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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두증 단상
게시물ID : sisa_6596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징어유저
추천 : 0
조회수 : 4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05 22: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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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카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을 가진 신생아의 사진을 보고 바로 생각난 것은
(영화 비틀쥬스 마지막 장면이 아닌) 
[백년보다 긴 하루]에 나오는 만쿠르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부족간의 전쟁에서 사로잡은 포로에게 낙타 젖통 가죽을 머리에 씌워
평원에 구속된 채로 방치하면 가죽이 오그라들면서
대부분의 포로는 죽지만 살아남은 자는 기억을 잃은 채
그들의 노예로 살아가게 됩니다.

만쿠르트가 된 아들을 되찾으려 한 어머니는
노예가 되어버린 아들의 화살에 맞아 죽고
그 영혼 만이 새가 되어 자신이 누군지 잊지 말라는
울음소리만 남기죠.

악의적인 누군가가 효과적인 노예 생산방법을 개발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이 질병에 관한 뉴스들은 
인 풋과 아웃 풋의 언밸런스로 표현의 만성변비 증상을 겪는
내게 뭔가를 끄적거리게 했습니다.

현시점에서 우리도 몇가지 종류의 <낙타젖통가죽>을 머리에 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구구절절이 짚어내지 않아도
각자 하나씩은 자신의 마음을 잃어가면서 얻으려고 한
<실은 별 거 아닌데 집착하고 있는 것>이 하나쯤은 떠오르실 겁니다.

재앙이 신의 심판, 혹은 경고라고 한다면
소두증은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 <낙타젖통가죽>을 스스로 벗어내려고
애쓰지 않는 우리에게 
'그렇게 노예가 되고 되고 싶으면 태어날 때 부터 그리 되던가.' 라고
말하는 것처럼 제게는 느껴집니다.
지금 상황이 너무 암울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저의 사고방식이 암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날이 따듯해져서 좋은데
그 만큼 전염병 위험도 높아지니 걱정입니다.
질병이 무서운 이유는 건강을 해치는 것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도 하기 때문이지요.
기다리던 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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