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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59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헤알로
추천 : 7
조회수 : 152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1/27 14: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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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선생님 늘 제가 솔직하지 못하다고 서운해하셨죠?
 오늘 한번 말해볼게요.그런데 선생님 춥진 않으세요? 아무리 빈 병실이라도 바람도 들어오고 어두운데... 
암튼 이야기할게요.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그저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줄 알았죠. 다른 감정이요? 뭐..이상하다는 것 정돈 느꼈어요.아무리 어렸어도 중학생이었고 뭐가 도덕적으로 잘못된건지 옳은건지 정도는 어느정도 알잖아요. 제가요,좀 그런 가정이었거든요. 툭하면 집안가구들이 부서지고 유리가 깨지고 반찬들도 많이 바닥에 버려져있었어요.전 늘 울기만했고 제 앞에는 힘없이 누워만있는 엄마가 보였고요. 
누가 그랬냐고요?
자식이라곤 저와 언니 둘뿐인데 저희가 그랬겠어요?
 아빠가 그랬죠,뭐.웃긴게 아빠가 밖에서는 꽤 좋은 사람같더라고요.술도 사주고 운동도 같이 하고 놀러도가고 아주 가정적인 남편으로 이름이 났더라고요. 집안에선 엄마를 죽도록 패는 개새끼인데 말이죠. 
중1때였나? 또 싸움이 터졌는데 이번엔 아빠가 저보고 깰 그릇을 갖고오라고 하더군요.안갖고오면 절 죽이겠다고 협박해서 집안 그릇은 물론이고 화장품 용기까지 다 가져다줬어요.그리고 그날 집안은 온통 깨진 그릇 천지였구요. 
이런 얘기만 하니까 지루하시죠? 그럼 다른 얘기를 해볼게요. 집안마다 체벌이 있잖아요.잘못하면 몇대씩 맞는거요. 이건 제가 더 어렸을때 일인데요. 아빠가 저금통을 깨서 그 돈으로 뭘 시켜먹었었어요.근데 그게 언니 돈이었거든요.저는 그걸 언니한테 말했죠.물론 장난식으로요.근데 그걸 아빠가 어떻게 알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빠가 안 날 저는 옷걸이로 사정없이 맞았고 온몸에 피멍이 들었죠.이게 그렇게 잘못한 일이었나요? 스케치북에 그림 하나씩 매일 그리지않아도 맞았고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맞았고 손톱이 짧아도 맞았어요.물론 매는 기다란 막대기였고 주로 맞는곳은 종아리나 엉덩이.엉덩이는 바지를 내리고 맞았죠. 피멍 그거 금방 없어지지 않잖아요.여름에 맞으면 긴 바지를 입어야했어요.그걸 아는지 주로 날씨가 추워질때 매질이 심해지더군요. 
술도 많이 마셨죠,이 인간이. 술 마시고 하는 짓은 이유없이 저희를 불러 설교하고 밤에 잠 못자게하고 두들겨패는 일이었어요.엄마가 있었더라면 또 죽도록 팼겠죠. 언제였던가? 한번은 엄마가 코뼈가 부러진 일이 있었어요.저희 집이 가게를 하는데 엄마가 문에 코가 부딪혀서 부러진거라고 했죠. 에이,그 거짓말을 누가 믿어요? 
가게에서도 욕하고 때리는 아빠인데 엄마 코뼈에 덜덜 떨었을까요? 짐작은 했지만 아무말도 안했죠.그저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는게 그땐 최선이었어요. 아빠하고 싸운 날이면 엄마의 팔은 늘 멍이 하나쯤은 있더군요. 저희한텐 그저 어디 부딪혀서 난 상처라 둘러대도 저희가 모를리없죠.평소 아빠가 다정했다면 반신반의했겠지만 아빠 실체를 잘 아는걸요. 사람이 간사하다는 말은 정말 맞아요. 별것도 아닌 일로 트집잡아서 욕하고 때려요. 언니 문과인걸 왜 이과 아니냐고 트집잖아요? 또 과 정하는걸 왜 자기하고 상의하지 않았냐며 그 날 술 마셨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열등감때문이겠죠? 
