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00% 본인 군생활 시절 몸소 시전했던 사이다? 썰입니다요
일일이 존대로 쓰기 귀찮으니 걍 음슴체 쓸께요 ^^;;
10여년도 훌쩍 지난 군생활이라 디테일은 떨어질 수 있는데 몸소 겪고 시전했던 일이라 거짓은 없어
그러니까 상병때였지. 주인공인 비범한 또라이를 만나게 된 시점이
그 왜 뭐냐.. 일반 사병으로 입대했다가 하사관 전향하는거 있잖아. 그거로 하사관 부임한 녀석인데
소문은 순식간에 돌아서 내 귀에 들어온 그녀석의 이력은 하도 관심사병 짓만 골라해대니 야단과 갈굼을 견디다 못해 일병때 말뚝 박았다고 하더라구
그렇다고 치면 당시 나는 상병이였으니까 나보다 짬밥도 안되는 셈이었지
하지만 뭐 어떻겠어, 일단 그친구는 간부고 나는 사병인데다가 나는 뭐.. 쏘가리나 하사가 나보다 짬밥이 안된다고 해서 무시하는 그런 성향은 아니었거든
근데 얘 참.. 하는 짓들이.. 괜히 하사 말뚝으로 도망갈만큼 갈굼 집중포화를 맞은게 아니었겠구나 싶더라구
얘 하는 짓들이 보통 이래
- 전투준비태세 중 추리닝 입고 자전거 활보
군대 갔다온 형님 동생들은 알겠지만 부대 내에 전투준비태세 떨어지면 취사병을 제외하고는 하던 일 중단하고 전투준비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거든?
내가 복무했던 포병대대를 예로 들자면, 포명들은 자주포 방열하고 무전병들은 비상무전 날려대고 작전통제실은 하달된 가상상황에 맞춰서 부대 내 병사 및 자원들을 전투 시뮬레이션 하는 거야. 즉, 전시상황을 가정하고 실제 시뮬레이션은 하는 거지.
근데 얘 하는 짓이 저녁 때 전투준비태세가 떨어졌는데 작전통제실 앞에 츄리닝 차림에 자전거 끌고 와서 띠링띠링 자전거 벨 울리더라구.
원래 야간에 작통실 게이트를 지나려면 암구어를 교환해야 하거든? 뭔지 다들 알지?
얘랑 나랑 악연이 있을 운명이었는지 마침 그때 내가 초소근무였는데 앞에 라이트 킨 자전거가 하나 굴러오길래 암구어를 댔더니 '야 이 새꺄, 나 간부야, 문 안열어? 빨랑 열어!' 이러더라구. 하 나 참 기가 막혀서..
마침 뒤에 들어오던 다른 하사가 암구어를 대서 같이 들어오긴 했는데 초소를 지나면서 째려보는데.. 뭐 이딴 찌끄레기가 다 있나 싶데
- 가난한 집에 제사 돌아오듯 전투준비태세는 참 자주도 걸려. 또 전투준비태세야.
이번에는 내가 무전실에서 무전대기를 하고 있었는데(나 원래 무전 주특기. P77을 거쳐 999K 사용했음. ㅇㅇ) 그날따라 사단이었나.. 여단이었나.. 암튼 상급부대에서 무전이 날아오는데 이런 ㅅㅂ 아날로그로 날아오는 신호라 잡음이 많이 끼어서 겁나 안들리는 거야. 게다가 암호화 된 음어였어.
귀를 쫑긋 세우고 하나하나 받아적는데 오늘은 이녀석이 무전실로 기어들어오데? 그러더니 나한테 뭐라뭐라 하는데 잡음섞인 무전내용 수신하느라 못들었어. 상식적으로 그럴땐 그 성질머리 더러운 통신중사도 안건드리거든. 뭐 어쨌든 수신 다 끝내고 그때서야 'XXX 하사님, 무전 수신하느라 잘 못들었슴다. 다시 말씀해주십셔' 했더니 지 후레쉬 안켜진다고 밧데리 달래. 응? 그걸 왜 여기서 달래는데? 무전기에 밧데리 많이 들어가니까 그거 몇개 빼서 달래. 그때 확실히 눈치 깟지.. 아.. 이새끼 이거 진짜 상종 못할 또라이구나..
지금 상황 중이라 그렇게 할 수 없고 아니라고 해도 무전기에 장착되어 있는 밧데리는 드릴 수 없습니다. 필요하시면 다른 곳을 확인해보시던가 아님 나중에 제가 챙겨드리겠.. 여기까지 말하는데 가슴팍에 군화발이 날아오더라구. 그러면서 욕을 하는게 '존만한 사병 찌끄레기가 간부가 달라면 줄 것이지 뭔 말이 많아?! 아까 내가 처음 말할 때도 딴짓(무전 수신) 했잖아!!
죽고싶어?!@#$!#%#@!' 이러는데 오메..뚜껑이 열려버릴려고 하데..
