 생각했다. 대답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 그가 보고 싶다. 나는 그와 있는 동안 한순간도 빠짐없이 붙어있었다. 그는 나와의 섹스에서 너무도 빠르고 너무도 잘 부드러워졌지만, 그래서 미안해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를 (아마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는 입냄새가 심했다. 커피를 좋아하고 담배피는 것을 좋아해서 구강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모든것이 나에게는 참을만했다. 틀림없이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일 나는 다윈을 떠난다. 떠나기전 다시한번 그에게 말해볼 참이다. 정말로 내가 떠나도 좋은지. 떨어져 있다해도 나와 계속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는지. 잘 모르겠다. 복잡하다.  결국 그와 스카이프로 대화하다가 비행 날짜를 바꾸었고, 이토록 지루한 마을에서 두 밤을 더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그와 함께 하고 싶었기에, 기꺼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였고,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가 행복하다기보단 조금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하는 걸까 생각하며 조금 아쉬운 이별이 나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아마 바쁠거다. 내일도 낮밖에 안되겠지. 그리고 내일 모레도 짐을 싸느라 바쁘겠지. 조금 슬플거고 눈물이 나겠지, 혼자서. 그런데 혼자 흘리는 눈물보다 둘이 흘리는 눈물이 나았을까? 
출처 지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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