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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잃어버린 5년’, 그 많던 자산은 누가 먹었을까
게시물ID : economy_116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용한시민
추천 : 10
조회수 : 220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4/12 12:16:23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86400.html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인천 송도에 자리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토요판] 뉴스분석, 왜?
검찰 수사 받는 포스코
▶ 검찰이 포스코를 정조준했습니다. 정준양 전 회장과 정동화 전 부회장, 포스코의 협력사 경영자를 출국금지하며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회장이 바뀌고, 전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 포스코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번 수사도 이런 맥락 속에 있습니다. 지난 5년간 경영지표가 추락한 포스코는 각종 비리 의혹을 받을 때마다 꼬리 자르기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이번 수사는 사건의 핵심에 칼끝을 겨눌 수 있을까요?

책상 아래 쌓인 책더미에서 누런색 서류 봉투를 꺼내들었다. 2년 만에 꺼내든 봉투는 꼬질꼬질하다. 제보 내용이 담긴 누런색 서류 봉투를 2013년 포스코의 한 간부에게 받았다. 그때 제보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버릴 수는 없었다.(기자들은 제보를 ‘사실’로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고는 보도하지 않는다.) 검찰이 거액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고 전 정권과의 연결고리 등 비위 의혹에 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 지금, ‘낙종’의 부끄러운 단서를 책상 밑에 기어 들어가 찾았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협력사 동양종합건설의 수의 계약서와 각종 의혹, 비위와 관련된 핵심 임원에 대한 소개가 적힌 종이들을 봉투에서 꺼냈다. 검찰은 실질적 소유주인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이자 영남일보 대표이사를 지난달 26일 출국금지했다. 동양종합건설은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법인으로부터 2400억원 규모, 7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정○○: 부산 출신. 경남고. 한양대. 후배들을 잘 챙기는 의리파로 자기 고향 출신 후배를 잘 챙김. 승진할 때 조○○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승진. 당시 서열에서 밀렸으나 이○○의 도움을 받아 정치권의 박○○과 연결되어 파워게임에서 이겼음. 이○○과는 포스코에 있을 때 바둑 친구로서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함. 작년 대선에 경남고 후배인 문재인 후보를 비밀리에 밀었음이 현 정권에 알려져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함.

권○○: 정○○의 경남고 후배. 새 정권 들어 현 경영진들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회사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는 부장급 직원 등 60여명을 직무부적합자로 분류하여 재교육센터를 운영함과 동시에 이들이 현업에 명령을 받지 못하면 자동 퇴직시킨다는 공포 인사정책을 시행하여 직원들 및 해당 가족의 불안감을 초래. 직무부적합자를 선정할 때도 객관적 기준 없이 평소 자기가 비호감으로 생각했던 직원을 포함하고 호감을 가진 직원은 제외.

“섭섭하고 확 때려치워버려 하는 생각도 했겠지만 출근을 100% 다 하셨어요. 출근을 왜 했을까요? 다 때려치우고 돈 때문에 나와요. 저도 돈 필요 없으면 여러분 앞에서 이런 얘기 할 필요가 없어요. 고참들도 앞에 앉아요. 실제로 고참들이 더 절실하죠. 그죠? 한참 돈 들어가는 나이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요.”

권아무개 상무가 직원들에게 발언한 녹취록을 적은 취재수첩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2013년 포스코는 인천 송도에 직무교육센터를 만들어 직무부적합자로 분류된 직원 60여명을 대상으로 업무를 주지 않고 ‘자습’을 시키며 이런 말을 했었다. 2년 만에 꺼내든 누런 봉투를 책상 위에 도로 올려놓았다.

포스코 역대 회장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무리한 확장, 반토막난 5년

검찰 수사와 별개로 포스코 내부에서도 정준양 전 회장 재임기간을 ‘잃어버린 5년’이라고 부른다. 정 전 회장이 재임한 2009~2014년 포스코의 경영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부채 비율은 58.7%(2009년)에서 88.3%(2014년)로 치솟은 반면 영업이익률은 10.6%(2009년)에서 4.9%(2014년)로 반토막 났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재무구조에 대해 심각한 경고음을 울렸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A에서 BBB+로, 무디스는 A1에서 Baa2로 강등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2009년 취임한 정준양 전 회장은 포스코의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다. 자원 개발, 신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규모를 키웠다. 정 전 회장이 2009년 선임된 뒤 계열사는 36개에서 71개로 급증했다. 돈은 들였지만, 벌지는 못했다. 1600억원을 들여 2010년 5월에 인수한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은 이듬해 18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가 3조3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2010년 9월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도 이익이 감소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벌이는 성진지오텍, 동양종합건설 등도 무리한 사업확장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검찰은 인수합병(M&A), 일감 몰아주기, 과다계상 등을 통해 협력사에 이득을 주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자금이 정 전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눈여겨볼 점은 타이밍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정 전 회장 재임기간 내내 포스코 비리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왔기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포스코 역사에서 최고경영자들이 교체되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모습이다.