같이 근무서던 유선병 고참이 나를 밖으로 끌어내면서 '니가 참아라 참아라.. 더러워도 참아라..' 이러더니 자기 후레쉬에 들어있던 밧데리 꺼내들고 들어가더라구. 그거라도 대신 주고 보내려는 거였지. 근데 나도 함 빡치면 물불 안가렸거든 그때는.. ㅋ
고참이 나 생각해서 끌어냈는데 다시 들어가서 당당히 따졌어. 내가 뭘 잘못한거냐, 통신중사님 부를테니 잘못한게 있다면 그 앞에서 야단치고 정식으로 절차 밟아서 중사님 통해 처벌해달라! 이러니까 어버버버 하더니 어물어물 그냥 나가버리는데 그래도 내 속은 시원치 않지..
- 마지막 악연의 씨앗이자 금단의 필살기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지금부터야.
이번에는 주간에 또 전투준비태세가 걸렸어. 전방 포병부대는 참 피곤해.. 작업도 많지만 훈련은 겁나 많아.. ㅜ.ㅜ
나는 무전실에, 내 후임들은 산꼭대기(산이라고 해봤자 뒷동산이야.. 야전 군부대 다 그래..)에 위치한 박스카 무전실에서 무전대기 하고 있었지
준비태세 떨어지고 얼마 지났나? 울 분대 막내가 허겁지겁 뛰어들어오더니 박스카 좀 가봐달래. 그 또라이가 일병 상대로 발광 중이래
하.. 시발 또 그새끼야.. 일단 막내한테 무전대기 맡겨두고 뛰어올라갔더니 내 밑에 일병애가 그 시방새한테 따귀를 맞고 있는걸 봤어
왜이러시냐, 내가 얘 선임인데 잘못한게 있으면 말씀해달라.. 헐.. 내 따귀를 때리더니 씩씩거리면서 그냥 내려가네..?
성질같아서는 간부고 나발이고 쫒아가서 대갈통을 뽀개버리고 싶었는데 여기는 군대.. 따귀 한대로 상황종료했으면 그걸로 됐다 싶어서 참았지
그리고 일병 후임한테 뭔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박스카 안에 들어와서 잠 좀 자게 나가라고 그랬다는 거야. 지금 준비태세 훈련 중인데.. 시발..
내 후임은 당연히 안된다고 했고 그새끼는 또 혼자 꼭지 돌아서 애 때리고 겁많은 일병은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냥 맞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무슨 수를 써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방법을 모색하는데 사병 찌끄레기가 당장 뭔 수가 있나
그런데 신의 계시인지 아님 내가 신의 계시로 사용한건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소원수리의 시간이 돌아왔네?
아, 나도 물론 소원수리 잘못 썼다가는 결국 그 여파는 내게 또는 부대원들에게 돌아온다는 걸 모르는 또라이는 아니라서 그동안은 백지로 제출해왔는데 이새끼는 내가 같이 똥물을 뒤집어 쓰더라도 조져줘야 이짓을 끝낼수 있겠더라구. 이미 내 선임들한테는 내가 총대매겠다라고 얘기해둔 상태고 가감없이 있던 사실 그래도 썼지. 각오는 하고 쓴거였지만 제출하고 나니 후회도 걱정도 조금 되는데 뭐 어째..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는걸..
어.. 근데.. 이게 중대본부에서 걸러지데.. 혹시나 싶어서 간부들이 검열하다가 내 소원수리를 본거야..
통신중사가 날 불러내더니 그 더러운 성질머리에도 조용조용 얘기하더라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기한테 다시 얘기해달래
그래서 뭐 그대로 얘기했지 나도 얻어맞고 내 후임도 얻어맞고 뭐, 맞는건 좋은데(그당시만 해도 맞는건 다반사였음) 이건 암만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일로 맞았다. 자꾸 우리 무전병들 갈구고 때리는데 가만 볼 수 없었다. 중사님께 미리 말 못했던 점은 내가 잘못했다.. 뭐 이런 얘기들 했던 것 같아.
근데 사실 하사관들 사이에서도 또라이 짓들로 찍혀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확신은 못했지만 무조건 나만 타박하지는 않겠다는 계산도 있었구.
통신중사는 묵묵히 듣더니 딱 이말만 하더라구.
알았다, 근데 소원수리 쓰기 전에 내게 얘기해주지 그랬냐. 일단 네가 쓴 소원수리는 내가 챙길테니 암말 마라.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다다음날 대대장 무전병 근무하면서 친해진 관리병이 얘기해주는데 그 또라이 하사가 대대장실로 끌려들어갔는데 곡괭이 자루도 두개 같이 들어갔고
나올때는 또라이 혼자 엉덩이 부여잡고 나왔더라는 거야. 두자루였던 곡갱이 자루는 4조각이 되서 나왔구.
그 후 또라이는 타 부대로 전출을 갔더라는 소식과 함께 부대 내에서 영영 볼 수 없게 됐다는 뭐 요딴 씁쓸한 사이다..?
뭐 요정도면 사이다 게시판에 올려도 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