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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자살-2
게시물ID : panic_860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열한사내
추천 : 6
조회수 : 16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01 17: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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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누가 처음 그 사이트를 만들었는지 또 운영자는 누구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혹자는 그 운영자는 솔선수범으로 자살을 했다고도 말한다. 매월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는 서버비를 남기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경찰력이 이 사이트를 파헤치기 위해서 움직였지만 수십개국을 우회해 운영되는 이 사이트의 근원을 파악해내지 못했다. 이 사이트의 우회경로는 수시로 아니 거의 매일 변화하고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게시하는 사이트가 오히려 살아있는듯이 움직이고 있다니 아이러니함이 전율을 자아낸다. 필시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이트임을 스스로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자살을 하고 "베스트자살"에 인증을 남긴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던가... 이시대의 사람은 죽어서 인증을 남긴다. 분명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어떻게 인증을 남길 수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덕택이다. '그'라고 명명한 것은 그의 닉네임 자체가 '그'이기 때문이다. 아주 간결하면서도 아주 인상깊은 닉네임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인상깊은 자살사진을 찍는것에 특출난 재주가 있고 또 그것을 위해서라면 자살방조죄 혹은 살인죄를 뒤집어 쓸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인증글은 하나도 빠짐없이 오늘의 베스트, 이주의 베스트, 이달의 베스트를 넘어서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명예의전당에 게시되었다. 나름대로 깐깐하다는 회원들의 추천을 수천개나 받고는 말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왕자살을 할 것이라면 '그'의 인증을 통해서 명예의전당의 자신의 시신을 올리고 싶어한다. 마치 목메달린 시체처럼 높은곳에 올라붙은 인증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질투를 한몸에 받는다. 자신이 이 세상에 잠시나마 존재했었다는 증거를 남기는 일치고는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군침이 돌고마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도 많은 남아도는 인간들이 '그'에 의해 작품이 되기를 바라며 눈을 빛내고 있다. 그리고 나역시 그렇다.  

 많은 소설들의 도입부가 '평범한'으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도입부라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나라는 놈을 표현하기에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어디있을까 싶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학교를 다니고 지극히 평범하게도 '관심받지 못한다.' 그런 평범한 인생을 마지막정도는 비범하게 장식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마음에 드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다. 매일같이 수백건의 자살신청을 받고있는 그의 눈에 들기위해서는 뭔가 평범하지않은 자살방법을 내 스스로 택해야만한다. 비범한 죽음을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비범한 아이디어를 떠올려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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