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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이번편도 답답했네요...
게시물ID : tvent_15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진영(남)
추천 : 6
조회수 : 116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1/31 14: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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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동상이몽을 보면 항상 자식이 선택한 길과 부모가 바라는 길이 달라서 부딪히는 장면이 나오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동상이몽에 나온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자식들이 찾은 길에 대한 존경이 없어요. 그냥 '저러다 말 거다',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청소년기의 홍역같은거다', '굶어죽기 딱 알맞은 길이다' 이렇게만 생각하십니다.

동상이몽에 나온 가족들만 그런게 아니라, 제 주변도 그런데, 만화쪽으로 가겠다고 하면 요새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는 웹툰 산업을 생각하는게 아니라, 쌍팔년도식 어디 고명한 선생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돈도 못받고 일하는 그런 쪽을 으레 생각하시더라구요. 부모들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다를진데, 현재 산업 구조에 대한 조사없이, 옛날 자기가 기억하는 방식 그대로 자식을 보려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어요. 집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니 밥으로 안정을 찾는 한 딸내미 이야기. 아마 제가 보건데, 저 집은 말라도 다른걸로 갈궜을 법한 집입니다. 세번째 딸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세요. 부모의 의견을 제대로 내면화해서 오히려 감싸줘야 할 셋째딸을 공격 하잖아요? 부모의 충실한 인형이 된 거죠. 반면에 세번째 딸은 부모와의 정서적인 독립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로 받는 스트레스가 폭식으로 나타났고, 그 폭식이 부모의 갈굼을 정당화 하는 꼬투리가 되는 악순환이 벌어졌습니다.

포만감은 안정을 줍니다. 따스한 기분이 느껴지죠. 먹는다는건 가장 원초적이고 그래서 가장 행복한 일입니다. 살기위해서 먹느냐, 먹기위해서 사느냐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서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부모는 그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살을 빼서 건강과 아름다움을 찾으라고 합니다. 마른 사람도 좋죠. 예뻐지면 좋은 기분이 들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먹던 밥을 버리고 미녀의 길로 가는 길은 죽음의 골짜기가 버티고 있습니다. 밥을 못먹어서 정서적인 안정도 없고, 그리고 살도 빠지는 중이라 그리 이쁘다고 칭찬을 듣지도 못하는. 이 상황이야말로 죽기보다 더 힘든, 고독하고 외로운 길입니다. 당연히 힘든 길이고, 힘들게 보이니 시도를 안하려고 합니다. 그럼 부모는 자식이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동상이몽의 가족은 그래보이지는 않더군요.

거의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습니다. 자식은 살면서 자기가 인정받고 정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합니다. 덕질이 되었든 운동이 되었든, 밥이 되었든... 부모가 보기에 이 길은 항상 마뜩찮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식에게 자신의 길로 올 것을 권합니다. 공부를 하는게 어떻겠냐 등등. 그리고서는 그 가운데의 죽음의 골짜기를 건너올 자식을 별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자식이 힙합을 한다면 친구로부터 힙합좀 하는 놈이라는 칭찬을 다 포기하고, 하나도 모르겠는 수학책을 들여다보며, 아 난 참 멍청하구나 하며 자책을 하며 외로운 상황에 쳐해 있을때, 부모는 계속 정서적인 지지를 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는 집이 참 드물더군요.

셋째딸을 위한 현실적인 솔루션은 독립입니다. 독립해서 구박만 안 받아도 당장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다칠 마음을 달랠 밥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서 먹는 밥이 되겠죠. 그럼 밥 없이는 못사는게 아니라 밥 없이도 살고, 그냥 좋아서 먹는 밥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새로운 길도 눈에 보이게 됩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을 뺄 수도 있고, 아니면 밥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 수도 있겠지요.

부모들은 자신이 못하는 일을 자주 자식에게 바랍니다. 주변에서 경제 침체가 예측 되어 있으니 재테크를 공부해서 리스크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부모들은 그 공부하는 고통을 못견뎌해 자주 그만둡니다. 자식에게 하고싶은걸 관두고 공부를 하라는건 그런 느낌입니다. 자기도 못하는걸, 또는 하기 어려워하는걸 왜 자식에게는 아무것도 안주고서는 하길 원하고 못하면 갈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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