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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게시물ID : panic_859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약은안합니다
추천 : 3
조회수 : 151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1/27 01: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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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문닫는 소리가 고요함을 찢었다

사내는 떨어진 담배를 사기 위해

쓰레빠를 질질 끌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땡.

후지고 둔탁한 가짜 종소리

낡은 임대아파트의 나이만큼이나 늙은 엘리베이터는

가끔씩 고장나고 이상한 소리까지 났다




한 평도 안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던지고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모든 엘리베이터 층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 어떤 씨봉새가...'


제일 꼭대기 층인 사내의 집이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웠기 때문이었을까

이런 경우까지 겸허히 받아들일 정도로 사내는 착한 성격이 아니었다


 '염병 이젠 하다하다 별'


신경질적으로 닫힘 버튼을 눌러댈때마다 입에서 육두문자를 뱉어냈다






땡.

욕지기도 귀찮아진 사내는 반사적으로 닫힘 버튼을 누르려다 멈추었다

멀쑥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문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반쯤 불이 켜진 버튼들을 보고는 이내 사내를 훑어보았다

사내도 다시 신경질적인 제스처를 담아 닫힘 버튼을 눌렀다



땡.

한복을 입은 할머니와 정장을 입은 중년 신사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어째 오늘은 혼자인가"


 "착오가 있었나 그렇게 되었네"


두 신사의 대화에 잠시 멈추었던 손이 다시 닫힘 버튼을 눌렀다




땡.

사내의 눈은 휴대폰 화면 속 가십을 쫓으며 기계적으로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을 때였다


 "저기... 자네는 여기서 내려야 하는것 아닌가?"


중년 신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사내의 시선이 휴대폰 화면에서 엘리베이터 전광판으로 이동했다

전광판에 다소 음침한 불빛으로 B1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내는 무엇을 말하려다 말고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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