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처럼 편안한 말투로 써볼께. 불편하신 분은 패스해주시면 감사.
이거 "흔한 막내 사원의 일처리"라는 베오베 글이야. 이 글 보고 삘 받아서 써볼까 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대화와 교육이 안통하는 인간들이 분명 있거든. 그런데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게 해준 사람이 있어.
내가 군에서 만난 고마운 상사 이야기야.
사실 그 사람 성격은 싸늘했지. 심하게 말하면 무책임했어. 반장이지만 타이틀만 걸어놓고 암것도 안했지.
군 제대 몇달 앞두고 전투부대원이었던 나는 갑자기 행정반으로 갔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지. 발령 하룻만에 나타난 반장에게 업무 지시를 부탁했지.
반장이 싸늘한 얼굴로 내 얼굴을 주목하더니, 말을 시작하더군.
자기는 여러군데 보직 이동을 하지만, 한번도 업무지시를 요청한 적이 없다.
일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더군.
일하는 방법이란, "니가 알아서 해라"였다.
내가 관리해야 하는 서류캐비닛을 다 뒤져서 서류들을 다 검토해서 업무를 파악하라는 것이 가장 자세한 지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교훈은 내 일생에 가장 의미있는 교육이었다.
난 3일간 내가 관리하는 서류를 다 검토해서, 매일 할 일, 주별 업무, 월별 업무, 분기별 업무, 연도별 업무를 다 분류해서 표를 만들어놓고,
해당 업무에 해당하는 서류 목록을 만들고 태그를 붙여놨다.
3일 후에 나는 정상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고, 한번도 빵꾸를 내지 않았다.
이 업무 능력은 사회생활 전반에 활용되었다.
업무 파악 능력으로 비판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도도함을 잃지 않고 주어지는 모든 업무를 다 감당했다.
업무 지시를 요청하는 후임에게 나는 배운대로 가르쳐준다.
" 니가 알아서 해"
이렇게 후까시 잡아놓고, 천천히 업무지도를 해주면 고마워한다.
첨부터 자세히 가르쳐준 친구들에게 실망한 적은 있어도, 스스로 업무를 파악할 줄 알았던 후임에게 실망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업무파악 능력이 없는 사람도 많다. 먼저 묻지 않는 사람에게 먼저 조언하지 않는 자세를 가졌기에 일단 두고 본다.
그런데 그런 사람 대부분 다른 사람을 잘 비난한다. 일단은 두고 보는 자세가 나쁜 것 같지 않다. 도울 사람과 놔둘 사람을 편안히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