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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폐지 그리고 새로운 대안
게시물ID : economy_172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숲속언덕
추천 : 9
조회수 : 9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2/02 15:55:08
지난 며칠간 부족한 글재주로 국민연금에 대한 몇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는데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지적해주시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 매우 기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토론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이런 토론의 자리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져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적해주시는 분들의 경우도 저와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기 보다는 어떤 문제를 시스템적인 그러니까 구조적인 문제로 보느냐, 아니면 해결가능한 지엽적인 문제로 보느냐의 정도만 좀 다르다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단순히 충분한 용어의 정립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오해도 좀 있는 것 같았고요.

일단 저는 연금제도에는 찬성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자녀에 올인하다 노후준비를 많이 못한 채 노후를 맞이하는 분들이 많은 나라에서 어떤 식으로든 노후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국민연금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제도이냐는 것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구요. 

연금제도가 자동차라면 국민연금은 수많은 자동차 중의 하나입니다. 트럭이 있으면 버스가 있고, 승합차가 있고, 세단이 있고, 쿠페가 있고, 또 독일산, 일본산, 미국산 등등 다른 자동차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거지요.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기초노령연금도 있고, 개인연금, 퇴직연금도 있지요. 우리가 자동차를 살 때에도 브랜드와 연비, 마력, 디자인 등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내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사듯이, 연금제도 또한, 한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가장 잘 맞는 연금제도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제가 이 글을 쓰면서 여러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어떤 분들은 가끔 시동도 꺼지고 고장도 잘 나지만 그래도 애착을 가지고 수리해가며 끝까지 국민연금이라는 차를 타고 가자고 말씀을 하고 계신 거고, 저는 이차는 도저히 너무 위험해서 안되겠으니 새 차를 사자고 아니면 적어도 다른 차들에 대해서 알아는 보자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국민연금이 왜 위험한지에 대해서 앞서 쓴 글들에서도 언급은 했습니다만,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지금 기금고갈 이후에 부과식으로 전환되면 보험료를 21.4%까지 올려야 한다는 재정추계가 나와있습니다. 월급 200만원받아서 42만 8천원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된다는 거죠. 그리고 21.4%가 끝이 아니라 고령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높아져 일부 교수님들은 33%까지, 그러니까 200만원 월급에 66만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득의 9%를 연금보험료를 내는 지금도 근로소득세, 주거비, 통신비, 식비, 교통비까지 내고 나면 살기가 팍팍해 헬조선 얘기가 나오는데 소득의 21.4%를 연금보험료를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로 느껴질까요? 나이든 사람들이 본인들 누릴 거 다 누리고 우리한테 덤터기 씌운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요? 

일단 살기가 팍팍하니 아이는 더 안낳을 것이고, 그러면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그럼 연금보험료는 더 올려야 하고, 그럼 아이 더 안낳고 그럼 고령화 속도 더 빨라지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파탄이 날때까지 이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이 사이클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은 이민을 시도할 겁니다. 이민이 사실상 쉽지는 않고 실제로 이민을 결행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으니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사람이 빠졌으니 남은 사람들이 떠안는 부담은 커지게 되겠죠. 

이쯤되면 노인계층이 유권자의 다수를 이루게 되니, 선거를 하면 연금을 깎자는 정당보다는 보험료를 올리자는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겠죠. 이래저래 늦게 태어난 게 죄가 되는 세상이 되는 거죠. 근로세대와 은퇴세대는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립하며 세대간 갈등이 심화될 거구요. 이 시나리오는 제가 그냥 머릿속으로 떠올린 게 아니라 미국 보스턴 대학의 경제학자 로렌스 코틀리코프 교수가 [다가올 세대의 거대한 폭풍]에서 그리고 있는 곧 다가올 초고령화 시대의 모습입니다.

직접 교수님과 전화로 인터뷰도 했었는데, 한국의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진단하시면서 즉각적인 연금개혁에 나서야만 한다고 이야기하시더군요. 그리고 동료인 앨런 아워백 교수가 쓴 [Generational Accounting in Korea]라는 논문도 소개해주셨습니다. 논문의 요지는 세대간 회계라는 개념으로 들여다보았을 때 한국은 미래세대에게 너무나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며, 지금의 국민연금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게 벌써 10년전의 일이네요.

