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스물다섯에 이렇다 할 직장도 없이 알바 생활만 이어나갈 뿐이고...고졸에 하고싶은 꿈들은 멀고, 그 흔한 자격증도 하나 없고... 요즘들어 제 스스로가 정말 밉고 한심해요.
저는 어릴때 제가 똑똑한 줄 알았어요. 공부도 크게 어려움없이 잘 했고, 엄마는 책 보는거 싫어해서 항상 혼내셨지만 미친듯이 읽고 또 읽고. 꿈이 화가여서 미술 학원을 다녔는데, 소질이 있다고 선생님께서 저만 특별하게 취급을 해주셨던게 기억나요. 큰 작품은 제가 도맡아하고...부러운 시선에 으쓱했어요.
또래에 비해 성숙해서 어른들이 신기하게 생각하셨던것도,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살던것도.
이런 이십대를 살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자라면서 저는 점점 내향적이고 수동적인 인간이 됐고, 스스로 쳐둔 울타리안에서 작은 새끼쥐같은 인생을 살았는데 최근에야 현실을 깨달았어요...
제가 사람들을 배척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제 남은 자존심이였나봐요. 정이 그립고 사랑 받고 싶고, 그치만 막상 타인을 만나긴 피곤하고 아무리 오래봐도 정 주긴 껄끄러운, 그렇게 세상 사람 전부 가식으로 상대하기 지쳐 점점 멀리하게 됐다고.
그게 아니고, 제가 배척받는거였어요. 누구하나 내 사람으로 만들지 못하고, 다가오는 사람들도 질려서 떠나게 만드는게 다 저라는거. 깨닫고 나니 참 아프더라고요. 누가 이런 나를 사랑해줄까, 나조차 내가 싫은데 싶어서 속상하고 잠도 안 오고 하네요...
사람이 싫고 노는게 싫고 집안에만 쳐박혀 있다보니 세상 돌아가는 꼴은 모르고, 좋다고 착각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준 머리는 어디간건지 하고싶은 꿈들을 떠올려봐도 막막하기만 해요. 기죽기 싫고 비굴해지기 싫고, 흠 잡힐데 없는 사람으로, 이쁘고 착하기보단 멋있고 강단있는 여자가 되고 싶은데...현실의 저는 물러터져서 아무데나 질질 짜고 하찮은 몽상이나 하면서 허송세월 보내는 천하태평 바보네요.
저 같은 이십대를 보내신분 있어요? 어떻게 됐어요? 지금은 만족하고 있나요? 차갑고, 세상 등지고 사는데 멍청하고, 능력없으면서 자존심만 있는 이런 사람 정말 별로고 싫죠?...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저도 진심으로 웃고, 화내고, 노는거 좋아하던 때가 있었는데...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겁이 나요. 이사람 나 싫어할꺼야, 튀지 말자, 잘해주지 말자, 다 똑같은 인간들이야 싶어요. 그러다보니 행동 하나하나 주눅들어서 바보같은 가면을 쓴 모습만 내보인채로 누가 나를 무시하고 깔아내려도 말 한마디 못 하는...그렇다고 싹싹하고 애교있어서 이쁨받는것도 아니고요.
사람이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외롭고요, 속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가 그리워요. 제 인생도 정말 한심하고...저 결혼은 할 수 있을까요? 돈도 없고 벌이가 좋은것도 아니고, 전세라도 있어야하는데 그것마저 없고, 앞으로 있을것 같지도 않고...
제 미래가 자꾸 상상가서 끔찍해요. 다들 오순도순 행복하게 잘 사는데 저는 늙어죽을때까지 알바하면서 마지막까지 정이 그립고 외로운채로 쓸쓸하게 살다 갈까봐 진짜 진짜 무서워요. 막 조급하고 내가 알바나 하고 있을때가 아닌데, 평생 직장으로 삼을데를 찾아야 하는데 하면서 우울하고 초조하고...다 겪는 성장통인가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