‘보이지 않는 손’ 정권 교체마다
민영기업 포스코 회장 바꿨다
6년 전 회장 후보 윤석만은
정치권 외압 폭로하고 탈락
대신 정준양 회장이 선임됐다

100억대 횡령 사건 터져도
계약직 직원 1명 비리로
잇따른 비리 의혹이 묻혔다
정권 바뀌자 칼 빼든 검찰
핵심 겨눌까, 의도는 뭘까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기 이전 포스코 회장들 가운데 임기 3년을 채운 회장은 거의 없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3년을 채우지 못하거나, 연임에 성공했다가 임기 중에 사임했다. 대다수 퇴임 전후에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포스코 전신인 포항제철의 창업자로 알려진 박태준 명예회장은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최고위원을 맡았던 정당을 탈당하고 포스코 회장에서 물러났다. 2대 황경로 회장은 임기 6개월 만에 뇌물수수 혐의로 물러났다. 정명식 회장도 1년 만에 그만뒀다. 재무부 장관 출신인 김만제 회장이 포스코 사상 처음으로 외부 인사 출신 회장이 됐지만,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이구택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이구택 회장 역시 임기 1년을 남기고 정준양 회장에게 회장실을 비워줬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사기업이다. 2011년 한국거래소로부터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선정될 만큼 ‘가시적인 지배구조’는 나쁠 게 없다. 외국인 지분율이 약 40%를 필두로 기관투자와 개인투자자가 고루 분포돼 있다. 특정 오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주인 없는 기업이다. 정부 지분도 없다. 이사회가 구성한 시이오(CEO)추천위원회가 면접 등을 통해 회장을 선임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 작용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정 전 회장이 선임될 당시 경쟁자였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은 2009년 1월29일 열린 포스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영준 차관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회장 후보를 포기하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천신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이자 측근이다. 1973년 포항에서 제철화학으로 사업을 시작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도 가깝다. 당시 자연인 신분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포스코 회장 후보를 만나고 다녔고, 회장 선임 전인 2009년 1월12일 천신일 회장은 당시 포스코 후보자 두 사람에게 모두 전화를 걸었다. 당시 박 전 차관은 “정준양 회장을 우연히 만났다”고 해명했다. 천신일 회장은 “회장 후보들에게 덕담을 하기 위해 전화했다”고 말했다.

겉핥기만 한 비자금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검찰은 포스코를 수사했다. 포스코의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로비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에 백화점과 쇼핑몰, 오피스빌딩 등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게 파이시티 사업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은 2010년 8월 법원에 시행사 파산신청을 냈다. 채권단은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기로 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사업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 13곳이 참석했는데 포스코건설이 최종 확정됐다. 보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시공사가 대출지급보증(자금력이 약한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가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서지만 포스코건설은 보증을 서지 않는다. 포스코건설은 유일하게 기존 조건을 뒤엎는 사업제안서를 냈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박영준 전 차관 등이 압력을 행사했고 이 과정에서 포항 기업인 제이엔테크가 돈세탁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 부분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당시 파이시티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고 인허가 관련 로비를 했다는 부분만 인정돼 박 전 차관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6년 당시 박영준은 서울시 정무국장이었다.

검찰은 성진지오텍(현재 기업명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10년 <한겨레21>이 의혹을 제기한 사건이다. 포스코는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 경영권 인수를 위해 전 대주주의 주식 중 일부를 사들이면서 100%에 가까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해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안겨줬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사들인 주식과 비슷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증서)을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에게 임의로 매각해 역시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넘겨줬다. 이를 근거로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2010년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보이지 않는 정권 실세가 인수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감사원과 금감원에 조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같은 해 9~10월 감사 결과 산업은행 담당자의 경징계(견책) 정도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사건도 개인 비리로 끝이 났다. 지난해 초 포스코건설 감사실은 거액의 횡령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양의 공사 현장에 근무하던 계약직 직원이 직원 숙소 보증금을 빼돌려 수십억원을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포스코건설은 이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 직원의 횡령액수는 109억원으로 늘어났고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횡령자금 가운데 40억~50억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계약직 직원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영진과 공모해 비자금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4대강 사업에도 적극 참여했다. 2010년까지 7조원을 넘었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2011년 말 2조2150억원으로 줄었다. 3조3700억원에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며 거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박 전 차관이 연루된 다이아몬드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진 카메룬에 대우인터내셔널은 2011년 지사를 설립했다. 박 전 차관은 1994년 민자당 정책조정1실장이었던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 되기 전까지 대우에서 9년간 일했다. 그룹 기획조정실에 있으며 해외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 시설부터 자원외교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동양종합건설과 과거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던 제이엔테크, 성진지오텍 등은 박영준 전 차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관계는 ‘박 전 차관-제이엔테크 이동조 회장 등 지역 기업인-정동화 포스코 전 부회장-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으로 이어진다. 검찰은 정 전 회장과 정 전 부회장을 모두 출국 금지했다. 재계 순위 8위인 국내 굴지의 기업 포스코가 5년간 영업이익률이 반토막 나고, 시가총액은 2009년 27조2023억원에서 2014년 24조4123억원으로 10.26% 감소했다. 포스코의 절반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포스코 내부의 경영 비리에 국한됐을까. 청와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음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명박 전 정권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주주는 언제 주인이 될까

“(검찰 수사가) 쉽지 않을 텐데요.” 지난달 31일, 2년 전 누런 봉투를 줬던 포스코 전 간부를 만났다. 그는 검찰 수사를 낙관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지난 정권에 그룹 안 보안이 강화됐어요. 보안의 날이 한달에 한번 있고 파쇄 차량이 왔죠. 문서 보관 기관이 길지 않아요. 문제가 생겼다, 예를 들어 검찰이 온다 하면 누가 문건을 갖고 어떻게 한다 등 대비책도 미리 정해 놓습니다. 이사회 자료조차 남아 있지 않을걸요? 검찰이 수사 속도 내긴 힘들 것 같은데요.”

검찰이 정조준하는 포스코건설의 100억원대 베트남 법인 비자금 조성 또한 포스코는 내부 감사를 통해 지난해 파악하고 있었다. 진상을 파악한 감사팀은 지난해 ‘사법기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보고를 했지만 고위 임원이 결재를 하지 않았다.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고 내부 인사 조처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이번 검찰 수사가 포스코 길들이기 차원을 떠나 전 정권의 핵심 몸통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문제다. 정권이 아닌, 주주들이 주인 되는 기업은 포스코의 영원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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