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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님, 나랑 결혼해줘요.
게시물ID : gomin_11648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ub
추천 : 12
조회수 : 762회
댓글수 : 45개
등록시간 : 2014/07/29 20:21:15
 
 
이혼가정에서 능력은 있지만 철없는 아버지와 같이 살며
4년제 대학 다니는 동안 아르바이트는 하지 못했어도
장학금 꼬박꼬박 받고, 학내 신문사 활동하며 신문사 장학금도 받았지만
집값, 기숙사비를 생활비 대출로 충당하느라 결국 졸업하며 남은 학자금 2천.
학비보다 생활비를 더 많이 빌린 기이한 형태의 빚.
 
나도 모질지 못해서 돈도 모으지 못하고 아둥바둥 남들 가진거 다 가지고 싶어하며 독하지 못하게 살았다.
졸업직전에 돌아보니 빚이 2천.
 
졸업 직후 공무원을 준비할거고 1년간 독하게 해도 빚은 더 늘어날 것이다.
취직하고 월에 세후 120 받는다 치고 7살 어린 동생에게 결혼할 때 목돈은 주고 싶어서
학자금 50 씩 갚고, 동생 적금 10만원씩 부은다 치면, 남는 돈 60. 내 적금, 연금도 붓고, 생활도 해야 할거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남자친구는 군인.
둘이서 공무원 부부로 아둥바둥 원룸에서 싸구려 가구 놓고 같이 시작합시다.
곰팡이 도배 된 방을 싹싹 청소하고 페인트도 칠하고,
싱크대에 도마 하나 들어가기 어려운 단촐한 주방에서 요리해도 당신을 위한 요리라면 좋아요.
 
당신도 사회초년생이면서, 여자친구 밥 굶을까 카드를 내밀었던 당신이 고마워요.
학자금 2천, 막막한 내 앞에서, 내가 있는데 뭘 그리 걱정하냐며 호탕하게 말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요.
공무원 공부, 1년 안에 독하게 할테지만, 장담할 수는 없는 길. 월세도 내고 생활비도 자기 월급으로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고
공부에만 신경쓰라고 말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요.
내 동생을 위해서 10만원씩 부어서 언니 존심 내세우라고 말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요.
지금 힘들어도 나중에 같이 웃을거라고 말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요.
내가 이렇게 힘들 때, 결혼하자고, 같이 살면서 모으자고. 말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요.
내가 철없는 짓 많이 하고, 우리 둘 다 너무 힘든 일 겪었을 때, 단 한번도 나를 위해 오는 걸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당신이 고마워요.
인생에 여자는 나만 있으면 된다고, 첫사랑도, 끝사랑도 나라고 말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요.
내가 제일 힘들 때,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제일 낮을 때, 당신이 떠날까봐 무서웠을 때,
뭣하면 혼인신고부터 하자고 말해주는 장난꾸러기 당신이 고마워요.
 
 
내 첫사랑이 당신이 아니어서 미안해요.
그렇지만 당신은 내 끝사랑이에요.
당신이 고마워요.
이제 나한테 기대줘요.
나랑 부디 결혼해줘요.
 
 
 
 
 
 
 
 
 
요즘 안 그래도 돈에 허덕이고 있는데,
작년보다 더 낮아진 국가장학금,  빚 계산에 너무 서러워 알바하다말고 눈물이 나와서
남친에게 카톡을 했어요. 토닥토닥 도닥여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지금 고마워 하는 마음 간직하고 싶어서 글로 써 놓습니다.
 
다들 사랑하며 사세요.
사랑만하기에도 인생 참 짧네요.
영원하길 바랍니다. 이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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