그렇다면 왜 부과식을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괜찮은데, 한국에서는 문제가 생길까요? 사실 부과식이라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인 합의가 있고, 부양부담을 세대간에 비교적 공평하게 분담한다면 부과식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이 사회보험이라는 인식이 너무 부족하고, 그리고 초창기 가입자 유치를 위해 가입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금을 약속했기 때문에 초기 가입자는 너무 많은 혜택을 보고, 고갈 이후의 세대에게는 너무 많은 부담이 지워지도록 제도가 만들어진 게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기사 2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안정대책이 아닌 자금동원 수단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 - 김근태 전 장관 (2004.08.17)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0311650183&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처음에 국민들에게 나쁘게 말하면 사기를 쳐서 만든 제도기 때문에 이건 지켜질 수가 없는 제도입니다." - 이해찬 전 총리 (2005.04.14)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0078499&plink=SEARCH&cooper=SBSNEWSSEARCH&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처음부터 자금동원수단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회보험이라는 사실은 애써 감추었고, 사람들이 혹할 수 있게 수익률을 강조하며 저축이라고 인식조작을 해오던 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여타 선진국들처럼, 사회보험의 성격을 충분히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면 국민연금은 불신의 눈초리를 받는 일 없이 훌륭한 복지제도로써 기능을 다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보험의 취지에 맞게, 있는 사람은 좀 더 내고 덜 받고, 없는 사람은 좀 덜 내고 더 받아서 사회 전체적으로 "더불어" 잘 사는 공익적인 측면을 국민연금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에도 씌여있는 말입니다. (2001.02.22, 99헌마365 참고) 지금의 국민연금제도는 오로지 일찍 가입한 사람만 조금 내고 많이 받고 나중에 가입할 수록 손해가 커지는 제도가 되어버렸지요. 거기다가 제도 도입 28년이 지난 지금도 공공의 이익이 아닌, 정권 또는 몇몇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잘못 운용되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구요. 

만약 국민연금이 완전적립식이거나 완전부과식이었다면, 지금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이런 부작용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완전적립식일 경우에는 기금이 가입자 각자의 사유재산이니 국민연금공단이 임의로 가입자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완전부과식일 경우에는 아예 기금을 쌓아두지 않으니 국민연금공단이 투자할 자산 자체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하고 세금을 재원으로한 완전부과식 국가연금제도의 시행을 제안합니다. 세금을 재원으로한 완전부과식 국가연금제도라고 하면 좀 거리감이 느껴지실지도 모르겠는데,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드리는 기초노령연금이 바로 세금을 재원으로한 완전부과식 국가연금제도입니다. 

이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지금 당장 어르신들께 드리는 기초노령연금을 용돈이 아니라 정말 생계비가 될만큼 대폭 인상해드릴 수 있습니다. 2015년 한해동안 거둬들인 연금보험료 수입은 약 37조원, 한해동안 지급된 기초노령연금은 약 5조원으로 단순 계산으로 연금보험료 37조원을 즉시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으로 전환하면 한달 2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이 140만원이 됩니다. 연금액수가 늘어나는 만큼 내수증진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둘째, 공단 운영비용 및 투자 리스크가 사라집니다. 국민연금이 사보험보다 수수료가 싸다고는 합니다만, 그래도 국민연금공단의 1년 운영비용은 2014년 기준으로 5500억원이나 됩니다. 국민연금을 폐지하면 보험료 징수 및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러한 공단의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무엇보다 연금기금을 쌓아두질 않기 때문에 잘못 투자할 일도 없고, 정권의 자금동원수단으로 이용될 일도 없습니다. 

셋째, 사회보험 본연의 취지인 소득재분배와 사회적인 연대가 시작됩니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보험료 상한선이 있어서 월소득이 400만원 이상이면 모두가 같은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고소득자의 소득이 저소득자로 이전되는 기능이 없는데, 세금을 재원으로 하게되면 고소득자의 소득이 저소득자로 쉽게 이전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금기금이 아닌 정부재정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만큼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에 맞춰 매해마다 각 계층의 의견을 받아들여 유동적으로 연금액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직접적으로 체험해보는 것 역시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한 귀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공식에 따라 받을 연금이 결정되어버리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지요. 정해진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미래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니까요.

물론 저의 제안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남기는 저의 제안이 법안이 되서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저의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은 국민연금이란 게 없어질 수 없는 어떠한 지고한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분 중에 한분이라도 국민연금이 사실은 좀 이상한 제도이고 이런저런 부작용도 많으니 다른 연금제도를 시행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해주신다면 참 보람이 있는 경험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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