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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안철수가 대선에 나오는데 만원 건다" "뭔 소리야. 난 안 나온다에 만원"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
의사당 주변 술자리 안주는 단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안 원장이 ‘국민보고회’라는 제목으로 19일
오후 3시 대선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대선출마를 놓고 내기를 거는 황당한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게다가 안 원장의 출마 내기에는 어떠한 논리도 없었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라는 명분 하나만 있을 뿐 안 원장이 출마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들어가선 ‘논리’ 없이 자신들의 ‘판단’에 맡길 뿐이었다. 마치 하늘이 내려준다는 ‘운’에 100% 의지할 수 뿐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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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같았다. 더욱 황당한 것은 스포츠토토나 로또 같은 내기걸기가 안 원장이 대선 출마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19일
당일 아침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도 “오후 3시까지 이렇다하게 말씀드릴 게 없다. 안 원장께서 ‘판단’을 말씀하실 예정이다”고만 밝혔다. 대선출마 여부와 관련해선 여전히 입에
자물쇠를 잠근 듯 ‘안 원장의 판단’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이다.
안 원장측의 이같은 신비주의적
태도는 지난 17일 안 원장측이 ‘국민보고회’를 알리는 안내문에도 그대로 묻어 났다. 안 원장측은 당시 “안 원장은 그간 의견을 들어온 과정과 판단을 국민께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예정이다”라고만 밝혀 정치권에선 “도대체 출마를 하겠다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신비주의적인 행동으로 물음표를 따라붙게 했던 ‘안철수식 행동’이 1년이 지나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안 원장의 출마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분주하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안 원장이 “절대 안나온다”는 말을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당초 안 원장의 출마에 무게를 놓고 본선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어온 당내에서 최근 부쩍 안 원장의 ‘불출마’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기류가 바뀐 것은 지난 6일 이른바 ‘안철수 불출마 종용’ 파문 이후부터다.
당시 파문이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둔 안 원장의 ‘청렴ㆍ도덕적
이미지’에 타격을 줘 오히려 안 원장 측의 폭로가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이 당 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안 원장이
스스로 마이너스 요인을 자초하고서 곧바로 대선행을 선언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새누리당 한 초선의원은 “불출마 종용 파문으로 안 원장이 스스로 진흙탕 싸움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존 정치와 자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며 “피 몇 장을 얻고 광을 잃은 셈”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당 한켠에서는 ‘안철수-문재인’의 조합이 몰고 올 야풍(野風)을 우려하는 눈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안 원장이 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력 주자인 안 원장의 등판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45%에 육박하는 지지율이 보여주 듯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제와서 불출마로
방향을 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 논리의 큰 축이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배신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원장의 출마 여부를 떠나서 이같은 안철수식 신비주의는 석달 가량 남은 18대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안 원장의 출마여부에 따라 대선판도가 확 뒤바뀔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 반(反) 박근혜’의 구도로 굳혀진 대선판에서 안 원장의 출마는 3자구도로 가느냐, 아니면 향후 문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양자대결로 가는냐의 갈림길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안 원장의 출마여부가 가닥이 잡혀 있지 않아 유권자들 또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치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며 “
리더의 입에 따라 출렁이는 정치는 예측성은 커녕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켜 책임있는 정치가 될 수 없다. 정치의 예측 불가능성은 오히려 구태 정치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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