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대학생입니다.
뭐 제 또래 중에 많은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그냥 요즘 생각을 어디다가 말하고 싶은데 말할 공간이 없어서 이렇게 오유에 글도 써보네요.
안 좋은 일이 있던 건 아닙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자랑이긴 한데 자랑게시판에 올릴 정도는 안 되는 것 같아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힣
저번 주에 계절학기도 끝났습니다.
끝난 김에 대학생이 된 작년 한 해, 대학생이 되겠다고 발버둥친 그 전의 3년을 한 번 되돌아 봤습니다.
학교가 싫어서,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고2 되기 직전에 고등학교를 나오고
재수학원을 2년동안 다니고, 친구들 수능 칠 나이에 같이 수능을 치고
그 수능을 망쳐서 다시 수험 생활을 시작하고, 혼자 노량진 독서실 왔다갔다 하며 1년을 보냈고,
두 번째 친 수능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좋은 대학에서 좋은 친구들 만나고 알바도 하고, 과 생활도 하고 하며 (공부는 안 했습니다) 바쁘게 살았더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작년에 대학에 붙고 나서 부모님과 외식을 하는데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솔직히 내가 잘한 게 뭐 있냐, 공부한 건 내가 그냥 나 좋자고 한 일인데 사실 그 과정에서 엄마 아빠가 나 자퇴한다고, 재수한다고 더 고생한거 아니냐라고 말씀드렸더니 니 삼수 안해서 고마운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ㅋㅋㅋ
생각해보면 진짜 많이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참 그렇게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성적 맞춰 쓰느라 대학만 보고 과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으로 왔습니다. 교차지원까지 했구요.
과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과 사람들이 싫다는 건 아닙니당) 뭐 이제 1년 다녔는데 다니다 보면 재밌는 걸 찾을 수 있겠죠.
아, 그리고 난생 처음 누굴 가르쳐보기도 했네요.
과외도 해보고, 학원 알바도 해보고 말이죠.
그 경험이 너무 좋아서 지금 인터넷으로 공부 멘토링 사업(이라고 할 것 도 없지만)도 시작했는데, 잘 되지는 않아요 ㅠㅠ
그래도 간혹 저와 같은 처지의 검정고시 출신 학생들이 절 보면서 롤모델이라고 고맙다고 말 하는 걸 볼 때마다,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고맙다고 말 할 때마다 드는 뿌듯한 감정 때문에 잘 안 돼도 될 수 있는 한 오래 이 일을 하고 싶네요 ㅎㅎ
근데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보니 난 참 운이 좋은 놈이구나
이렇게 바쁘게 살면서 보람도 느낄 수 있고, 힘든 와중에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런 인생을 살게 해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하고, 이 사회에 있는 여러 좋은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제 인생에 목표가 있다고 한다면 그런 분들처럼 좋은 사람이 돼서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살고싶다는 것. 그 정도만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물론 돈도 많이 벌고 싶습니다 흐흐)
그냥 그렇다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