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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카-드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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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rianaGalaxy
추천 : 13
조회수 : 51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1/28 21: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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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銀河) 카-드 하나


내가 홍대 팬싸인회에서 본 일이다.


늙은 할아-버디 하나가 형은갑에게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은하 포카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카-드가 가짜는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형은갑의 입을 쳐다본다. 형은갑은 할아-버디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카드를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카-드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쏘-멘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카-드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하의 포토 카-드이옵니까? " 하고 묻는다.

쏘-멘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할아-버디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소중한 포토 카-드를 흘립니까?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쏘-멘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카-드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카-드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카-드를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은하의 포토 카-드를 그냥 줍니까? 나는 월급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앨범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일곱 번을 하여 소원님과 예린님의 포토 카-드를 얻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나가는 여친팬을 붙잡아 어렵게 어렵게 교환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은하(銀河)' 포토 카-드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카드를 얻느라고 여섯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카드를 얻었단 말이오? 그 카드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은하 카-드 한 장이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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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gall.dcinside.com/gf/12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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