저흰 아빠를 집안의 투명인간쯤으로 취급했거든요. 그래도 전 노력했어요.무서웠지만 살려고 애교도 부려봤고 아빠 기분 맞춰주려고 노력했어요. 중1때 사건이 참 많았는데 이것도 있었어요. 싸움의 원인이 저더라고요.제가 기관지가 약해서 바람이 들어가면 늘 기침을 했었거든요.그런데 그날은 괜찮아서 늘 쓰던 마스크도 안쓰고 집에 왔어요. 아빠가 절 보고 왜 마스크를 안쓰냐며,자길 무시하냐고 하더군요.저는 당연히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있는데 엄마가 제 편을 들어줬어요.그리고 싸움 시작. 아빠가 그릇으로 엄마 머리를 때리고 그 다음은 기억이 안나요.저 방에서 경찰한테 신고전화하고 있었거든요. 경찰이 오자 친할머니와 경찰 아저씨 네댓명이 왔고 집안꼴이 말이 아니더군요.엄마는 헝클어진 머리에다가 온통 반찬이 바닥에 널려있고 아빠는 시뻘개진 얼굴로 절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고. 저는 너무 무서워서 엉엉 울었어요.엄마가 절 안아주시며 괜찮다고 하시더군요.아마 주먹으로 배나 얼굴을 맞으셨겠죠.아빠는 아빠대로 쪽팔렸나봐요. 저 때문에 경찰이 왔다며 옷을 입고 집을 나간 저에게 전화를 하며 오늘 죽여버리겠다며 집으로 오래요.
 누가 가요? 그 상황에서?  저 웃긴게 몇주동안 진짜 아빠가 저 죽일까봐 집에 못들어가고 짐 다 챙겨서 1분거리인 친할머니집에서 지냈어요. 진짜 좀 대단하지 않아요? 아 그때 그냥 칼로 제 배 찌르고 죽었어야했는데 왜 아직도 질기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 이런 말은 좀 그렇죠? 사실 이것말고도 풀 얘기는 넘쳐요.진짜 너무 많은데 오늘 다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아 ,요즘 아빠는 뭐하고 계시냐고요? 죽었죠,그 인간. 3년전에 술 쳐마시고 집에 오다가 버스에 치여서 죽었어요. 나이 오십에 죽었으니 그 죗값에 꽤 오래살다 간거죠. 
저 그때 솔직히 좀 좋았거든요. 더이상 누군가가 잘때 절 발로차지 않잖아요. 어마어마한 기쁨이예요,그건. 울기도 했는데 그건 예의상이고. 제가 패륜아같죠? 근데 그런 소리 들어도 전 기뻐할래요. 안그러면 지금껏 당하고 살았던게 너무 억울하잖아요. 부모니까 니가 이해해라,좀 봐줘라. 이런 말 얼마나 개같은지 아세요? 그럼 부모는 배 아파 낳은 자식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자식은 그저 씨받이인가. 

..어머,선생님.그 목걸이 아직도 갖고계시네요?
 한번 걸어주시면 안되요?...
 대답 좀 해주세요,선생님.네? 
너무 깊이 잠드셨나..
제 목소리 들리시잖아요.
 선생님,저는 뭘 잘못했죠?
 선생님,제발요.제 이야기 좀 더 들어주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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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들었어? 305호 병실 썼던 아이..." 
 
"그 애? 죽은지 꽤 된 아이잖아.왜?" 

"글쎄 밤마다 그 병실에서 그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대잖아." 
 
"뭐? 얘 넌 그런 농담을 하고그래." 
 
"아니야.그 애 맡았던 김 선생님도 밤마다 그 병실 들어가보시잖아."
 
"세상에,정말이야? 죽은 아이가 다시 오는 것도 아닌데."  
"김 선생님이 그 아이를 오죽 이뻐하셨으면.쯧쯧.."

"그 아이,우리 눈에도 정말 해맑고 착한 아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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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더이상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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